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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안 해요” 코스피 6000 열풍 비켜간 청년들의 선택

수익 기회보다 원금 보전과 자기계발 우선…청년들 "지금 필요한 건 투자 종용 아닌 안정된 환경"

[비즈한국] “주식 안 하세요?”

김 아무개(23)는 주변에서 종종 “주식 안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주식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왜 아직도 안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김 씨는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강요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주식 투자가 하나의 ‘뉴노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한 청년이 대학교 내에서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재은 인턴기자
한 청년이 대학교 내에서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재은 인턴기자

“주식 왜 안 하세요?” 투자 종용하는 사회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1억 개를 돌파하며 ‘전 국민 투자 시대’가 본격화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증권 3사(미래에셋·KB·NH)의 신규 개설 계좌 절반(50.9%)을 10~30대의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만큼 벌었다’라며 투자 수익 자랑 글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청년 세대 내 강력한 ‘투자 압박’으로 이어진다. 직장인 오 아무개 씨(26)는 주변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시장에 들어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한 지인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며 주식을 시작했다가 고점에서 매수해 손실을 본 일을 떠올렸다.

이런 현상은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사회초년생 신 아무개 씨(26)는 처음에 주식을 시작할 생각이 없었다. 마련해둔 초기 자금도 없었고, 주식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파르게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이렇게 월급만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5억 원을 넘어섰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39세 이하 무주택 가구는 2015년 이후 최대치인 361만 2321가구에 달한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청년층에게 주식이 사실상 '마지막 사다리'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광풍 속에서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 씨(23)는 실습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 초등학교로 실습을 나가게 되면 수업 준비와 자료 정리까지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그는 “주식을 시작하면 온 신경이 차트의 등락에 쏠려서 일상을 해칠 것 같다”며 “지금 내 일과 삶에 온전히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고 아무개 씨(24)는 냉동공조 자격증과 토익 시험을 준비 중이다. 거기다 2급 기관사 면접도 앞둔 상태다. 올해 안 취업이 목표인 고 씨는 공부에 열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적, 시간적 손해가 클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주식과 도박이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불안정한 수입원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며 “원금이 손실되기보다는 은행 이자 같은 안전 자산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식 대신 자기계발을 선택한 청년도 있다. 사회 초년생 정 아무개 씨(25)는 퇴근 후 주식 앱을 보는 대신 영어 학원을 찾았다. 동료들이 차트의 등락에 일희일비할 때, 그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쪽에 시간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는 “어설프게 투자해서 돈을 잃느니 전문성을 키워 근로소득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일부 청년들은 변동성이 큰 자산 시장 대신, 안정적인 소득과 자기 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다.

일부 청년들이 안전 자산과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일부 청년들이 안전 자산과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필요한 건 ‘투자 기회’보다 ‘계획 가능한 환경’

일부 청년들이 안전 자산과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의대생 권 아무개 씨(22)는 주변의 투자 권유에도 흔들림이 없다. 권 씨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러한 청년들의 외면은 향후 심각한 자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 금융자산 특징과 소득별 격차 실태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청년기에 형성되는 금융자산 규모와 운용 방식의 차이가 향후 더 심각한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청년들이 경제적 소외를 겪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자산 형성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투자 기회나 일시적인 지원책이 아닌, 노력이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예측가능한 구조’다. 권 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전 세대는 저축만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속받은 초기 자본이 없다면 시작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현 사회를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단순한 투자 장려책보다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청년들이 장기적인 경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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