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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이냐 천재지변이냐…롯데시네마 신대방관 9개월째 문 닫은 까닭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침수, 시공사 협성건설과 공방 끝에 봉합 수순…7월 영업 재개 기대

2023.05.19(Fri) 09:34:22

[비즈한국] 지난해 7월 말 개관한 롯데시네마 신대방관이 9개월째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신대방관이 정상적으로 관객을 받은 날은 영업 개시 후 단 열흘뿐이다. 지난 여름에 덮친 폭우로 지하 2층의 극장이 침수됐는데, 피해 보상을 두고 임차사인 롯데시네마와 시공사 협성건설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잠정 운영 중단 기간도 길어졌다. 손실 부담이 가중되자 현재는 양측이 합의 끝에 시설을 보수 중이다. 하지만 극장 영업 재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올해 장마철에 많은 비가 더 자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시설을 개보수하더라도 피해가 되풀이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개관 직후 폭우로 문을 닫은 롯데시네마 신대방관의 영업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다. 롯데시네마가 지하 2층에 입주한 서울 동작구 협성휴포레 전경. 사진=강은경 기자


#기록적 폭우 이후 보상 책임 다투며 영업 중단 장기화

 

동작 협성휴포레 시그니처 스퀘어 곳곳에는 롯데시네마 신대방관의 ​영업중단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지하 2층 상영관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는 작동을 멈췄고 상가 주요 출입구마다 ‘폭우 피해로 인해 일시적으로 영화관 이용이 어렵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9개월 전 설치된 안내판은 일부가 건물 쪽으로 돌려졌거나 바닥에 방치돼 있다. 

 

이 지점이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지난해 8월 8일이다. 중부 지역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강타한 날로 롯데시네마는 저녁 무렵 누수로 인해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물이 들어온 시점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관람객을 밖으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상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야외에 노출된 이동 시설에도 빗물이 차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상가 입주자들은 “1층 상점 일부에도 빗물이 들어찼고 지하는 침수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7월 29일 개관 후 열흘 만에 침수 피해를 입은 롯데시네마는 잠정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이후 롯데시네마와 시공사 협성건설이 부실시공 여부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며 사태가 장기화됐다. 협성휴포레는 지상 29층 5개 동 규모 공동주택과 업무·상업·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단지로 지난해 4월 준공됐다. 입주가 한 차례 연기돼 상가 운영은 7월부터 시작됐다. 부산 기반의 협성건설이 서울에 진출한 첫 번째 사업으로, 계열사 청민건설이 시행사로 나섰다. 롯데시네마는 수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공사의 부실시공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시설 복구 비용 전액, 재개관까지의 영업 손실, ​시설교환가치 감소액 등의 배상과 더불어 공용관리비, 재개관 이후 3개월간 임대료 면제 등이 요구사항이다. 

 

협성건설은 롯데시네마의 요구가 과하다며 ​대기업의 횡포라고 ​맞받아쳤다. 협성 측은 도림천이 범람할 정도로 쏟아진 하루 최대 강수량 400mm​의 폭우로 인한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당시 동작구는 일일 강우량 381.5mm를 기록하며 국지적으로 극단적인 강수가 나타났다. 협성건설은 지난 2월 롯데시네마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로 신고한 데 이어 침수 피해 관련 최종 입장을 정리한 내용증명을 롯데시네마에 전달했다.

 

침수됐던 상가 지하 1~2층에서는 현재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강은경 기자


#“영화관 살리고 보자”…‘선 공사 후 분담’ 일단 합의

 

공정위 고발전까지 돌입했던 양측은 최근 일부 사항에 합의해 갈등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영업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보상, 복구공사 비용 등 양측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서둘러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매출 4970억 원으로 전년(2350억 원) 대비 112% 성장했고, 국내 영화관 사업에서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팬데믹 시기 누적된 적자를 극복해야 하는 마당에 신규 사업장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협성건설 역시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반 수분양자들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기업 임차사와의 분쟁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 당시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 유치로 상가 상권에 프리미엄이 붙을 것을 기대한 만큼 영업 재개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측면도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영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양측의 입장이 같아서 4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합의중”이라고 설명했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라며 “롯데시네마 재개관을 위한 공사는 공사대로 진행하고 (배상이나 보상 내용 및 범위 관련) 양측의 상반된 의견은 조율 중이다. 마무리된 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시설 복구 공사 등의 비용도 분담 비율 등이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성건설에 따르면 시공사가 공사에 먼저 들어가고 차후에 비용 분담 비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성휴포레의 주 출입구는 완만한 내리막길 형태로 중앙광장은 상점 앞 보도와 단차가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구조상 누수·침수 재발 가능성도

 

하지만 건물 구조상 침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로변과 맞닿은 상가의 주 출입구는 완만한 내리막길 형태다. 출입구를 빠져나오면 사각형의 넓은 중앙광장이 있다. 중앙광장은 덮개가 없는 데다 상점 앞으로 빙 둘러 설치된 보도와 단차가 있어 빗물이 고이기 쉬운 구조다. 현장을 찾은 17일에는 영화관이 위치한 지하 2층을 중심으로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중앙광장 한쪽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와 지하 1층 일부도 보수가 한창이었다. 모두 영화관으로 가기 위해 이용하거나 거치는 시설이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누수, 침수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 번 물이 샌 건물은 고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한 건축사는 “작년에 폭우를 겪은 후로는 빗물을 모아 배출하는 우수관의 직경을 더 넓게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건물 심의 시에 강조되고 있다”며 “강수량이 예년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배수가 원활히 되기 위해서는 우수관 파이프 자체가 커야 한다. 하지만 시공이 끝난 상태라 모두 교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에 위치한 영화관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역시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강은경 기자

 

광장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또 다시 빗물의 통로가 될 여지도 있다. 앞서의 건축사는 “지하상가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에스컬레이터가 건물 외부에 설치돼 있는데 이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차수판을 두더라도 침수될 가능성이 크다. 벽면이나 천정으로도 누수가 많이 발생했다면 시공의 문제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복 인원을 제외한 전체 상가 소유주 중 과반 이상이 부실시공을 넘어 분양사기까지도 거론하는 상황에서 배수로 등 일부 보수만으로 주변 상가 영업이 활성화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상가 수분양자들은 “당장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큰 비가 올 수 있는데 배수로나 중앙광장 앞 언덕진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물이 고여 피해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협성건설은 6월 말에서 7월 초 공사를 마무리하고 7월 중 재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측은 공사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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