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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정비사업 '삐걱' 내부 들여다보니 '그럴 만'

수주 192곳 중 준공은 23곳 불과…"전담인력도 정비사업 전 과정 수행 경험 부족"

2023.12.08(Fri) 13:44:03

[비즈한국] 서울 여의도에서 처음으로 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관측됐던 여의도한양아파트가 지난 10월 시공사 선정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사업시행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비계획 상 권한이 없는 부지를 사업면적에 포함해 서울시로부터 위법 행위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에서는 올해 하반기 재건축사업 시행자로 선정된 한국자산신탁이 대우건설과 시공 관련 가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유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자산신탁은 가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계약 조항 순서나 시공사 대표 이름을 잘못 적는 등의 실수가 적발돼 원성을 산 것으로도 전해졌다.

 
케이비부동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진=차형조 기자

 

전문성과 신속성을 무기로 꺼내 들며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 지위를 공격적으로 수주해왔던 부동산신탁사들이 사업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나 가계약 등 정비사업 초기부터 문제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신탁사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신탁사의 정비사업 수행 역량은 얼마나 될까. 비즈한국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정비사업 수주 현황과 전담 인력 현황을 분석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조합이나 토지 등 소유자를 대신해 수행하는 정비사업이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진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현장을 되살리고자 2016년 처음 도입됐다. 입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방식과 비교했을 때 자금력과 개발 신탁 경험을 갖춘 제삼자가 시행자로 나서 신속성과 전문성, 투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신탁사 14개사 수주 현황 분석

 

비즈한국이 각 사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나라 14개 부동산신탁사가 사업시행자나 대행자 지위를 수주한 정비사업은 총 192개(계약 체결 기준)다. 신탁사별 수주 사업장 수는 한국토지신탁 33곳 △무궁화신탁 27곳 △대한토지신탁 22곳 △코리아신탁 21곳 △케이비부동산신탁 20곳 △코람코자산신탁 16곳 △교보자산신탁 13곳 △한국자산신탁 12곳 △우리자산신탁 11곳 △하나자산신탁 11곳 △대신자산신탁 3곳 △신영부동산신탁 2곳 △신한자산신탁 1곳이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수주 계약 단지가 없다.

 

반면 신탁방식 정비사업 준공 단지는 23곳에 그친다. 가장 많은 준공 실적을 보유한 신탁사는 인천 작전동 신라아파트 재건축사업 등 8개 정비사업장을 준공한 대한토지신탁으로, 나머지 준공 실적을 보유한 코람코자산신탁(4건), 코리아신탁(4건), 교보자산신탁(2건), 하나자산신탁(2건), 무궁화신탁(1건), 한국자산신탁(1건), 한국토지신탁(1건) 등은 준공 실적이 다섯 건 미만으로 나타났다. 대신자산신탁과 신영부동산신탁, 신한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 케이비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현재 준공 실적이 없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공 사례가 보이지 않다 보니 토지 등 소유자나 정비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탁사 전문성과 사업 추진력에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서울 여의도만 따지더라도 수많은 정비사업 단지 중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이르는 단지는 결국 신탁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인력 평균 21명…“전문성 부족, 시공사에 주도권 뺏겨”

 

부동산신탁사의 사내 정비사업 전담 인력은 평균 21명 수준이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제외한 13개 부동산신탁사는 현재 사내 정비사업 전담 조직을 꾸려 총 282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준공 단지를 제외하면 정비사업 수주 단지에 ​신탁사들이 평균 1.4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 신탁사는 정비사업 전담 조직 이외 부서에서도 정비사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신탁사별 정비사업 전담 인력은 한국토지신탁이 52명(5팀)으로 가장 많고, 대한토지신탁 41명(7팀), 무궁화신탁 36명(7팀), 한국자산신탁 33명(4팀), 코리아신탁 25명(5팀), 케이비부동산신탁 21명(4팀), 교보자산신탁 18명(3팀), 코람코자산신탁 17명(2팀), 하나자산신탁 16명(3팀), 우리자산신탁 10명(2팀), 대신자산신탁 7명(2팀), 신한자산신탁 3명(1팀), 신영부동산신탁 3명(1팀) 순으로 뒤를 잇는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탁사가 정비사업 조직을 꾸리면서 사내 개발신탁 인력을 전보하거나 정비업체, 건설사 출신 인력을 경력 채용하는데, 현재 배치 인원 상당수가 정비사업 전 과정을 수행한 경험이 부족한 현실이다. 계약이나 공사 관련 내용을 잘 몰라 사업 주도권을 시공사에 빼앗긴 현장이 많다”며 “단순히 양적 측면보다는 공사와 관련한 건축·토목기사나 사업관리와 관련한 도시계획기사 등 자격을 보유한 사람, 건설사에서 정비사업 전 과정을 수행해본 전문 인력을 충원해 시행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가 확정되면서 신탁사 사업관리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민과 신탁사 간 공정한 계약체결과 주민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9일 표준계약서와 시행규정을 확정·배포했다. 표준안에서는 신탁사가 원칙적으로 건설사업관리(PM·CM)를 직접 수행하고 용역 시에는 비용을 신탁사가 부담하도록 규정됐다. 특히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신탁사 인력을 주민에게 공시하고 관리처분계획 공고 시점 등 주민 의견수렴이 중요한 기간에는 사업 현장에 신탁사 인력을 전담 배치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는 만큼 신탁사 책임과 역량, 관리감독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시행 규정에 따라 신탁사 인력이 배치가 되고 나면 업무 양에 맞게 관련 인력이 보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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