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도, 사회주택도 관련 공약 안 보여…시민사회 "정책 평가조차 불가능"
[비즈한국]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주택’ 사업이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주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전세사기 등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주택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간사업자가 위탁운영을 맡는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된다. 비즈한국은 10년을 맞은 사회주택의 문제점과 제도적 한계를 짚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주거 정책’이 핵심적인 의제였다. 장기공공임대 공급, 주거복지 확대 등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공공주택과 관련한 공약을 내걸었다. 윤석열, 이재명, 심상정, 안철수 후보 모두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특히 21대 대선에도 출마한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기존 임대주택뿐 아니라 ‘사회주택 활성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3년이 지난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 공약에서 주거 정책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통령 후보 6인의 공약서, 선거공보물 등에서는 ‘사회주택’이라는 말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5월 29일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42개 시민단체는 21대 대선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 비해 주거·부동산 공약이 부실한 점이 지적됐다. 이날 좌담회에서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대선이 6·3 무주택자의 날에 치러지지만, 지난 대선에 비해 주거·부동산 공약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정책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재명 후보는 공약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쪽방촌에 대한 공공주택사업 추진 등을 약속한 것은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김문수 후보는 민간주택 공급, 세대별 주택공급 및 지원, 지방 주거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재탕한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됐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강조하는 이준석 후보는 정작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차 관련 공약이 없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권영국 후보는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계속 거주권 보장,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녹색 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공급 계획을 밝힌 점이 다른 주요 후보자들과의 차별점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주거 정책’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비즈한국에 “우선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너무나 추상적인 공약만 있다. 그래서 공약을 평가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사회주택은 사회적 경제 주체를 포괄한 정책이 수립될 거라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선 이후 사회주택 정책이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나라살림연구소가 5월 28일 공개한 윤석열 정부 공공임대주택 예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5년도 예산은 2022년 대비 7조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가 전체 주택 호수 대비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OECD 평균인 8%를 달성하였다고 발표했지만, 세입자가 필요로 하는 3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은 5.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사회주택 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서울시는 사회주택을 추가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공급한 물량만 관리한다는 것인데, 지금도 이 방침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공급을 중단하기로 한 이후 변경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이 끝난 후 사회주택 관련 정책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셈이라 구체적인 정책은 당선 후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21일 한국사회주택협회는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와 정책 간담회를 열고,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협회는 “사회주택은 단순한 주거 공급이 아니라 돌봄, 에너지 전환, 지역 일자리 창출, 공동체 형성 등 다기능적 공공성을 담고 있는 미래형 주거모델”이라고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정책 제안서는 현행 사회주택 정책이 ‘공공토지, 민간시행, 입주자제한’이라는 기본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책 지속성·전담조직·재정지원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사회주택 기본계획 수립 △국토부 내 전담 부서 설치 △사회주택 전용 공급 물량 및 공공택지 비율 확보 △사회주택 특화기금 조성 △공공위탁형 모델 확보 △사회주택법 제정 및 유형의 법제화 △관련 통계 작성 및 주기적 공시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청년, 고령자 가구 등 다양한 계층별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공급과 기존 도심 내 유휴 건물 리모델링, 복합용도 건축 등 새로운 개발 모델의 도입 등도 제안했다. 협회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안정적 공급자로 기능할 수 있는 제도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조기 대선이기 때문에 정책 선거라기보다는 큰 방향성과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세세한 부분들은 추후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들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