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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손발 묶인 대형마트 '빅3' 대표들의 생존 전략

'실행갑' 이마트 이갑수 vs '우먼파워' 홈플러스 임일순 vs '젊은피' 롯데마트 김종인

2018.03.07(Wed) 17:53:57

[비즈한국] “대형마트들의 경영전략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치 손발이 묶인 상태여서 전통적인 전략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대형마트 사업은 성장 정체기에 빠졌다. 매년 연초마다 흔히 반복되던 ‘앓는 소리’가 아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유통업계 ‘빅3’​는 올해 신규 출점 계획이 없거나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신규 출점 등으로 몸집을 불린 뒤 ‘규모의 경제’로 마진을 내던 기존의 방식은 더 이상 경영전략으로 볼 수 없다. 한때 ‘​유통 공룡’​으로도 불렸지만 이제는 옛날 얘기라고 는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부의 출점·영업 규제 탓만은 아니다. 소비 흐름이 인터넷,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면서 유통 공룡들의 자리를 급성장 중인 온라인 유통업계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대형마트 빅3 수장들에게 온통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CEO들의 역량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이갑수 이마트 대표

 

신세계그룹은 2016년 10대그룹에 처음 진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순위를 보면, 변동이 없었던 1~9위와는 달리 10위의 주인이 바뀌었다. 한진그룹이 13위로 밀려났고 신세계그룹이 그 자리를 꿰찼다. 10대그룹 내 순위가 바뀐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들은 신세계의 10대그룹 진입 기반은 ‘이마트’라고 입을 모은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마트의 성장은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신세계그룹이 10대그룹에 진입한 해인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마트 고유 브랜드인 ‘피코크’ 생산이 결정적이었다.

 

이마트는 2014년 3월 취임해 대형마트 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 이갑수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해성 부회장과 공동대표로 머물다 2016년 신세계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단독 대표에 올랐다. 

 

이 대표는 ‘정통 신세계맨’이다. 198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뒤 1999년 이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가전레포츠담당, 판매본부장, 고객서비스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을 갖춘 영업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 신규 사업 개척으로 이마트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사진=이마트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과 함께 오너 일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 이 대표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낸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기획으로 만들어내는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 이마트 고유 브랜드이자 효자 종목으로 올라선 ‘노브랜드’는 정 부회장이 고객 수요 파악을 위해 만든 ‘이마트 비밀연구소’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이 대표는 이마트 비밀연구소 발명위원회 위원장이다. 

 

대형마트 업계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이 대표는 변화의 핵심으로 신규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5조 876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신규 사업 비중은 20.9%를 차지한다. 온라인 8.4%, 트레이더스 12.5%다. 

 

이갑수 대표가 특히 힘을 싣는 사업은 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 분야다. 온라인쇼핑 마트몰 매출은 지난해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목표 투자액도 온라인 등 신규 사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사업에서 이 대표의 역할에 시선은 더 집중 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전체 경영전략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사업에 1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체질개선에 적극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백화점과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유통 통합 플랫폼인 SSG.COM에서 이마트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비중이 큰 만큼 이 대표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밖에 이 대표는 제조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 확보한 다양한 유통채널로 판매에 유리하고, 수직계열화로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개발과 기획을 맡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방식인 ‘노브랜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노브랜드 TV로 제조영역이 확대됐다.

 

# ‘유리천장 깬 여성 CEO​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은 유통업계 최초로 ‘유리천장’을 깬 여성 CEO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대표적인 유리천장으로 통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등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문경영인으로 승진한 사례는 임 대표가 처음이다. 

 

임 대표는 2015년 12월 홈플러스에 영입돼 2017년 10월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1986년 모토로라, 컴팩코리아 등 IT업계에서 1998년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 엑스고 그룹(Exego Group) 등 외국계 유통업계로 영역을 확장했다. 앞서의 업체들에서 재무부분장(CFO)을 맡으며 ‘재무통’으로 평가 받고 있다. 홈플러스에도 CFO를 거쳐 경영지원부문장(COO) 부사장을 맡아왔다.

