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해부터 역에서 휴대용 충전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미성년자는 이용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성년자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이기에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피스팟’ 서비스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5~8호선 이용객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휴대폰 충전기 무료 대여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26일 첫 설치 후 현재 152개 역에 157대가 운영 중이다. 이용방법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회원가입을 하고 역내 설치된 무인 대여기를 통해 기기를 빌리면 된다.
대여 후 3시간까지는 무료이며 이후에는 지연금이 부과된다. 지연금은 3시간 초과 시 1000원, 12시간 초과 시 3000원 등의 방식으로 시간에 따라 누적되며, 반납이 7일 이상 늦어지면 분실로 간주해 기기 변상금 3만 4650원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이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해피스팟 이용약관 제5조 2항은 ‘운영자는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신청하였을 때 회원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성년자 역시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임에도 별다른 설명도 없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 것이다. 청소년은 휴대폰 충전기 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대라 아쉬움이 크다.
한 지하철 이용객은 “보호자 인증을 한 다음 미반납 시 보호자나 그 대여자에게 연락이 가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19세 미만은 회원가입 자체를 막아 놓은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미성년자들의 절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절도 위험은 성인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원가입 후 대여하는 시스템이기에 대여자의 신분도 확실히 파악되는데 이용 자체를 막아놓을 필요가 있나 싶다”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 확실하게 공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객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이것저것 고려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막아놓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용조항을 공동으로 정한 서비스 운영업체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연금 문제 때문에 미성년자 이용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해피스팟 운영업체 ‘프리비 솔루션’ 관계자는 “청소년은 금액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전화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시스템 안정화에 매진하는 중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지만 추후 미성년자 이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도 “청소년 이용은 지연 반납금 징수 어려움 때문에 일단 막아 놓았다”고 밝혔다.
지연금을 부과하는 다른 공공 대여 서비스들은 해피스팟 서비스와 달리 미성년자의 이용을 제한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는 해피스팟처럼 모바일로 자전거를 대여하는 서비스다. 지연금은 1시간 초과 시 30분당 1000원으로 해피스팟보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회원가입 시 신분 확인이 가능하고 미성년자의 경우 가입 단계에서 부모(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기 때문에 만 15세 이상에서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비즈한국’ 취재 중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운영업체와 함께 청소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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