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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전기 먹는 하마’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유치, 득실 따져보니…

전력·용수·소음 문제로 미국선 기피…글로벌 빅테크 ‘임대 기지 전락’ 우려도

[비즈한국] 정부가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인프라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두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물·전기와 같은 자원을 과도하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과소비 문제로 데이터센터 건립에 제동이 걸리는 추세인 반면, 한국만 적극적인 유치 기조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29년까지 1단계로 8.4GW 규모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035년까지 10GW를 추가해 최종적으로 총 18.4GW 수준으로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별로는 1단계에서 SK가 울산에 1GW, GS가 강원 동해에 2.4GW, 네이버가 세종에 1GW 규모 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단계 시기에서는 SK가 권역별 추가 입지를 검토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정부가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시각을 반긴다. 

정부가 제시한 전력 지표를 뜯어보면 이번 증설 계획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지 확인된다. 현재 대한민국 전역에 설치돼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용량은 다 합쳐봐야 2GW 수준이다. 국내에서 단일 규모로 가장 크다고 평가받는 네이버의 ‘각 세종’ 데이터센터마저 현재 용량은 47MW 수준이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국가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의 4배가 넘는 인프라를 불과 3년 남짓한 기간인 2029년까지 새로 짓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자체 서비스 부족한 한국, 빅테크 임대기지 전락 우려

과연 한국에 이토록 막대한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존재할까. 전문가들은 국내 시민과 기업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주요 AI 서비스가 이미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욱이 이번 메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SK나 GS 등은 자체적인 대형 AI 서비스를 대중에게 전개하는 기업이 아니다. 결국 이들이 구축하려는 데이터센터는 자체 수요 충당이 아니라, 공간과 전력을 빌려주는 임대 방식의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SK가 울산 미포 산단에 추진 중인 1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역시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결합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에서 급히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기업이 전력 공급이 안 되니까 한국으로 넘어온다”며 “한국이 전력이 되면 오겠다며 미국 기업이 의사타진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했다.

정부는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대한민국 정부 보도자료

미국은 기피 vs 한국은 적극 유치

이 같은 적극적인 유치 기조는 최근 미국에서 거세지는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움직임과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내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자원 고갈을 우려한 지자체와 주민들이 강력한 건립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부 주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사례도 잇따른다.

사회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71%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반대 의견의 50%는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자원 소비를 지적했으며, 엄청난 전기 소모와 냉각용 수자원 고갈을 가장 큰 우려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 역시 이러한 대규모 유치가 전력과 용수 부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원전 건설에는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기가와트(GW) 급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결국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소의 가동률을 끌어올릴 명분을 주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제시된 3년 안에 8.4GW 데이터센터 건립은 전력과 물 사용에 대한 고려 없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계획이고, 심지어 지난 5월까지 논의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한국의 AI 발전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고 해외 빅테크가 사용할 데이터센터를 위해 낮은 전기료와 토지, 용수 공급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며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정치권과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유치를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기계 중심으로 24시간 가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시 운영에 필요한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산업에 속한다. 지역 재정에 도움이 되는 세수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고양시의회가 관내에서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3곳을 대상으로 행정사무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지자체에 내는 연간 세수 기여액은 다 합쳐봐야 약 7억 7000만 원에 그쳤다. 주민들은 소음과 열섬 현상, 송전로 건설 갈등을 감내해야 하는 반면 실질적인 지역 경제 기여도는 낮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낮은 고용 기여도 논란 속 ‘국가 전략적 관점 필요’ 항변도

반면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시너지, 전·후방 AI 기술 생태계 고도화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반도체 산업과 강력한 연계성을 지닌다고 평했다.

김성환 장관은 3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 행사 직후에 “AI 데이터센터의 고용 창출 문제만 놓고 보면 기계가 움직이는 것이고 사람 고용은 많지 않으니 꼭 유치해야 하느냐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AI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인공지능 시대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인프라인데 그 두뇌에 한국의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칩은 수출 상품으로 팔고 데이터센터는 고용 창출이 적다고 해서 안 하겠다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반도체 칩과 AI 데이터센터는 사실상 한 몸처럼 보는 게 맞고, 물과 전기를 어떻게 잘 공급하면서 AI 혁명 시대를 맞이할 것인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단순히 건물과 서버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 전·후방 산업 생태계 고도화 및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구축하면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기술뿐만 아니라 고도화된 전력 및 냉각 솔루션 장비 기술이 함께 성장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한국 영토 내에 데이터센터를 두어 오히려 통제력을 확보하고, 국민과 기업이 AI를 연구하고 개발할 물리적 환경을 선점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주민 수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그린 데이터센터 원칙’의 수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의 경우 오는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엄격한 기준을 이미 세워두었다”며 “한국도 단순한 전력 퍼주기식 유치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에너지 효율 규정,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동의 절차 마련 등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정립해야 국가적인 자원 고갈과 계통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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