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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베를린 공항에 '친환경 에어택시'가 떴다!

항공우주 무역 박람회 ILA, 그린테크 페스티벌서 볼로콥터, 수소 에어택시 등 선보여

2022.06.27(Mon) 10:51:39

[비즈한국] 이번 주 베를린은 여러모로 뜨거웠다.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기온에 최첨단 신기술이 모인 여러 행사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의 두 공항 지역이 미래 산업의 각축장이 되었다. 베를린 북서쪽 옛 공항 부지인 테겔 지역에서 열린 그린테크 페스티벌과 베를린의 남동쪽 신공항 근처 쇠네펠트 공항에서 열린 최대 항공 우주 박람회 ILA 에어쇼 덕분이다. 

 

많은 행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온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이 공항에 모여 뽐낸 아이디어를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100년 역사의 항공우주 무역 박람회 ILA

 

베를린 남동쪽 외곽 쇠네펠트 지역에는 2020년에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신공항이 개장했다. 신공항 바로 옆 특설박람회장에서 세계 최대 항공우주 무역 박람회인 ILA 에어쇼 2022(ILA)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세계 최대의 우주 항공 박람회 ILA 2022 현장. 사진=이은서 제공


ILA는 1909년 시작돼 100년이 넘은 항공우주 박람회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렸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되었다. 오랜 휴식 끝에 다시 열리게 된 전시회라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ILA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최첨단 항공우주 기술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신생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 유럽 지역의 우주 스타트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는 112개국의 내로라하는 항공우주 기업·기관 550여 곳이 참여했다. 올해의 주제는 선도적인 항공우주기술(Pioneering Aerospace)이다. 첫 3일은 관련 업계의 전문가를 위한 비즈니스 박람회로 운영되고, 주말은 일반인들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안전상의 이유로 하루 관람객 수를 최대 1만 명으로 제한하면서 표는 박람회가 시작하자마자 매진되었다. 

 

ILA는 에어버스(사진)와 같은 대형 항공기업부터 다양한 중소기업까지 우주항공 관련 업체들의 축제였다. 사진=이은서

 

ILA는 도시택시콥터, 수소연료전지 비행기, 바이오연료를 사용한 헬리콥터 등 미래 기술의 집합소이면서 유럽에서 가장 큰 군수 무기 박람회기도 하다. 다양한 전투기와 군 수송용 헬리콥터, 독일군의 최신 장비 등이 전시되어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올해는 기후 위기와 전쟁 상황으로 평소보다 규모는 작지만 혁신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ILA에서 발견한 주목할 만한 혁신 기술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가장 눈에 띈 것은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였다. 야외 볼로콥터 전용 전시장을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직접 탑승할 기회를 선사했다. 볼로콥터는 2011년 독일에서 설립된 항공 우주 스타트업이다. 도심형 에어택시인 ‘볼로시티’와 볼로시티를 탑승할 수 있는 도심 이착륙지인 ‘볼로포트’를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200kg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볼로드론’, 최대 10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장거리 에어택시 ‘볼로커넥터’, 이들을 제어·운용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볼로IQ’도 개발하고 있다.

 

볼로콥터​는 관람객이 직접 타볼 수 있게 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사진=이은서 제공

 

볼로콥터는 지난 2019년 ‘eVTOL(수직이착륙)’ 비행체 개발과 관련해 스타트업 최초로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설계조직인증(DOA, Design Organisation Approval)’을 받았다. 같은 해 6월에는 에어택시 블로시티 모델 ‘VC200-2’가 사상 최초로 유럽안전청으로부터 에어택시로 승인받았다. 

 

볼로콥터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실증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볼로콥터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전기 에어택시를 운항할 예정이다. 이번 ILA에서는 배기가스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이동 수단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에 있는 도시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아푸스(Apus)는 무공해 수소항공기 i-2를 전시했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인 ‘기후 중립’이 부각되면서 아푸스의 기술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푸스는 2014년 3명의 항공 엔지니어가 뜻을 모아 설립한 회사로 항공 분야의 인증, 소규모 항공기를 생산한다. 최근에 아푸스 제로 에미션(Apus Zero Emissio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열고 수소를 사용해 100% 기후 중립적인 항공 운송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아푸스는 수소 연료 전지를 개발하는 파워셀(PowerCell), 수소저장솔루션을 개발하는 코테사(COTESA), 수소 공급과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헤게만(HEGGEMANN)과 파트너십을 맺고 안전한 수소 항공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롤스로이스(Rolls-Royce)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하이브리드 전기 파워트레인 인증 로드맵을 개발하는 것도 특징이다.

