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약한 여행사들 "여름 휴가 시즌이 고비", 항공업계는 이미 무급휴직 들어가
[비즈한국]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나와 겨우 기지개를 켜던 여행·항공업계가 다시 한번 가혹한 시기를 맞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고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업계를 힘들게 하는 것. 항공업계는 항공유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위기를 맞이했고, 여행업계는 해외여행을 가는 고객들이 줄어들면서 한산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외국 자본까지 들어와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악재가 덮쳐,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고환율, 고유가 직격탄
여행사들은 고환율과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견 여행사 교원투어는 급기야 주4일제 카드를 꺼내들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교원투어는 오늘(5월 11일)부터 다음달 말(6월 30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방식의 주 4일제 시행에 들어갔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류할증료가 인상된 데 따른 대응이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게 여행업계 반응이다. 이미 지난 4월부터 환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개점휴업 분위기였던 것. 그나마 5월 초 출발 상품은 유가 상승 전 미리 항공권을 끊으려는 수요가 3월 말까지 몰리면서 영향이 덜했지만, 4월 초부터 주로 팔리는 5월 말 이후 상품은 예약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통상 5월부터 8~9월 성수기까지가 여행업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즌”이라며 “여름 휴가 시즌이 있어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겠지만 항공업계 역시 고유가에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체력이 약한 여행사들은 여름 휴가 시즌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항공업계도 이미 무급 휴직
항공업계는 이미 무급 휴직을 실시 중이었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은 객실 승무원 희망자를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무급 휴직을 하기로 했고, 티웨이항공 역시 이미 지난달부터 5~6월 두 달간의 무급 휴직을 신청받았다.
운항 노선도 축소해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감편 규모는 왕복 기준 총 900여 편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전체 운항 편수의 4%에 해당하는 187편을 줄였고, 진에어는 푸꾸옥·괌 등을 중심으로 이달까지 176편을 감축했다. 이 밖에 에어부산(212편), 이스타항공(150편), 에어프레미아(73편), 에어서울(51편) 등 LCC 업계는 운항 횟수 축소로 ‘위기’를 버티려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중동 전쟁 이후 오는 7월까지 프놈펜·이스탄불 등 6개 노선에서 왕복 27편의 운항을 줄였다. 대한항공은 아직 이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비상경영체제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항공유 가격이 이란 전쟁 이후 2.5배 이상 급등한 탓이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로 집계됐다. 두 달 전 평균 가격인 갤런당 204.40센트(배럴당 85.85달러)보다 150.1%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 유가가 항공사 경영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3050만 배럴인데, 유가가 1달러 변동할 때마다 약 3050만 달러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물론 항공사는 이를 고객에게 다시 전가한다. 그러나 항공사의 운행 축소는 결국 여행사들의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
여행업체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여행업계는 코로나 시기와 맞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당시에는 정부 지원금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중국 기업들의 참전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고금리와 고물가,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