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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닮은 듯 전혀 다른' 롯데케미칼 허수영 vs LG화학 박진수

대학동기에서 동종업체 부회장에 올라 매년 업계 1위 놓고 '엎치락뒤치락'

2018.03.28(Wed) 16:16:17

[비즈한국] 화학업계 맞수로 통하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수차례 1위 자리를 주고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지난해엔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2조 9297억 원을 기록, LG화학(2조 9284억 원)을 근소하게 앞서며 2년 연속 영업이익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앞서 2015년엔 LG화학이 롯데케미칼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두 회사는 매년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왼쪽)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더욱이 두 회사의 경쟁은 대학 시절부터 48년지기인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맞대결로도 이목이 쏠린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로 석유화학 전문 CEO(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의 커리어 또한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대학 동기 사이인 허 부회장과 박 부회장이 올해는 영업이익 3조 원 달성을 놓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 우물만 파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총수 부재 돌파구는?

 

지난해 2월부터 롯데그룹 화학BU(Business Unit, 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올 1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회장은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화학계열사들이 실적 호조를 보인 점을 평가받으며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1951년생인 허수영 부회장은 1970년 경북고등학교, 1974년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76년 롯데케미칼의 전신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입사 후 사업부장, 연구소장을 거친 그는 2000년 전략경영과 기술지원, 신규사업 등을 담당하는 이사가 됐다. 2001년 상무, 2004년 전무로 진급해 본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까지 올랐다. 2004년 호남석유화학이 석유화학업체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한 뒤부터는 2008년 케이피케이칼 대표이사 부사장, 2011년에는 사장을 역임했다.

 

허 부회장은 2012년 대표이사로 다시 호남석유화학에 입성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케이피케미칼을 흡수·합병했고, 같은 해 롯데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하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7년 2월 롯데그룹 화학계열사 경영을 두루 챙기는 화학부문BU장에 올라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울러 2015년부터는 한국석유화학협회장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은 롯데케미칼 초대 사장을 맡은 뒤 종합화학회사로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2015년 롯데그룹이 삼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케미칼사업부 등 삼성 화학계열사를 인수하는 작업을 허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은 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으로 간판을 바꿨다. 

 

롯데정밀화학과 롯데BP화학은 인수 첫해인 2016년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쳐 3677억 원을 내는 등 롯데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선 허 부회장이 롯데그룹 화학BU장에 오르는 데에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이끌었고 이 회사들을 롯데그룹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허 부회장은 본업인 석유화학사업에 승부를 걸고 원료 다변화와 생산기지 다변화에 주력해왔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올레핀 판매금액이 전체 88%에 달한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원유나 석탄을 분해해 얻을 수 있는 기초 원료다. 허 회장은 또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와 계열사 롯데정밀화학까지 총괄해 화학 분야에 집중했다. 덕분에 롯데케미칼은 업계 호황에 힘입어 2016년부터 2년 연속 LG화학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아울러 2016년부터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진행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분해설비(ECC) 건설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는 등 화학 부문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북미 에탄크래커 합작 사업, 여수공장 에틸렌 설비 증설 등이 마무리되면 주력 제품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아시아 1위, 세계 7위 수준인 약 45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허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재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 또한 안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몰려 있다.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 등 수반되는 해외사업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가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현재 총수 부재와 관련해선 각 BU를 주축으로 평상시와 다름없이 경영에 임하고 있다”며 “다만 M&A나 대규모 투자 등 큰 사업에 대해선 신 회장께 보고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신사업 투자로 성장동력 확보 ‘사업다각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허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입사 후 40년간 다양한 사업부문을 거치며 화악업계에 몸담아온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박 부회장은 15년 이상을 생산 공장에서 보내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1952년생인 박진수 부회장은 허수영 부회장보다 한 살 어리지만 그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다. 1977년 대학 졸업 후 LG의 전신인 럭키 프로젝트실에 입사했다. 박 부회장은 1996년 LG화학 여천 스티렌수지 공장장 상무, 1996년 특수수지 사업부장 상무를 거치며 현장 감각을 익혔다. 

 

2003년 LG화학이 인수한 현대석유화학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은 박 부회장은 2005년엔 LG석유화학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8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을 거쳐 2012년 12월 LG화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지 2년 만인 2014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에 오른 2014년 LG화학의 영업이익은 1조 3000억 원이었는데 4년 만인 지난해 2조 9000억 원을 넘어서며 LG화학의 성장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 배경에는 화학 분야에 집중한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과는 다른 사업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기존 기초소재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지부문을 키우는 전략을 펴왔다. 

 

이 같은 전략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올해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에 전년 대비 52% 증가한 3조 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전통 화학 부문보다는 신사업 관련 투자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에서 매출 7조 원을 달성해 글로벌 1위 도약을 목표로 한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아울러 자회사 팜한농을 중심으로 농화학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한편 합병한 LG생명과학을 통해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제약과 의약품 등 ‘레드바이오’, 비료와 작물재배 등 ‘그린바이오’, 물과 에너지 등 ‘화이트바이오’를 함께 키워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2016년 1월 동부팜한농을, 지난해 1월 LG생명과학을 인수·합병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두 회사의 영업이익 흐름이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과 연관이 깊다고 파악한다. 업계 관계자는 “겹치는 사업도 있고 전혀 다른 사업 분야도 많기 때문에 진행하는 포트폴리오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면서도 “다만 화학업계 시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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