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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미·중 무역전쟁 '불씨'는 전기차?

트럼프 '기술이전' 문제 삼아 고율관세 보복…알고 보면 미래 경쟁자 견제

2018.03.26(Mon) 10:11:03

[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행정명령을 통해 50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 부과를 지시했다. ‘관세폭탄’으로 불리는 초강경 보복의 근거가 된 것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작년 8월부터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이른바 ‘기술 도둑질’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빌미가 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기술의 이전을 강요하는 중국에 ‘관세폭탄’을 부과했다. 2017년 11월 방한 당시 국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합작법인 설립 요구사항, 외자 기업 투자규제, 특허사용계약 절차 등을 통해 미국 기업의 기술이전을 강요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중국 내 합작법인이 보유하도록 관련 요건을 규정하는 식이었다. USTR은 “이 같은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기술 가치를 훼손하고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중국은 다른 수많은 기술을 놔두고, 왜 전기차 배터리 기술 습득에 노력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의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흥미로운 책 ‘아시아 투자의 미래’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첫째, 중국 자동차 산업 구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합작 구조이다. 중국은 자국의 자동차 시장을 일찍부터 해외 기업에 개방했다. 여기서 개방이라고 함은 글로벌 기업의 진출을 용이하게 해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강력한 통제책을 동반했다. 해외 기업이 반드시 현지 회사 파트너와 지분을 나누도록 한 것이다. (중략)

 

중국 정부는 자동차시장 개방 초기에 자동차 산업에 대해 두 가지의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낙후된 중공업 기반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자국 자동차 산업이 스스로 성장하기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고 중국 정부는 판단했다. (중략)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자동차 산업을 외국기업에게 개방한 지 20년이 넘은 지금 중국의 자동차 산업 정책은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책 215~217쪽

 

‘인센티브’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중에 언제든지 경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중국 로컬 파트너에게 순순하게 기술을 넘길 해외 합작사가 있을 리 없다. 더 나아가 로컬 파트너들이 대부분 국유기업이었던 것도 문제를 키운 원인이다. 국유기업 경영자들 입장에서 잘못했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대대적인 투자보다 해외 파트너가 들여오는 ‘검증된 모델’을 중국 시장에서 파는 게 당연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시작된 세계적인 ‘전기차 붐’은 중국 정책당국에게 대단히 큰 기회로 다가왔다. 

 

중국이 전기차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아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첫째, 대기 오염 개선을 위해서 전기차 발전이 필수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중국 도시 공기 오염원의 1/3을 차지한다. (중략)

 

둘째,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전기차가 필요하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 자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중국 에너지 회사들의 평균 원유 생산 단가가 글로벌 유가보다 높아서 중국의 원유 자급률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이럴 바에는 원유 생산을 늘리기보다 차라리 원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에너지 안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중국 원유 소비의 45%가량을 차량용 연료가 차지한다. (중략)

 

넷째, 글로벌 산업 경쟁력 관점이다. (중략) 내연차 부문에서 중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틈새는 별로 없었다. 내연차는 100년 더 지난 오래된 기술이다. 그 기술의 핵심인 파워트레인은 이미 독일/미국/일본계 기업들이 철저히 장악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다르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 및 관리 시스템이며, 이쪽이라면 중국 기업이 해볼 만한 게임이다. –책 204~206쪽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전기버스가 런던에서 운행되고 있다. 사진=BYD


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 기존 자동차 회사, 그리고 공급사슬망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연차를 만드는 선두주자들과 격차가 크고 또 그게 좁혀지지 않는다면, 전기차 산업을 키우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의 전기차를 문제 삼는 것은 단순한 ‘기술 이전’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성장하기 전에 이를 미리 견제할필요가있음을느낀데에서출발한것으로도볼수있다. 

 

물론 중국이 가만히 당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당장 미국에서 수입하는 비행기, 그리고 미국산 자동차에 규제를 가하기만 해도 미국이 입을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끝없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전기차’라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두 국가의 갈등이 재연될 여지도 남아 있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2018.3.23) “[미중 무역전쟁] 관세폭탄 빌미된 중국 ‘기술도둑질’ 살펴보니”​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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