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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통사고 발생! 백예린 찬양해

2016.08.09(Tue) 12:02:19

우연하게 <스케치북>을 봤다. 씨스타의 컴백무대를 보기 위해서였다. 씨스타의 아름다운 자태와 그 자태를 매의 눈으로 보는 유희열을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도 못한 사고가 있었다.

덕. 통. 사. 고. 
같은 날에 나온 백예린한테 그만 덕통사고 당해버렸다. 백예린은 그날 Sia의 ‘Chandelier’와 첫 솔로 디지털 싱글 타이틀곡인 ‘우주를 건너’ 그리고 신곡인 ‘Bye bye my blue’를 불렀다.

노래가 미쳤다. 라이브 세션과 함께한 ‘Bye bye my blue’의 맛은 갓 만든 맥도날드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를 한 입 물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치킨패티의 향보다 진했다. 지금은 잊힌 카카오 98% 초콜릿보다 달콤씁쓸했다.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가수 백예린. 출처=JYP엔터테인먼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는 목소리보단 음색이다. 백예린의 아름다움은 바로 음색이다. 백예린보다 고음이 잘 나오고, 저음이 잘 나오고 감정표현을 잘하는 가수는 있지만 백예린의 음색을 대체할 가수는 없다.

가수가 무대를 장악하는 순간은 여럿 있다. 자신만의 무대매너로 관중을 휘어잡거나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고음역대를 뽐내거나 자신만의 그루브를 뽐내며 무대를 점령할 수 있다. 

백예린은 음색 하나로 무대를 잡아먹었다. 피아노 베이스, 기타, 피아노 건반 소리, 관객의 박수소리 하나하나가 그녀의 음색을 위한 조연이었다. 그녀가 서있는 무대의 시청각적 모든 미장센이 그녀 하나를 위해 존재했다. 몸을 나풀대며 가사를 읊을뿐인데 모든 무대요소가 그녀를 위해 존재하듯이 보였다.

곰곰이 생각했다. 왜 백예린의 목소리가 좋은지. 악동뮤지션 수현의 목소리, 여자친구의 유주 목소리, 이소라의 목소리도 좋은데 왜 내 머리 속에선 백예린의 목소리가 머무르는지.

아, 찾았다. 백예린은 ‘숨소리’와 ‘떨림’을 되게 잘 쓴다. 악동뮤지션 수현은 가사 사이의 숨소리가 거의 없다. 깔끔하다. 근데 백예린은 숨소리를 제거하지 않는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쉼과 숨, 들숨과 날숨이 노래에 잘 녹아 있다. 떨림 역시 마찬가지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성대의 떨림이 가사에 스며들어 노래로 나온다.

백예린의 ‘Bye bye my blue’의 많은 가사가 ‘여’, ‘요’, ‘어’로 끝난다. 울림소리로, 성대의 떨림이 전해지는 단어다. 백예린의 강점인 숨소리와 떨림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라이브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숨소리와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니, 관객 입장에선 마치 ‘내 귓가에 대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온다. 마치 라디오에서 DJ가 내게 말하는 듯한, 그런 ‘가까움’을 제공하는 것처럼 백예린의 무대는 관객과 가깝다. 

가수들에게 작사는 자기고백과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자기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고 그 메시지가 관객의 세계관에서 더욱 더 커져 가수의 통제를 벗어날수록 좋은 가사다. 좋은 가사는 좋은 메시지를 갖고 있고, 좋은 메시지는 대개 창작자가 제어하지 못할 만큼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코난 도일이 수많은 셜로키언을 만들고, 이소라의 가사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처럼 말이다.

백예린에게 가사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백예린의 무기인 음색과 음색을 뒷받침하는 숨소리와 떨림을 제대로 전달해주는 도구다. 그녀의 가사는 제어하지 못할 만큼 강한 생명력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목소리에 빠지게 하는 강한 마력을 갖고 있다. 적당히 자기 고백적 내용과, 본인의 강점에 공명해주는 단어들까지.

아, 백예린 너무 좋다. 골방에 가둬두고 음악만 만들게 하고 싶다.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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