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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도 전략 수정…중소형 로펌들 생존 경쟁에 서초동 지형 변화

YK 대륜 등 '네트워크' 성장 한계에 기업 사건 집중, 전관 중심 LKB·평산 합병 결정

2025.05.27(Tue) 09:45:55

[비즈한국] 서초동 로펌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세’라는 평과 함께 빠르게 성장한 법무법인 YK와 대륜은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돌입했고, 법원이나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중심으로 꾸려 재미를 본 부티크 로펌들은 경쟁 심화 속에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변호사 수임 경쟁이 서초동 로펌의 지형 변화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서초동 법조타운. 최근 중소형 로펌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사진=비즈한국 DB


#온라인 광고로 ‘대세’ 이끈 YK과 대륜의 변화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 모델은 2010년 이후 서초동의 트렌드가 됐다. 전국 각지에 분사무소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온라인 광고로 500만~1000만 원 상당의 사건을 대량 수임한 후 소속 변호사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온라인 광고비를 집행하고 저렴한 선임료를 앞세운 성공 방식이었다. 

 

YK와 대륜은 그동안 분사무소를 빠르게 개설해 각각 32개, 43개를 운영했다. 서초동이나 대기업이 몰려 있는 광화문 일대에 본사를 두고 판교 정도에만 분사무소를 운영하며 ‘평판’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기존 대형 로펌들의 방식을 과감하게 깬 것이다. 

 

그 덕분에 YK의 2024년 매출액은 1547억 원을 기록했는데, 3년 사이 매출이 3배가량 늘었다. 대륜 역시 설립 9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의 벽을 넘어섰다. 1000억 원대 매출은 10대 대형 로펌의 평균 매출과 같다. 무한 경쟁으로 정체된 국내 법률 시장에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서초동의 대세 로펌이 된 법무법인 YK와 대륜. 하지만 최근 전략이 다소 바뀌었다. 올해 신규 분사무소를 내지 않기로 한 것. 대륜은 분사무소 통폐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만 각각 97%, 61%에 달하는 등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사건 선임이 증가하는 것보다 마케팅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YK와 대륜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시장에 쏟아지자 전국 각지 분사무소에 변호사 1~2명씩 배치하는 방식으로 저렴하게 변호사를 고용하고 저렴한 가격에 사건을 수임해 싹쓸이해왔다. 이들의 방식이 ‘수익성 악화’라는 벽에 부딪힌 것 아니겠냐”며 “최근 두 로펌 모두 다른 대형 로펌들처럼 기업 사건 중심으로 가려고 분사무소 모델에 덜 힘을 쓰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YK와 대륜은 ‘전관’을 잇따라 영입해 대형 로펌의 구색을 맞추기 시작했다. YK의 경우 지난해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배성범 전 고검장을 영입했고, 서울고법 판사를 지낸 광장 출신 이인석 변호사와 SK 이혼 소송을 맡은 상속법 전문가 배인구 변호사 등도 합류했다.

 

#부티크 로펌도 ‘몸집’ 불리기

 

전관 출신 중심의 부티크 로펌들도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서초동의 대표적 전관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와 평산은 합병을 결정했다. 서초동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판사 출신 이광범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와 윤웅걸 전 검사장이 중심이 돼 설립된 법무법인 평산은 지난달 말, 전략적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LKB가 280억 원, 평산은 200억 원 상당이고 변호사 수는 LKB가 60여 명, 평산이 50여 명 규모다. 두 법인이 합병하게 되면 매출 규모는 500억 원 수준, 변호사 100명이 넘는 15위권 중대형 로펌 ‘LKB평산’이 등장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합병’이라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이광범 LKB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합병 논의는 변호사들의 생존 문제에서 출발했다”며 “매년 17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는 현실에서 현재의 업무 방식만으로는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윤웅걸 평산 대표 역시 “변호사 수의 증가로 인해 대형 로펌과 중형 로펌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합병을 통해 5년 내 5위권 로펌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검사장 출신의 중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대기업 사건을 수임하지 않으면 매출이나 변호사 고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부분의 기업 사건은 그동안 자문 등을 통해 거래를 해왔던 대형 로펌들에게 많이 간다”라며 “변호사 40~50명 있는 중형 로펌들이 국세청이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같은 곳에서 나온 전문위원들을 쓰면서 꾸준하게 자문을 할 수는 없다 보니 자문 중심의 대형 로펌들만 매출이 더 상승하고 중소형 로펌들은 전관 효과가 사라지면 사건 선임도 줄어들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LKB와 평산에 합병 제안을 받은 바 있는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검찰의 기소 결정, 또 법원의 재판까지 형사 사건의 경우 단계마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한 로펌 안에서 이를 다 수임하려면 전관의 폭이 다양하고 전문성 있는 변호사들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분사무소 형태의 네트워크 로펌이나 전관 효과를 앞세운 부티크 로펌이 최근 10년간의 성공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그 방식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최근 로펌들의 행보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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