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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문턱이 양날의 검 됐다…오세훈 '모아타운' 둘러싸고 커지는 주민 갈등

강남3구 등 반대 소유주 연합 출범 "외지인 투기판 됐다"…자양4동 이후 다른 곳도 철회 가능성

2023.09.14(Thu) 09:16:12

[비즈한국] 오세훈 서울시의 핵심 정비 사업 모아타운이 난관에 봉착했다. 소규모주거지역 정비사업인 모아타운 추진 여부를 두고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곳곳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시범사업지 중 한 곳이 주민 반대로 철회된 가운데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모아타운에 반대하는 소유주 연합이 꾸려졌다. 이들은 서울시의 무분별한 정비사업 추진으로 외지인들에 의해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남3구, 마포구 등 일부 지역에서 소유주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할 경우 추가 이탈 지역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일 오세훈표 정비사업에 반발하는 소유주 연합이 결성됐다. 사진=강남3구등 단독·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 연합​ 제공


#“투기꾼에 몸살” 강남권 중심 반대 연합체 결성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별 단독, 상가주택 소유주들은 지난 3일 서초구 반포1동에서 ‘강남3구등 단독·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 연합’을 결성했다. 현재까지 △강남구 개포2동, 일원동 △​서초구 반포1동, 방배동 △​송파구 삼전동 △​마포구 합정동 △​광진구 자양4동 △​중랑구 면목동 등 6개 자치구 8개 추진 지역 주민들이 모였다. 

 

소유주 연합 측은 “거의 모든 구청장이 원주민 반대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오세훈 시장의 모아타운 구역 100개 지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불편 없이 살고 있는 장기거주 원주민들은 정비사업을 반대하고 외지의 투기꾼들이 사업에 찬성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주택을 공급하는 정비 사업이다. 일반 재개발 사업(67%)보다 낮은 노후도 요건(57%)에 높이 규제 완화, 용적률 혜택, 인허가 절차에서 간소화까지 장점이 강조되면서 지난해부터 큰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노후도 기준이 20년으로 재건축(30년)에 비해 짧고 주민 동의율 30%만 받으면 신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여도가 높았다. 이에 오랫동안 개발 논의가 있었던 지역 외에도 열의가 비교적 낮았거나 처음으로 정비사업에 도전하는 ‘신생’ 추진지역들이 속속 생겨났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부터는 낮은 문턱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주민 주도로 신청해 후보지가 된 것을 알게 된 다른 주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업을 시행하려면 조합 설립에 주민 ​80%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합 설립 무산 등으로 사업이 좌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강남구 개포2동 구마을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강남 개포·송파 삼전 등 반대 동의서로 ‘맞불’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일원동에서는 최근 모아타운 구역 지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가와 빌라 등이 밀집한 개포2동 구마을은 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개포고등학교 등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주거지 중심 상권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이곳은 모아타운 추진위원회가 30% 찬성 동의를 확보해 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에 반대 주민들 역시 토지면적 60% 반대 의견과 토지 등 소유자 수의 30% 이상 반대 동의서를 구청에 제출하며 맞대응했다. 소유자 연합 측은 “이곳 거주민들은 임대수입 등으로 노후를 대비하거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아파트보다는 상가로서의 메리트가 더 큰 곳”이라고 설명했다. 

 

모아타운 추진을 놓고 주민들이 대립하는 강남구 일원동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삼성서울병원 인근 일원동 대청마을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는 주민도 있지만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이 일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 부부가 곧 70이 되는데 재건축해 아파트에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다. 이곳은 주택가 치고는 길도 넓고 건물들도 잘 정비돼 있다. 충분히 쾌적한 동네인데 주변 지역이 다 개발을 하니 같이 들썩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11월 모아타운 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 측 70% 동의율을 기반으로 5개 구역에 대한 관리계획 용역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원주민들은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 반대의견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하고 집단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민 반발이 두드러진 송파구 삼전동과 광진구 자양4동은 실제로 사업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송파구 삼전동은 사업 대상 면적이 약 43만 ㎡로 모아타운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라 이른바 ‘슈퍼블록’으로 불린다. 지난 5월 일부 주민들이 제척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는데, 현재는 추진 세력이 교체되는 등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모아타운을 주도한 추진위 대표와 정비용역업체는 사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난 상황이다. 다만 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아 여전히 추진위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송파구 삼전동 곳곳에 붙은 모아타운 반대 문구(위)와 지난해 합정동·반포1동 구역 지정 반대 집회 현장 모습. 사진=소유주 연합 제공


광진구 자양4동은 서울시가 지난해 1월 모아타운 사업을 본격화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첫 철회 사례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과 건대입구역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실거주자들의 반대가 가장 거셌던 대상지 중 하나였다. 광진구청이 지난 7월 공개한 주민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거주 집단은 75.6%가 사업에 반대한 반면 비거주 집단은 77.5%가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진행한 광진구가 공지글을 통해 “향후 정비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고 밝히며 사업 철회가 현실화됐다. 현재 구청은 서울시와 대상지 선정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자양4동을 시작으로 주민 반대에 직면한 후보지들 중 일부는 사업 철회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소유주 연합은 앞으로 서울시 집회 등 집단 행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합 출범 약 일주일 만에 강남구 역삼1동과 삼성동 주민들도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우선 반대 여론 결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소유주 연합 측은 “투기 우려, 시급성 부족, 원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지난해에는 사업지로 선정되지 않은 반포1동, 합정동까지 다시 구역 지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밀고 있는 정책이라 제어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투기꾼들은 지역만 바꿔가며 소형 빌라 갭투자를 반복하고 있다. 철회 요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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