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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서 공개된 애플의 새 AI 시리 "똑똑한 비서보다 눈치 빠른 비서"

기기 경험, OS 아닌 AI 중심으로 개편…늦었지만 명확한 방향성 제시

2026.06.09(Tue) 15:45:43

[비즈한국] 애플의 WWDC26가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여느 때의 키노트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WWDC는 개발자가 중심이 되는 이벤트인 만큼 오랫동안 이들이 더 나은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운영체제의 기능들, 그리고 개발적인 요소들을 소개하는 데 중심이 맞춰져 왔습니다. 애플이 만들어내는 OS들이 워낙 많다 보니 늘 2시간으로 예정된 키노트 시간은 빡빡했고, 보는 동안에도 숨이 찰 만큼 빠르게 이야기들이 이어져 왔었지요.

 

하지만 올해는 기기별 운영체제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었습니다. 매년 재밋거리인 맥OS의 별명이 가까이에 있는 ‘골든 게이트 브리지(금문교)’라는 걸 설명하는 것 외에는 OS의 기능이 두드러지는 발표는 없었습니다. 대신 애플은 모든 운영체제의 근본을 가다듬었다고 말합니다. 새 운영체제들은 최적화를 통해 더 빠르고 매끄러워졌습니다.

 

올해 WWDC에서 발표된 운영체제는 AI에 맞춰 속도, 최적화 등 다시 근본을 가다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진=애플 제공

 

애플은 모든 기기와 운영체제에 대해 CPU 스케줄러를 완전히 새로 설계했고, 메모리 사용량 등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을 손봐서 운영체제의 직접적인 반응성을 높였습니다. 당장 화면을 넘기고, 앱 사이를 오가는 동안 눈으로 보이는 애니메이션 효과와 반응성이 높아졌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앱 실행 속도도 30%가량 빨라졌습니다.

 

전체적인 발표는 OS별 기능보다는 AI를 바탕으로 하는 전체적인 경험이 주제가 됐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 보관함을 비롯해 콘텐츠를 불러오는 속도도 70%가량 빨라졌고, 에어드롭으로 파일을 보내는 것도 80% 향상됐다고 합니다. 아이패드에서 파일을 탐색하고 전송하는 속도도 5배나 높아졌습니다.

 

특히 CPU 스케줄러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신 프로세서들은 이미 더 좋아진 CPU 스케줄러를 품고 있지만, 이걸 운영체제에서 다시 가다듬으면서 오래전에 출시된 기기에서도 더 효과적으로 프로세서에 일을 나누어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아이폰의 OS 업데이트는 iOS26에서 쓸 수 있던 모든 기기들에 그대로 적용되어 아이폰 11 이후의 모든 기기에 적용됩니다. 기기가 더 빠릿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는 모두 OS별, 기기별 특징보다는 애플의 모든 생태계를 아우르는 정책으로 이어집니다. 단순히 OS의 발전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런 발표 방식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습니다. 기기마다 각각의 운영체제가 주어야 하는 UX 등 경험의 차이는 있지만 그 안에서 돌아가는 앱은 사실상 하나의 환경으로 통합되었고, 이용자들은 그 앱을 중심으로 기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기 하나하나를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같은 변화를 기기마다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앱 실행 속도나 화면 반응 속도 등 전반적인 최적화가 이뤄졌다. 이는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들이다. 사진=애플 제공

 

#애플 인텔리전스 중심의 경험이 핵심

 

이뿐 아니라 이제 기기 경험의 중심이 OS가 아니라 애플 인텔리전스를 중심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더 이상 OS의 기능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당장 ‘시리’는 이전에는 하나의 기능이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전화부터 메시지, 캘린더, 심지어 애플뮤직까지 모든 응용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운영체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 앱을 실행하고 기능을 찾아서 명령을 내리는 기존 운영체제의 역할을 이제 시리가 말로 대신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상되었던 것처럼 키노트의 대부분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진화, 그리고 새 시리에 집중됐습니다. 애플은 올해 초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구글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언어 모델은 구글의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언어부터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인간의 감각을 반영한 두 번째 버전의 온디바이스 AI 모델이 기기에 반영됩니다.

 

발표의 중심은 구글과 함께 만든 2세대 애플 인텔리전스에 있다. 사진=애플 제공

 

구글과의 협력으로 언어 모델의 정밀도가 높아져 모든 텍스트 영역에서 맞춤법이나 요약 등을 훨씬 정확하게 처리하고, 이미지나 카메라 해석도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로 풀어냅니다. 사진의 불필요한 일부 요소를 지워주는 ‘클린업’ 역시 늘 비교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구글의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확한 처리가 이뤄집니다.

