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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치료제 상업화 전쟁] ① 박지성 무릎 살린 '기적의 신약' 정체는?

손상된 조직 복구하는 세포치료의 힘…혈액암 넘어 고형암, 자가면역질환 정복 가능성 제시

2026.05.11(Mon) 15:21:49

[비즈한국]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1회 투여로 완치를 내건 세포치료제의 장밋빛 미래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허들을 넘어 신약으로 허가받는 것보다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상업화의 벽이 더 높다. 깐깐한 인허가 규제, 좁은 비급여 시장의 한계, 취약한 소모품 공급망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업계가 직면한 상업화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본다.

 

지난달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저녁 8시 40분.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레전드 선수로 구성된 OGFC 소속으로 경기장을 밟았다. 그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 레전드와 ‘OGFC: THE LEGENDS ARE BACK’ 레전드 매치에 교체 투입돼 약 8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박지성은 현역 시절 두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았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는 한 경기를 뛰면 사흘간 침대에서 누워 있었을 정도로 무릎 통증을 안고 살았다. 지난해 9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선 축구대회 ‘아이콘매치’에서도 약 55분을 뛰고서 “한 2주 정도 절뚝절뚝 다녀야지”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조차 버거울 만큼 무릎이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박지성이 경기를 마친 후 무릎이 지난해처럼 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다시 뛰게 만든 비결은 세포치료를 활용한 재생 의료였다. 박지성은 이번 경기에 앞서 과거 FC바르셀로나의 주장을 지낸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이 수술과 재활을 한 스페인 병원을 찾아 무릎 안쪽과 외부 반월판에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재활치료를 했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손상된 조직을 근본적으로 복구하는 세포치료제는 스포츠 재활을 넘어 암과 희귀질환을 정복할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전 축구 국가대표였던 박지성이 지난달 19일 수원 삼성 블루윙즈 레전드와 ‘OGFC: THE LEGENDS ARE BACK’ 레전드 매치에 교체 투입돼 활약하고 있다. 박지성은 이 경기에 뛰기 위해 스페인 병원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재활치료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줄기세포부터 CAR-T까지…세포로 병을 고친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항체치료제가 주도하고 있다.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는 1세대 화학항암제의 독성 부작용을 넘어, 특정 암세포나 질병 원인만 정밀 타격하는 표적 효과를 앞세워 대세로 자리잡았다.

 

세포치료제는 이 항체치료제의 뒤를 이을 3세대 치료제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거나 유전적으로 조작해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환자 맞춤형 의약품이다. 질병 인자를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세포치료제는 체내에서 스스로 증식하며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하기 때문에 단 한 번 투여해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세포치료제에는 줄기세포치료제와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NK(자연살해)세포 치료제 같은 면역세포치료제 등이 있다. 줄기세포치료제는 박지성이 받은 치료처럼 손상된 연골이나 조직을 재생하는 데 특화됐으며, 면역세포치료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에서 CAR-T 치료제는 암세포만 목표하도록 개조한 유전자를 환자의 면역 T세포에 장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도록 설계했다. 단 한 번 투여로 말기 암 환자를 거의 완치할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도 불린다.

 

세포치료제가 기존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자가면역질환으로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생성형AI

 

#2030년 23조 원 시장…연평균 18%씩 성장

 

세포치료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포치료제 시장은 2024년 65억 4000만 달러(9조 6060억 원)에서 2030년 174억 6000만 달러(25조 6452억 원)로 연평균 17.8% 이상씩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의약품의 연평균 성장률 8.5%, 합성의약품이 5.6%인데 이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모달리티인 ADC(항체-약물 접합체) 치료제의 연평균 성장률 10.49%보다도 높아 차세대 제약산업 패러다임이 세포치료제로 옮겨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다. 지난해 세포치료제 매출 기준 1위는 존슨앤드존슨(J&J)·레전드바이오텍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카빅티’로 약 19억 달러(2조 7902억 원) 수준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거대 B세포 림프종(LBCL) 치료제 ‘예스카타’가 약 15억 달러(2조 2025억 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LBCL 치료제 ‘브레얀지’가 13억 5800만 달러(1조 9942억 원)로 뒤따르고 있다. 상용화된 지 10년이 채 안 됐는데 다수 품목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반열에 오를 정도로 세포치료제 시장은 각광받고 있다.

 

세포치료제의 영역이 기존 혈액암에서 고형암, 자가면역질환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시장 팽창 속도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포치료제는 그동안 고형암 특유의 견고한 방어벽을 뚫기 어려운 한계 때문에 전체 암 환자의 약 10%에 불과한 혈액암 치료제로만 활용됐다. 그러다 2024년 2월 아이오반스의 ‘암탁비’가 피부암의 일종인 진행성 흑색종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최초의 고형암 세포치료제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위암, 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등에 CAR-T 치료제를 투여한 중증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환자들이 수개월 만에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를 계기로 세포치료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되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큐로셀(왼쪽)은 국산 1호 CAR-T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바이젠셀은 1호 첨생법 치료계획 승인 사례에 활용될 치료제 공급 기억으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사진=각사 제공


#국산 1호 CAR-T 치료제 등장, 첨생법 1호 치료계획 승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무릎 골관절염을 타깃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하고, 메디포스트, 네이처셀 등이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준비하며 상업화의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 GC셀의 NK세포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미국 관계사 아티바도 올 하반기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환자 투여를 시작해 2029년 신약 허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상업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현재 보험급여·약가 협상 진행 단계에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될 전망이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등 글로벌 제약사의 치료제에 의존하던 국내 환자들이 국산 기술로 만든 ‘원샷’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세포치료제 상업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2월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에 따른 제1호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 승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이번 치료계획 승인을 통해 정식 품목허가 전임에도 바이젠셀의 세포치료제 ‘VT-EBV-N’을 활용해 EBV(에프스타인-바 바이러스) 양성 림프종 환자 15명을 치료할 예정이다. 환자 1인당 치료비는 약 7620만 원으로 책정돼 신약 허가 전이어도 제한적이나마 매출을 올릴 길이 열린 셈이다.

 

원샷 완치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제에 대한 기대치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안착하려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여전히 높은 규제 문턱과 제조 공정의 어려움 등은 넘어야 할 선결 과제로 꼽힌다. 이제 제약바이오 업계 앞에는 ‘어떻게 고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현실의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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