 

임 대표가 빠르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엔 홈플러스의 실적 회복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홈플러스는 2015년 249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지만, 임 대표 영입 이후인 2016년 3090억 원, 2017년 46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했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대형 유통업계에서 여성 전문경영인 최초로 CEO에 오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사진=홈플러스

 

대표 승진 이후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임 대표는 현재 홈플러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지던 홈플러스 노사 갈등을 풀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임 대표는 근무시간 축소나 각종 상여금,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순수 증액으로 임금을 최대 14.7%(사원 기준)까지 올렸다. 법정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 전체 직원 가운데 75.3%가 두 자릿수(10%)​ 이상의 급여 인상률 혜택을 받는다.

 

대표이사 사장 승진 이후 첫 공식 행보로는 홈플러스 협력사들을 챙겼다. 임 대표는 대·중소기업 협력사 대표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홈플러스의 미래를 설명하고 신뢰와 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유통업은 팀워크의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업종이다.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판매 전략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부터 ‘신선품질 혁신제도’를 도입했다.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던 무상 AS 개념을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신선식품에 도입한 게 주요 내용이다. 가격 대신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임 대표의 의지라는 게 홈플러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이 달걀 한 판을 구매해 한 알만 남겨놓은 상태라도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다른 업계에는 없는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 ‘젊은 혁신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그룹 내부에서 기획과 전략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1990년 S-Oil 경영기획팀에 입사해 2003년 롯데백화점 경영전략팀으로 이직했다. ‘전통 롯데맨’은 아니지만, 기획부문장, 해외사업부문장, 전략본부장, 중국법인장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그는 2014년엔 정기임원인사에서 롯데그룹 최연소 대표이사로 발탁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롯데 그룹 내부에서 ‘순혈’이 아닌 ‘실적’으로 인정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귀띔했다.

 

롯데마트가 중국발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김 대표에게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가 롯데마트 수장에 오른 건 2015년. 당시 롯데마트는 내수는 물론 해외 실적 부진 등 사면초가에 빠져있어, 풍부한 해외사업 현장 경험을 갖춘 김 대표를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지만 중국사업 철수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올 초 롯데그룹 정기인사 직전까지 일각에선 김 대표 책임론이 나왔지만, 결국 자리를 지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유임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김 대표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신임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최연소 대표이사 김종인 대표. 롯데그룹 내부에서 젊음과 과감한 혁신 등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김 대표는 최근 롯데그룹이 ‘뉴롯데’를 표방하며 조직 쇄신에 나선 것에 발 맞춰 롯데마트 기업체질도 바꾸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 캐치프레이즈인 ‘스타트업 2018’을 공개했는데,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벤치마킹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사내 전략회의 등에서 “100년 기업이 10년도 안 된 스타트업에 밀려 위기로 내몰리는 게 시장의 현실”이라며 “아이디어와 이를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하는 타이밍 등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모바일 오피스’ 추진과 예산·결제시스템 변경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롯데마트 일부 부서에서 시범 운영했던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전체로 확대했다. 모바일 오피스는 지정 좌석이 있는 사무실이 아니라 직급과 관계없이 직원들이 필요한 자리에 앉아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달라진 예산·결제시스템은 롯데마트 본사 사업본부 아래 총 372개의 팀에 예산 결재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김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부터 ‘젊다’는 평가가 많았다. 직원들에게 개인 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서나 보고서를 프린트하지 말고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동안 김 대표는 젊음과 혁신을 강조해왔다. 이번 변화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부 시스템 변화와 함께 새로운 경영전략도 내세웠다. 전통적인 대형마트에서 벗어나 새 소비문화를 만든다는 게 새 전략의 핵심이다. 키워드는 ‘건강’. 롯데마트는 최근 신선식품, 가공식품, 일상용품, 밀솔루션(Meal Solution), 홈(Home)부문의 상품 개발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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