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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패피 탐사대⑩] '다꾸' 유행 뒤에 남은 포장지는 어디로…

수십만 원 들여 폰꾸·폴꾸·포꾸까지…재활용 안 돼 쓰레기 양산, 안전 우려도

2023.05.22(Mon) 15:17:45

[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환경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는 꾸준히 인기였지만, 요즘은 가히 열풍이라 할 정도다. 다꾸 열풍은 폰꾸(휴대폰 꾸미기),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포꾸(포토카드 꾸미기) 등으로도 확장됐다. 최근에는 아이돌 앨범을 이용해 다꾸를 하는 문화도 생겼다. 문구 업계도 호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꾸는 3~4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층이 주로 소비하고, 캐릭터 작가에 대한 팬층도 있다. 다꾸 아이템들도 잘 팔린다. 작가들과 콜라보한 제품도 인기가 좋다. 최근엔 다이어리뿐 아니라 노트, 폴라로이드 등 다양한 꾸미기 열풍이 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SNS에 아이돌다꾸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진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SNS에도 다꾸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다꾸는 10대에만 유행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취미로 다꾸를 한다. 30대 남성 A 씨는 “최근 다꾸에 빠졌다. 스티커, 용품이 많아서 질릴 틈이 없다. 가이드라인이나 꿀팁 영상도 많아서 배우기도 좋다”고 말했다. 

 

다꾸 열풍으로 다양한 종류의 문구가 나오지만,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쓰레기도 함께 늘기 때문이다. 다꾸가 취미인 B 씨는 최근 쓰레기 때문에 걱정이다. B 씨는 “다꾸에는 스티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포장 비닐과 쓰고 남은 스티커 판들이 쌓인다. 전부 버려지는 쓰레기들”이라고 말했다. 


#용품 사다보니 10만 원이 훌쩍  

 

다꾸에는 스티커, 떡메모지, 스템프, 마스킹 테이프, 색연필 등이 사용된다. 최근 다꾸 취미가 생겼다는 C 씨는 “몇 달 동안 150만 원 정도 돈을 썼다. 용품 한 개에 비싼 건 아니지만, 한 번에 여러 개를 사기 때문에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D 씨는 “보통 유행하는 테마가 있다. 그걸 한 장 한 장 꾸미는 식이다. 꾸민 후 다이어리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꾸미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진열된 다꾸용 스티커들. 사진=전다현 기자


다꾸에는 얼마나 많은 용품이 필요할까? 기자가 직접 구매해봤다. ‘다꾸러’라면 필수 코스라는 교보문고 핫트랙스를 방문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다꾸템들이 다양했다. 각종 스티커는 물론이고 도장, 메모지, 테이프 등이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진열됐다. 다꾸용 ‘패키징’ 상품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10대 학생은 “요즘은 문구점에 다꾸용으로 나온 스티커나 물품이 많다. 인터넷에도 많다. 눈으로 보고 구매하고 싶다면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번 오면 5만 원 이상 구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소한 물품은 제외하고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등 다꾸 필수템이라는 물품들을 구매했다. 스티커 금액은 1000원에서 5000원대까지 다양했다. 별로 고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13만 원이 넘는 금액이 나왔다. 한 번 구매할 때 20만~30만 원은 쉽게 넘는다는 다꾸러들의 증언이 이해됐다.

 

이만큼이 ​13만 3500원어치다​. 사진=전다현 기자

 

구매한 물품을 사용해 다이어리를 꾸미고 나니 쓰레기가 보였다. 재질도 다양했다. 종이부터 플라스틱 종류인 PVC, 투명 PET, PP, 리무버블 유포지, 무광 코팅 유포지, 아트지 등이다. 재질이 혼합된 복합 소재로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해외 수입 제품은 재질 표기가 한국어로 명시되지 않기도 했다.

 

재질에 따라 분리배출이 이뤄져야 하지만, 쉽지 않다. 20대 E 씨는 “다꾸를 할 때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재질이 다양하게 쓰레기가 나오는데 다 분리해서 버리기도 애매하다. 오려 붙이는 것도 많아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쓰고 남은 스티커도 많다”고 말했다. ​ 

 

13만 원어치 용품을 사용해 꾸며본 다이어리. 사진=전다현 기자

 

다꾸 아이템들을 이용해 다이어리를 꾸​민 뒤(위) 나온 포장지 쓰레기들. 사진=전다현 기자

 

복합 재질은 재활용도 어렵다. 재활용선별장 관계자는 “플라스틱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이더라도 스티커들은 대부분 종량제 쓰레기로 버려진다. 복합성으로 이뤄진 제품도 소각해야 한다. 비닐 같은 쓰레기들은 대부분 재활용선별장으로 오지 않고 소각장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앨범도 다꾸로 사용된다. 케이팝 팬이라는 F 씨는 “요즘은 아이돌 앨범을 뜯어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도 유행이다. 다꾸를 위해 일부러 앨범을 사거나, 사재기한 앨범을 다꾸에 사용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14세 이상 제품은 안전기준 없어​ 위해성 우려도

 

2021년 6월 한국소비자원은 마스크에 부착하는 패치 스티커에 판매 중단 등의 시정 권고를 내렸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다꾸용 스티커도 마찬가지다. 

 

국가기술표준원 고시에 따라 만 13세 이하 어린이용 제품은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만 14세 이상 제품이다. 사용연령 기준이 만 14세인 스티커는 별도의 인증 절차가 필요 없다. 수입 제품도 사각지대에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그동안 완구용 스티커에 대해 위해성 검사를 진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만 14세 이상 제품을 구별하기도 어렵다. 육안으로 보기엔 같은 스티커이기 때문이다. 판매처에서도 별도로 안내하지 않는다. 사용연령을 정하는 것도 제조업체 자율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제조업자의 의도를 중요하게 보고 연령을 결정하는 구조다. 어린이 제품으로 오용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인 경우 만14세 이상 등 별도 표시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다꾸가 취미라는 G 씨는 “건전한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나오는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편하진 않다. 버리는 자투리로도 다꾸를 하지만, 생산할 때부터 친환경적으로 패키징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온라인 구매 시 과대 포장이 심해 개선이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부분도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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