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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은산분리 완화 공감대 '금융메기' 인터넷은행 숨통 트이나

돈 빌려주면 영업 중단할 상황…반대하던 여당서도 변화 기류

2018.07.12(Thu) 18:06:06

[비즈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1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금융메기’라는 수식어를 얻고 돌풍을 일으켰지만, 자본 확충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을 붙잡혀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전체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제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도 최대 10%만 보유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은행까지 소유하면서 예금 등을 무분별하게 꺼내 쓰는 등 사금고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이 은산분리 규정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야당 시절 부정적이었던 지금의 여당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르면 하반기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인데, 이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1년의 성과평가 및 향후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과 당정협의에서 대화하는 최 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은산분리 도입 당시보다 시대 변화에 따른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사회, 경제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다.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1년의 성과평가 및 향후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같은 시간에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대신 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최 위원장은 또 축사 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은산분리 완화를 어떤 형태로 할지를 묻는 질문에 “은산분리 원칙을 덜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의원들께서 특례법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례법 형태에 힘을 실었다. 실제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정재호 의원 등도 특례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참석은 사전에 국회와 협의된 일정이지만 당정이 규제 완화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공감대를 가지고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확정된 건 없다. 다만 특례법과 관련한 논의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은 물론 최근까지 은산분리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입장을 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산분리 취지를 저해할 우려가 적다”는 의견을 냈지만 최종적으로 국회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었다. 

 

# 점점 비어가는데 채워넣을 수 없는 곳간 


당정이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선 이유는 출범 1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초라한 성적표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총 두 곳.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7월 등장한 카카오뱅크다. 

 

이들은 출범 초기 24시간 이용, 모바일 기반 서비스 등 기존 은행에서는 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덩치를 불렸다. 6월 말 기준 총 여신 규모는 8조 원, 수신 규모는 10조 원에 달한다. 고객수는 두 곳을 합쳐 모두 700만 명이다. 대출 금리를 낮게 제공하면서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조정했다. 금리상승기인 최근에도 이 형태는 유지되고 있다. 

 

겉으론 ‘금융메기’가 제 역할을 하며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각각 838억 원, 10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엔 케이뱅크 188억 원, 카카오뱅크 53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건전성도 떨어졌다.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려면 그만큼 자본이 필요하고, 금융 위기 등이 오면 고객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쌓아두기도 해야 한다. 이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BIS 비율)이라고 하는데, 8% 밑으로 떨어지면 부실화를 우려해 정부가 경영개선을 권고한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 1분기 평균 총자본비율은 15%이며, 이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총자본비율은 10%대로 부실 위험 수준을 간신히 넘어선 상황이다. 즉 은행에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출범 1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왼쪽부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사진=박은숙 기자

 

지속적인 영업을 위해선 부족한 만큼 채워넣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앞서의 은산분리 규제가 여기서 등장한다.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최대주주 등이 대규모 증자를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주주가 지분 비율에 맞춰 증자를 진행해야 한다. 주주가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증자에 반대하는 경우엔 새 투자자를 찾아야만 한다.

 

케이뱅크가 이를 그대로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불참해 100억 원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지난 5월 말 1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다시 결의했지만, 마감일인 7월 12일 총 300억 원만 납입됐다. 증자에 참여한 곳은 KT,우리은행, NH투자증권, 3대 주주다. 

 

케이뱅크 측은 “주주사와 협의를 통해 후속 증자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은산분리 규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 주주사 한 곳의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은산분리 규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증자가 완료되더라도 언제든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경계와 분야를 넘어 주주를 모집해 혁신 서비스를 하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취지가 은산분리와 부딪치면서 걸림돌이 됐다”며 “자본 확충 문제에서 발목이 잡혀 있으니 신규 사업 추진도 어렵다. 인터넷전문은행다운 다양한 상품이나 혁신 사업을 갖추지 못해 시중은행과 차별화에 실패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라 케이뱅크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비슷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지분 구조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카카오뱅크도 케이뱅크와 같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4월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보다 적은 금액을 출자해 실권주가 나왔고, 카카오는 이를 우선주로 전환해 증자를 마무리했다.

 

# 대출하면 영업 중단해야 하는 아이러니

 

자본 확충이 어려워지면서 중금리 대출이 중단되는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예적금담보 대출을 뺀 다섯 가지 대출상품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가 순차적으로 판매를 지속하고, 다시 몇 가지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올해 들어 대출금리가 연 6% 이상인 중금리 대출을 줄이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돈을 빌려줄수록 자본이 모자라고 채워넣을 수 없어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출범 초기 ‘금융메기’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소규모 은행’으로 전락한 셈이다. 대출 중단 사태도 자본 확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은산분리 완화 등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청와대가 강조하는 규제 혁신의 일환인 측면도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당시부터 예상됐던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들에 혁신을 약속 받고 금융당국이 인가를 했지만,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은 막아두고 있었던 셈”이라며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반대 목소리도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논의는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5년 6월 정부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범 사업자이며, 그 외 추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모집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올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추진하려 했지만 사업자 모집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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