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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올해 프랑스 '비바테크' 최고 화제는 머스크와 한국

일론 머스크 '깜짝 등장'…주빈국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빠른 성장에 눈길

2023.06.23(Fri) 11:33:32

[비즈한국]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파리에서는 스타트업의 축제가 열렸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이벤트인 ‘비바테크’다. 비바테크는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테크 이벤트다. 2016년 시작해 역사가 짧지만, 스타트업 관련 행사로는 최단 기간에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매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할 만큼 프랑스 정부에서 ‘밀어주는’ 행사다.

 

7회를 맞이한 올해 비바테크는 방문객이 15만 명을 돌파하며 성황을 이루었다. 온라인 방문객 40만 5000여 명, 참여 스타트업 1만 1400개, 부스 2800개, 연사 450명이 함께했다. 일론 머스크가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세일즈포스(sales force)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도 연사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비바테크에 참석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일론 머스크(왼쪽). 사진=vivatechnology.com

 

특히 한국은 올해 비바테크 주빈국으로 여러 정부 기관의 주도로 각종 부스를 차렸고, KT와 삼성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한 부스도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비바테크에 등장한 유럽 테크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록스타 공연장 같았던 머스크 대담장

 

올해 비바테크의 가장 핫한 이슈는 일론 머스크의 방문이었다. 6월 16일 행사 3일째, 비바테크 엑스포 행사장 돔은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여든 방문객으로 가득찼다. 마치 록스타 공연장처럼 긴 줄과 선물이나 꽃다발을 든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일론 머스크는 “Zut alors! Bonjour, Paris!(아! 안녕 파리)”라는 짧은 불어로 청중을 맞이했다. 관중석에는 그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Maye Musk)도 함께했다.

 

일론 머스크와의 대담은 프랑스의 다국적 광고·PR 기업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의 회장 모리스 레비(Maurice Levy)가 이끌었다. 첫 번째 주제는 2022년에 인수한 트위터. 레비는 머스크에게 “당신은 여전히 트위터에 대해서 옳은가(거금을 들여 인수했는데 그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라고 질문했고, 머스크는 “내가 정말 똑똑하다면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했을까”라며 웃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두고 “내가 정말 똑똑하다면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했을까”라며 웃었다. 사진=vivatechnology.com

 

머스크는 자신의 성장기에 영향을 미친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관한 이야기, 성공과 실패에 대한 철학 등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어 나갔다. 이후에는 AI와 관련한 주제가 등장했다. 머스크는 지속적으로 AI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이번 비바테크에서도 “디지털 초지능(digital superintelligence)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SNS 등을 통해 깜짝 발표를 일삼는 괴짜 창업자가 또 어떤 폭탄선언을 할까 기대했던 청중에게 이번 대담은 다소 싱거웠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를 궁금해하고 좋아하는 테크업계의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었다. 

 

#올해 주빈국은 한국

 

비바테크는 매년 주빈국을 선정해 그 국가의 창업 생태계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정부와 기업 인사를 다양하게 초청하는 등 주빈국의 테크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올해 주빈국은 한국으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했다. 프랑스에 있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소개하는 행사도 열렸다. 이 행사에는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 K-스타트업센터 파리의 서동진 센터장, 코렐리아 캐피털의 피에르 주 한국 대표, 프랑스 현지 액셀러레이터 스쿨랩의 반기안 상무 등이 참석해 프랑스의 한국 스타트업에 관한 소개와 제언을 이어갔다. 

 

글로벌혁신센터(KIC유럽), 한국디자인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공공기관이 주관한 부스 이외에 삼성전자 C랩, KT 등 민간 기업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부스도 눈에 띄었다.

 

비바테크 올해의 국가로 선정된 ‘대한민국’. 사진=vivatechnology.com

 

삼성전자 C랩은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지원해주는 사내벤처 프로그램로 지난 10년 동안866개에 달하는 아이디어를 지원할 정도로 활발히 인큐베이팅을 해왔다. 이번 비바테크에서 삼성 C랩은 사내에서 육성한 벤처 기업 외에도 삼성이 주목하는 외부 스타트업까지 총 12개 스타트업을 지원해 공동 부스를 마련했다.

 

KT는 자사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한국 통합관 내에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특히 ICT 분야의 혁신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소개되도록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비바테크 주최 측은 “한국의 기술 생태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치가 39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년 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며 한국의 빠른 발전 속도를 주목했다.

 

#여성 창업자 톱30에 한국 스타트업도 포함

 

비바테크에서는 메타, 아마존, 구글 등 세계 빅테크 기업의 부스와 이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프랑스 패션 기업 LVMH, 뷰티 그룹 로레알과 협업하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LVMH는 비바테크의 가장 큰 후원사 중 한 곳으로 다양한 어워드를 만들어 최고의 스타트업을 지원해왔다. 

