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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삼성법’은 여론용? 법제화 가능성 따져보니

상임위에 ‘장학생’ 한 명씩만 심으면 통과 절대불가

2016.12.16(Fri) 11:27:23

지난 12월 14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 시작 직후 특조위 간사로 나선 야당 의원들이 이 아무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맹폭을 퍼부었다. “청문회를 방해하려는 듯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이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도의도 없는 것이냐”며 반박했지만, 결국 특조위 간사를 사퇴했다. 그는 1차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나선 재벌 총수들 중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고령으로 힘드니 일찍 귀가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는 국회의원이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 수도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최초 단계 상임위 소위에서 ‘만장일치’ 이뤄야

 

법률안 통과의 첫 관문은 해당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다. 사진=우종국 기자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상임위원회 내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1차 심의를 거치게 된다. 상임위는 20여 명으로 구성되는데, 법안소위는 7~8명이다. 법안심사의 가장 큰 관문은 법안소위로 꼽히는데, 대개 법안소위에서 만장일치가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만장일치’는 법률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법안 심사 각 단계에서 의결은 국회 본회의 의결 정족수와 동일하게 ‘과반수 참석과 과반수 찬성’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만장일치가 안 되면 표결에 부친다. 그러나 대부분 만장일치로 통과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만장일치가 될 정도로 합의가 되지 않으면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실은 “만장일치로 소위를 통과하면 대부분 본회의까지 가서 통과된다”고 말했다. 만장일치는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해당 법안에 특정 이익단체의 이권이 걸려 있다면,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한 명만 ‘우군’으로 만든다면 법률안 통과를 논의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재계의 이익이 걸린 상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정되는데, 해당 위원회의 새누리당 의원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김 아무개 의원 등이 있다. 

 

최근 삼성그룹의 승계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이 ‘인적분할’과 ‘자사주의 마법’이다.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지만, 인적분할 시에는 자사주가 분할된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갖게 되는데,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인적분할이란 회사를 분할하되, 분할된 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동일한 비율(지분율)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자사주 1주도 엄연한 주식이므로 분할된 회사의 주식이 배분된다. 예를 들어, A 회사가 B와 C의 두 개 회사로 나눠질 경우, 분할 전 회사에 자사주가 있다면 인적분할된 두 회사는 서로 자사주만큼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런 자사주의 마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법 및 공정거래법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박용진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상법 개정안(의안번호 2000837), 박영선 의원 등이공동발의한 상법 개정안(의안번호 2000106) 및 법인세법 개정안(의안번호 2000118), 제윤경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안번호 2003845)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거나,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거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반삼성법’은 통과보다는 ‘여론전’용?

 

법률안의 진행과정을 보기 위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해당 법률안이 상정된 법제사법위원회의 11월 8일 회의록을 살펴봤다. 박영선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상법 개정안과 박용진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 아무개 전문위원은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한 현행 상법의 시행 경과와 회사의 재무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 허용한 취지 및 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영선 의원안 중 자사주 처분을 제한해 재벌 세습 악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최근 있었던 삼성물산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을 경험했듯이 투기자본들이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탈취를 노리고 있는 점을 볼 때 자사주 매각을 방어하는 수단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기업 규제 법안들이 쏟아지며 규제 폭포와 같은 상황이라 표현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심의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법안소위에 한 명만 반대해도 통과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 각 상임위 법안소위에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의원 한 명만 심어 놓으면 되겠다’고 하자 그는 “그렇다. 청문회의 그…”라고 대답하는 순간 두 사람의 입에서 같은 이름이 나왔다.

 

앞서의 새누리당 의원이 언급한 대로 20대 국회 들어 기업 규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앞서의 보좌관은 “그럼에도 꾸준히 법안을 발의해야 사회적 이슈를 만들 수 있다”라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애초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낮아 보여 여당 당대표가 ‘장을 지지겠다’고 할 정도였으나, 국민 여론이 국회를 움직여 탄핵을 가결시킨 바 있다. 재벌 세습을 막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결국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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