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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부동산이 폭락하면 전 국민이 강남에 살 수 있을까

모두가 선호하는 입지는 공급이 제한적…결국 지불 가능한 사람만이 살 수 있어

2018.05.28(Mon) 10:29:14

[비즈한국] 얼마 전 부동산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주제는 지금 집값이 거품인가였다. 한 전문가는 현재의 과도하게 높은 집값이 많은 부동산 문제들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현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수요층들의 어려움을 표현한 말처럼 들린다.

 

이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과도하게 높은 집값의 기준은 얼마부터인가’​다. 평당 1000만 원 이상이면 높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평당 4000만 원이 넘는 강남권 분양가는 과도하게 높다고 하는 것인가?

 

모두가 원하는 입지는 공급이 제한적이다. 나이, 성별, 직업 등이 아닌 지불능력에 따라 주인이 결정되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가장 공평한 방식이다. 사진은 강남권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수요·공급의 원칙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독점 시장이 아니면,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 높은 금액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독점 시장이 아니라면, 지금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른 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특정 세력의 음모로 봐야 한다는 것인가? 검증할 수 없는 음모론을 논외로 하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를 통틀어 집값이 낮았던 적이 있었나를 반문하고 싶다. 우리 부모 세대나 조부모 세대에는 집값이 저렴했었는데, 우리 세대에 와서 갑자기 집값이 과도하게 폭등한 것인지 말이다. 

 

부동산 거품론은 경제적으로 박탈감과 상실감이 큰 중산층 이하 계층들에게, 부동산 가격이 경제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 대상을 임의로 특정함으로써, 부동산이 폭락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심적 위안만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떤 대안도 없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하는 지역이 물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권이 그럴 것이고, 경기도에서는 과천시, 판교, 분당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지역들을 일명 버블 지역이라 평가한다. 버블이란 단어 자체에 이미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버블이라는 말은 실제 가치 대비 과대평가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가 맞는 것일까? 아니다. 여기서 ‘과도’라는 말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내가 소유할 수 없으면 과도한 것이 된다.

 

이는 부동산 시장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다. 부동산 거품론은 경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버블 지역으로 칭하는 곳이 중산층 이하 계층들이 들어가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요가 매우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버블 지역으로 들어갈 만한 층들도 존재한다. 그러니 요즘 같은 부동산 불황 속에서도 이 지역에 신규 분양이 있으면 줄을 서서 분양을 받지 않나.

 

개인적인 바람은, 그런 부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시장은 그대로 놔뒀으면 하는 것이다. 평당 500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그 가격을 수용하는 층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고, 수요가 없으면 금액을 낮춰서 다른 수요층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비싸게 매매되더라도 취득세를 많이 걷을 수 있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세수 확보가 가능해 정부의 부족한 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이 비싸다는 얘기는 공급 대비 수요가 월등히 많다는 뜻이다. 과도하다고 비난받을 정도로 높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그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수요층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버블 지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지역으로 들어가고는 싶은데 그럴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수요층이 많기 때문이다.

 

버블 지역이 비싸지만 않다면 누구나 다 들어가려 할 것이므로 그 수요를 다 수용할 수 없다. 엄청나게 많은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고, 그 가격을 수용한 층들이 현재 그 지역에 자리 잡은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으면 핵심 지역은 포기하고, 그 주변 지역으로 관심 지역을 넓히게 된다. 그래서 강남 개발 이후에, 1기 신도시가 생겨나고, 2기 신도시도 생겨났다.

 

그런 대안들 중에서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을 골라 살면 된다. 이게 자연스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습이 아닐까.

 

몇 번의 금융위기로 부동산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진짜 버블들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진짜 버블은 앞으로도 불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반면 버블처럼 보였지만 버블이 아니었던 지역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입지적으로 우월한 수도권이 최근 몇 년 동안 부각된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보합 내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수도권 부동산이 2014년부터 오르고 있다. 과거처럼 전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꽤 여러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오르고 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검증된 부동산, 결국 입지가 우수한 곳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버블’로 불리던 지역이다.

 

현재도 강남·서초·송파의 분양 시장이 가장 활발하고, 과천은 대부분의 단지에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분당과 평촌은 리모델링의 기대감으로 이슈가 집중되고 있고, 용인은 분당의 움직임을 따라 수지구를 중심으로 시세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이 지역들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정부도 규제를 계속 내어놓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층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비선호 지역으로 이주하기보다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고 선호 지역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신규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동산은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는 대부분 한정되어 있다. 입지 선택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선택받지 못한 부동산들도 지속적으로 누적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지역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에 추가적인 물량이 공급되어야 수요 문제가 해결될 터인데, 그 방법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재개발과 재건축밖에 없다. 분당처럼 재건축·재개발 조건(준공 후 30년)이 안 되면 리모델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을 통한 공급 물량 확대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공급의 한계 때문에 좋은 입지는 등락을 거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가격이 우상향 곡선으로 진행되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모두 서울대에 갈 수 없듯이, 강남에 들어가고 싶다고 모두 강남구민이 될 수는 없다.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건 경제적 차별도 아니고,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적 문제도 아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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