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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금 내고 떳떳하게 하고 싶다" 불법 노점을 어찌하오리까

"생계"라지만 통행 불편에 안전·위생 문제…'노점허가제'도 하나의 대안

2018.05.11(Fri) 18:10:47

[비즈한국] 지난 10일 오후 7시에 도착한 여의나루역. 음식 냄새가 하얀 연기에 실려 역내로 들어왔다. 나들이 나온 인파에 쓸려 역 밖으로 나가니 출구 양옆으로 노점이 줄지어 있었다. 요깃거리를 사는 사람, 돗자리를 빌리는 사람,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 행인들이 뒤엉켰다. 

 

노점에서 나온 닭꼬치 굽는 연기가 자욱했다. 닭꼬치뿐 아니라 타코야키, 붕어빵, 목살구이 등을 파는 노점이 여의나루 일대에 줄지어 있었다. 낮 평균 기온 20℃.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늘면서 노점상이 몰렸다. 서울 여의나루가 대표적인 장소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노점상이 인도 양쪽에 줄지어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노점은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물로 불법이다. 대부분 노점은 지하철역 출구 앞, 여의나루 광장 입구 등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해 보행자 통행을 방해했다. 친구와 바람 쐬러 왔다는 박 아무개 씨(27)는 “사람 다니는 길에 양쪽으로 (노점을) 설치하니까 좁아져서 불편하다”며 “연기도 너무 나서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력이 필요한 노점들은 대부분 LPG(액화석유가스) 가스통을 쓰고 있었다. 한 노점상인은 “5만 원이면 누구나 LPG 가스통을 살 수 있다. 따로 교육을 받거나 안전 점검을 받진 않는다”며 “가정집에서도 다 쓴다. 교육 받으러 오라고 하면 누가 가느냐”고 반문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검사지원처 LP가스부 관계자는 “식품접객업 영업하는 자는 가스안전공사 완성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식품접객업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급한 문제는 위생이다.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 관계자는 “식자재도 그렇지만 노점 같은 경우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생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스스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력이 필요한 대부분 노점상은 LPG(액화석유가스)를 쓰고 있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올해 들어 4월까지 영등포구청에 접수된 노점 관련 민원은 총 1208건이다. 하루 평균 10회꼴이다. 이 중 과태료 조치는 72건, 고발 조치는 2건에 불과하다.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점 단속·철거에 책정된 올해 영등포구청 예산은 4억 원이다.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 관계자는 “상인은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목숨 걸고 막는다. 한 번 단속 나가면 용역 20~30명을 데리고 나가야 노점 하나를 철거할 수 있다”며 “인력도 부족하고 근무 외 시간 단속도 어렵다. 공무원도 인간인지라 칼같이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노점 상인은 하루하루 단속과 싸움이다. 11년간 타코야키를 팔았다는 A 씨(68)는 “항상 불안하다. 매일 단속을 나온다. 경고 의미로 LPG 가스통을 뺏어 가는데, 지난 벚꽃 축제 때는 하루 네 번 뺏긴 적도 있다. 하지만 이것 말곤 먹고살 게 없으니까 하는 거다”며 “점포를 내본 적도 있지만 잘 안 됐다. 세금을 내더라도 떳떳하게 장사 하고 싶다. 허가제든 신고제든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붕어빵을 파는 상인 B 씨도 같은 마음이다. 그는 “장사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단속이다. 오늘도 왔다 갔다. 항상 눈치 봐야 한다. 세금을 내고 장사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 이게 불법이지만 생계라 어쩔 수가 없다”고 보탰다. 

 

노점상인은 매일 단속과 전쟁이다. 사진=박현광 기자

 

대학생 이 아무개 씨(여·​23)는 “불법이긴 해도 여기 먹거리가 다 없어지면 섭섭할 것 같다”며 “상인들 갑자기 장사 못 하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노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는 2013년 ‘노점허가제’를 실시해 기존 노점 이름을 ‘햇살가게’로 바꾸고 관리해왔다. 신규 노점 진입을 막아 현재는 92개 점포가 운영된다. 2012년 5억 3500만 원이던 노점 단속·철거 예산은 현재 7000만 원으로 줄었다. 

 

부천시 가로정비과 노점상팀 관계자는 “효과가 아주 크다. 신규 노점 진입을 막아 형평성 문제는 있지만 예산도 크게 줄고 도시 미관이 개선됐다”며 “매년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안전 점검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위생 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애로사항도 있다. 2016년부터 노점허가제를 시행해온 동대문구 도시발전과 관계자는 “점포를 만들고 상하수도까지 연결해줬다. 노점상인은 좋아하지만 기존 상인은 불만이 많다. 기존 상인은 세금을 내고 영업하는데 노점상인은 점포 임대료가 나가지 않아 가격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이나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해외 주요 국가는 ‘노점허가제’를 적극 도입해 위생과 영업을 관리하고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노점상 영업 가능 구역이 150여 개에 달한다. ‘센타안’에선 1만 8000여 개 노점상이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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