 

결국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대는 1세대 모델로는 해결하기 어려웠고, 애플은 가장 앞서 있는 범용 모델을 기반으로 2세대 인텔리전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의 답을 풀어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완전한 독자 모델을 쓸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갑자기 불어닥친 AI에 대한 방향성은 명확하고, 그 목표를 해내려면 결국 고도화된 모델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답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모델에 기반한 시리도 이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 시리는 ‘시리 AI’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기존의 시리와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정보를 얻습니다. 다만 2년 전에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기기 내부의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모든 입력 내용의 맥락을 이해하고 더 상세하게 답변합니다. 무엇보다 이제 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시리 AI, 맥락 읽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로

 

애플의 발표도 앞서의 OS별 구분이 아니라 각각의 앱에서 시리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위주로 공개됐습니다. 큰 흐름은 대화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하는 데 있습니다. ‘월드컵 개막과 경기 일정이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은 ‘그날 경기를 하는 두 팀 국가의 대표 음식이 뭐지?’라는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적절한 음식 목록을 만들고, 시간과 함께 단체 채팅방의 멤버들에게 응원 파티를 오라는 초대 메시지를 보내는 것까지 이어지는 식입니다.

 

시리는 대화를 통해 결국 원하는 일을 해내는 에이전트 AI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사진=애플 제공

 

메시지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애플 인텔리전스는 맥락을 읽어서 특정 메시지의 내용을 캘린더에 넣을지, 혹은 메모로 따로 저장할지 판단합니다. 시리 AI의 핵심은 결국 ‘행동’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모든 행동은 결국 정보를 찾아서 어떤 목적으로 하는 일을 해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시리 AI가 바라보는 방향성 역시 최종적으로 무엇을 할지에 집중합니다.

 

때로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게 작동합니다. 보통 항공사에 전화를 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죠. 예약이나 탑승 스케줄 변경, 자리 예약 같은 것들일 텐데, 애플 인텔리전스는 이미 아이폰에 담긴 모든 메시지와 이메일, 일정 정보를 색인해 두기 때문에 예약 정보를 갖고 있고, 항공사에 전화를 거는 순간 일정과 예약번호 등 상담에 필요한 정보를 바로 화면에 띄워주는 식이지요.

 

사용자가 항공사에 전화를 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예약 정보를 앞서서 화면에 띄워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진=애플 제공

 

아직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시리 AI는 결국 에이전트 AI의 길을 가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시리 AI는 권한을 받은 모든 앱들의 뒤에서 모든 정보와 행동을 눈여겨보고 적절한 순간에 어떤 행동을 제안하는 식입니다. 더 나아가면 최근 맥에 설치해 스스로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는 ‘오픈클로’ 같은 식의 에이전트 AI 역할을 끌어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구글은 ‘제미나이 스파크’로 온라인에서 그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결국 이를 모두 기기 내부에서만 처리하게 될 것이고, 이번 애플 인텔리전스와 시리 AI로 그 과정의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습니다.

 

#늦었지만 명확한 방향, ‘애플다운’ 경험 만들 시기

 

애플 인텔리전스, 그리고 시리는 이제 사람들의 기대치에 가까이 올라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어는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와 시리 AI는 한국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어로 작동하게 되지만, 곧바로 공개된 개발자 베타 OS를 비롯해 정식 배포되는 올가을에는 미국에서 영어를 쓰는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후 여러 언어로 확대되는 식입니다.

 

애플은 딱 2년 전 이 자리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와 시리를 공개했지만 그게 현실이 되기까지는 기대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만큼 AI는 쉽지 않은 일이고 애플은 그 상당 부분을 혼자, 그리고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려는 큰 목표를 세우면서 험난한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키노트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라기보다 애플이 오랫동안 인공지능으로 하려던 일들이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기기의 성능과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 기술만으로는 완벽하지 못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애플이 늦었다’는 평가는 분명하지만 애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글의 모델을 적용하는 것처럼 어떤 방법으로든 가야 할 길 자체는 명확합니다. 물론 당장 이번 OS27에서 보여줄 시리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AI 경험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방향성과 재료는 준비되었고, 이를 처리할 강력한 프로세서들을 지닌 기기들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애플다운 방법으로 AI를 보여줄 차례입니다. 중요한 건 ‘애플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적절한 기술로 편리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에 있습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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