 

ILA에서 수소 연료 항공기로 주목받은 아푸스. 사진=이은서 제공


#베를린 옛 공항에서 열린 그린테크 페스티벌

 

ILA와 정반대에 위치한 베를린 옛 공항 테겔 지역에서는 그린테크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린테크 페스티벌은 2019년 베를린에서 처음 열린 행사로 F1 세계 챔피언으로 유명한 니코 로스버그(Nico Rosberg)가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지속 가능성, 혁신, 기술에 중점을 둔 기업가, 정치가, 사회운동가를 위한 행사로 컨퍼런스, 시상식, 다양한 혁신 기술을 볼 수 있는 전시회로 성장했다. 베를린에서 시작한 이 행사는 뉴욕, 런던, 싱가포르까지 확대되어 전 세계에서 기후 중립 기술을 위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그린테크 페스티벌은 ‘우리가 함께 바꿀 수 있다(Together we change)’ 모토 아래 200여 기업이 참여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술을 선보였다.  

 

박람회보다 축제나 시상식에 더 가까웠던 그린테크 페스티벌. 사진=greentechfestival.com


또 올해는 미국의 유명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가 축사를 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아일리시는 2014년부터 채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동물권과 환경문제에 매우 뚜렷한 소신을 밝혔으며, 기후 친화적인 공연을 기획하고 이런 삶의 방식을 팬들과 공유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린테크 페스티벌에서 발견한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이번 그린테크 페스티벌에는 독일 철도(Deutsche Bahn), 구글, 루프트한자, 로레알, 텔레콤(Telekom), 이온(E.On), 화웨이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아우디와 현대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서는 최신 전기 자동차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 그린테크의 주인공은 역시 미래를 상징하는 스타트업이었다. 

 

베를린의 스타트업 넥스에어로(NEX Aero)는 수소 동력 에어택시인 eVTOL를 선보였다. 

 

베를린의 우주항공 스타트업 넥스에어로의 수소동력 항공택시 eVTOL. 사진=NEX linkedin

 

뮌헨의 스타트업 샤벤트(Shavent)는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를 외치고 등장한 면도기 스타트업이다. 그린테크 페스티벌에서는 13개의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플라스틱이 없는 면도기를 전시했다. 독일에서 1년에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면도기 쓰레기가 자유의 여신상 13개  분량이라는 의미다. 샤벤트의 면도기는 모두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고, 칼날만 교체하면 된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며, 식기 세척기에 넣어도 무방하다. 샤벤트는 아르민 루츠 자이델(Armin Lutz Seidel)이 딸 로미 린덴버그(Romy Rindenberg)와 함께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유럽 그린 어워드(European Green Awards 2022)도 수상했다.

 

뮌헨의 플라스틱 프리 면도기 스타트업 샤벤트. 사진=shavent linkedin

 

그 밖에 독일 스타트업 서플러스(cirplus)는 그린 어워드에서 ‘스타트업’ 부문을 수상했다. 그린 어워드는 자동차 회사 아우디에서 기후 중립을 위해 힘쓰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단체에 주는 상이다. 

 

그린 어워드 ‘스타트업’ 부문 수상자 서플러스의 두 창업자. 사진=greentechfestival.com


서플러스는 201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설립된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디지털 마켓플레이스이다. 독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 업체들을 연결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든다. 

 

서플러스 설립자 크리스티안 실러(Christian Schiller)는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플랫폼 블라블라카(BlaBlaCar)의 독일 지사를 4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끌다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서플러스를 창업했다. CTO 볼칸 빌리시(Volkan Bilici)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터키의 플라스틱 산업계에서 제조 공정 자동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서플러스를 공동 창업했다. 

 

지금 독일에는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연일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가운데, 이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에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질 뜬구름 같은 아이디어가 아닌 세상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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