 

로레알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는 3D 아바타. 사진=이은서

 

올해 비바테크에서는 넥스트 유니콘 어워드, 여성 창업자 챌린지, 아프리카 테크 어워드, LVMH 이노베이션 어워드 등 총 4개의 어워드를 통해서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넥스트 유니콘 어워드는 비바테크의 가장 큰 시상식이다. 영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유럽지역에서 가장 유망한 100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00개 스타트업을 선정한 뒤 점점 후보자를 줄여가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본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고조된다. 

 

최종 넥스트 유니콘에 선정되는 스타트업은 분야별로 나뉜다. 올해는 핀테크 부문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OS를 개발하는 파리의 스타트업 페니래인(Pennylane), 딥테크 부문에서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디파인드 AI(Defined.ai),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는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컨텐츠를 제공하는 스위스 스타트업 오비바(Oviva), 임팩트 부문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싸게 판매하는 온라인숍 모델을 만든 스웨덴 스타트업 매츠마트(Matsmart), 마켓플레이스 부문에서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페인의 스타트업 왈라팝(Wallapop), SaaS B2B 부문에서는 비즈니스·재무 계획 설립을 돕는 플랫폼 피그먼트(Pigment)가 넥스트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2023년 넥스트 유니콘 선정 스타트업. 사진=vivatechnology.com

 

넥스트 유니콘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이미 유럽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왈라팝은 ‘스페인의 당근마켓’으로 불리며 네이버가 최대주주여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여성 창업자 챌린지는 테크신에서 과소 대표되어 있는 여성 창업자의 대표성을 높이고, 여성 주도의 스타트업 팀이 늘어나도록 격려하기 위해 만든 어워드다. 2022년 전 세계 VC(벤처캐피털) 자금의 1.9%만이 여성 창업자에게 투자되었다. 아직 투자자들에게는 2%의 존재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여성 창업자들의 현실이다.

 

비바테크의 여성 창업자 챌린지에서는 혁신성, 확장 가능성, 팀 프로필,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여성 창업자를 선정한다. 톱30을 선정한 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종 진출자 6명을 선발하고, 마지막에 1명이 선정된다.

 

올해 우승자는 AI 기반 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랑스 스타트업 패스웨이(Pathway)의 CEO 주자나 스타미로브스카(Zuzanna Stamirowska)가 차지했다. 이번 여성 창업가 챌린지에서 우승자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한국 스타트업 아들러의 여성 창업자 유리카 오베르뉴(Yurica Ovaerenu)다. 아들러는 비바테크 전체 어워드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한국 스타트업이다. 

 

비바테크 여성 창업자 챌린지 톱30에 선정된 여성 창업자. 한국 스타트업 아들러도 포함됐다. 사진=vivatechnology.com

 

아들러는 3D SNS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2021년 8월 서울에서 설립됐다. 자체 개발한 3D 엔진과 프로그래밍 언어 ‘아들러 XRML’을 보유하고 있다. 아들러의 3D 엔진은 웹 표준 기술인 HTML5을 기반으로 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아들러는 ‘1초 만에 로딩 되는 웹 기반 3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D는 무겁고 로딩속도가 느리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유리카 오베르뉴 대표는 서울과학고 2학년이던 16세에 사업을 시작한 연쇄 창업가다. 서울대를 입학했다 자퇴하고 27세에 성별을 바꾼 독특한 이력도 사회의 고정관념을 깬다. 이번 비바테크에서는 여성 창업가 챌린지를 통해서 아들러의 혁신적 기술이 주목 받았다.

 

아프리카테크 어워드는 유럽이 주목하는 미래 기술과 아프리카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자리였다. 기후 기술을 다루는 나이로비의 스타트업 큐빅(Kubik),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인슈어 테크 기업 큐라셀(Curacel), 원격 의료 플랫폼 웨스피토(Waspito)가 우승자로 선정됐다. 특히 큐빅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을 건축 자재로 전환하는 기술로 334만 달러(43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해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타트업이 됐다.

 

마지막으로 LVMH이노베이션 어워드는 런던의 스타트업 세이브 유어 워드로브(Save your wardrobe)가 우승했다.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가 직접 시상한 이번 행사는 비바테크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이브 유어 워드로브는 앱을 통해 자신이 가진 옷의 정보를 공유하고 수선, 세탁, 업사이클링, 나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불필요한 옷 구매를 줄이도록 도와준다. 패션 브랜드들은 세이브 유어 워드로브를 통해 의류 AS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유럽 최대의 패션 이커머스 잘란도(zalando), 휴고 보스 등 다양한 패션 기업과 협력하는 등 앞으로 장래가 촉망 받는 스타트업이다. 

 

테크계의 유명인사 일론 머스크부터 시작해서 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하다는 나라 한국, 그리고 패션과 뷰티 등 각종 비주얼 산업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비바테크는 그야말로 축제와 같은 현장이었다. 유럽에서 시작해서 북미와 아시아까지 연결된 이 현장에서 테크계에는 국경과 시차가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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