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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좌석번호 8만 원" 한류스타 항공권 정보 불법 거래

1만 5천원 보내자 편명, 날짜, 공항, 시간이…"개인정보 유포자도 처벌 대상"

2017.06.14(Wed) 17:35:53

[비즈한국] 2015년 방영된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는 ‘지재상인’이라는 생소한 직업이 등장한다. 돈 되는 정보를 파는 상인을 뜻하는 지재상인은 드라마 속에서 재물과 정보를 바꿔 부를 쌓는다. 고려 말~조선 초를 다루는 이 드라마 속 지재상인이 2017년 다시 등장했다. 

한류스타들의 비행 스케줄이 유료로 매매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2017년 지재상인이 다루는 정보는 대부분 한류스타, 혹은 케이팝(K-POP)스타들의 항공편 정보였다. 이 지재상인은 SNS를 무대로 활동한다. 그는 SNS에 자신이 확보하고 있고 거래할 수 있는 스타들의 항공편 정보를 공유한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거래가 시작된다. 

그가 확보한 정보는 소녀시대, 엑소, 방탄소년단, 박보검, 갓세븐, B1A4, 위너 등 온갖 소속사를 망라한다. 먼저 원하는 스타의 항공편 정보를 말하면 그가 얼마에 거래 가능한지 알려준다. 대개 항공권 편도 정보는 1만 5000원, 왕복은 2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비즈한국’은 지재상인에게 접촉해 정보를 사봤다. 마침 남성 한류스타 A 씨의 항공권 정보가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편도 1만 5000원을 입금하고 입금 내역을 캡처해 보내주니 20글자의 항공편 정보를 보내줬다. 정보는 항공편명, 날짜, 출발공항과 도착공항 그리고 시간이 적혀 있었다. 

‘비즈한국’이 직접 한류스타의 항공기 좌석 정보를 문의해 보았다.


A 씨의 항공편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을 수소문해 찾았다. 그 항공편에 탑승했다는 최 아무개 씨(30)는 “맞다. 비행기에 탔는데 비즈니스석에 A 씨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최 씨를 통해 지재상인의 정보가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지재상인을 접촉했다. 어떻게 알았느냐며 놀라워하자 그는 “항공편 예약번호도 판매 가능하다. 예약번호는 좌석 번호까지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제시한 예약번호의 가격은 8만 원이었다. 도대체 정보의 출처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그건 알려줄 수 없다”는 단호한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케이팝, 특히 아이돌 팬들에게 항공편 정보를 파는 상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응은 양극단이었다. “2만 원이면 싸다.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 있다면 해외 콘서트에 참석할 때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으니 마주칠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 8만 원에 예약번호까지 알려준다면 옆 자리에 앉아 식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이상한 팬이 항공권 사서 스타를 귀찮게 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타들의 정보 유출이 하루이틀 벌어진 일은 아니다. 한류스타 B 씨는 개인정보 침해가 일상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B 씨는 “번호가 유출돼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다. 하지만 또다시 ‘오빠 번호 바뀌셨네요’라고 연락이 온다. 이제는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약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예약번호를 알 수도 있다. 업무의 일환이기에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직원이라면 누설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고 최근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인해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 바쁜 직원이 그 정보를 누군가에게 누설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최강용 변호사는 “항공사 직원이나, 기획사 직원이 누설한 것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유포한 자도 처벌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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