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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위한 서울페이, '알리페이의 꿈' 이뤄질까

신용카드 사용자 호응할지 의문…규제 완화로 자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2018.08.24(Fri) 17:53:24

[비즈한국]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2019년 최저시급이 8350원으로 결정되자 편의점, 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못 살겠다’고 절규했다. 얼떨결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긁으면 발생하는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원흉으로 몰렸고, 해결책으로 모바일간편결제 시스템이 급부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5일 QR코드 방식의 ‘서울페이(일명 서울제로페이)​’를 오는 12월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수료 0% ‘제로페이’를 만들겠다고 말만 많던 상황에서 가시화된 계획이 나오자 이목이 쏠린다. 기존에 없던 시도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서울페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5일 QR코드 방식의 모바일간편결제 시스템 서울페이를 오는 12월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래픽=이세윤 PD

 

‘서울페이’가 채택한 QR코드 결제 방식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매자가 판매자 QR코드를 인식한 뒤 금액을 전송하거나 판매자가 기존 결제단말기(POS)의 QR리더기로 구매자 QR코드를 읽어 결제하면 된다. 

 

카드사, 밴(VAN)사, 전자결제대행(PG)사를 거치지 않고 은행 계좌 간에 돈이 오간다. 카드 수수료는 없다. 다만 계좌이체 수수료가 생긴다. 간편결제 대행사가 이체 수수료를 부담한다.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이체 수수료를 부담하며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페이’에 들이는 예산은 30억 원 안팎. 연 매출 기준 5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수수료율 0%를 적용한다. 현재 수수료율은 연 매출 기준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0.8%, 3억~5억 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1.3%다. 

 

서울시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비씨카드, 페이코, 티머니 등 5개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와 협력해 플랫폼 구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11개 은행과 MOU(양해각서) 계약을 체결해 간편결제 사업자가 부담할 계좌 이체 수수료를 낮춘다.

 

# 구매자는 과연 서울페이를 쓸까?

 

서울시는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와 은행의 협력을 끌어냈다. 초기 목적인 소상공인 수수료를 낮출 방안을 마련한 듯 보인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신용카드를 쓰는 구매자가 서울페이로 갈아탈까?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왕국’이다.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보유율은 80.2%에 달한다. 한 명당 2.1장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거래액의 34.5%가 신용카드로 이뤄졌다. 신용카드는 가장 많이 사용된 지급수단이다. 의무수납제로 소액 결제까지 가능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더군다나 신용카드는 편리성과 더불어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혜택까지 두루 보장한다.

 

서울시는 서울페이 소득공제율을 40%로 늘리고 할인, 포인트 적립, 쿠폰 제공 등 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득공제율은 매력적인 유인으로 다가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체크카드는 소득공제율이 30%다. 15%인 신용카드보다 두 배 높지만 지난해 국내 전체 결제액에서 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4%에 그쳤다. 사용률이 신용카드의 30% 수준이다. 여신 기능, 즉 ‘외상’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계좌에 돈이 들어 있어야 결제가 가능한 직불 결제 방식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페이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도 특별할 건 없다. 지난해 모바일 카드 결제는 전체 2%에 불과하다. 신용카드와 연동되고 포인트 적립 등 자체 추가 혜택까지 주는 ‘삼성페이’나 ‘LG페이’ 또한 아직 큰 호소력을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결제 직전 휴대전화 잠금 화면을 풀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신용카드가 편리하다.

 

결국 “서울페이의 성공은 신용카드를 쓰면서 얻는 혜택과 편리성을 포기하면서도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구매자의 마음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금융 관계자의 분석이 이어지는 이유다.

 

# 비즈니스 모델 없는 서울페이, 중국의 ‘즈푸바오’에서 배워야

 

서울페이의 가장 큰 약점은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 민간 주도가 아닌 관 주도 사업인 동시에 수익 모델이 없다면 정권이나 정책이 바뀔 경우 사업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시장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모바일간편결제 시스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다. 인구 80%가량이 모바일 결제를 사용한다.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백화점부터 길거리 노점까지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중국 간편결제 시장은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형성되고 성장했다.

 

중국 소비자가 마트에서 즈푸바오(알리페이)를 사용하는 모습. QR코드를 사용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기업이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서비스 ‘즈푸바오’(알리페이)가 점유율​ 약 54%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중국 대표 메신저 위챗의 ‘위챗페이’가 40% 정도다.

 

즈푸바오는 탄생부터 서울페이와 다르다. ‘즈푸바오’는 알리바바에서 개인 판매자가 대금을 결제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문제를 막기 위해 2004년 등장했다. 즈푸바오 본래 역할은 결제금을 묶어두는 것이었다. 알리바바에서 결제하는 중국인 모두가 즈푸바오를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규모가 커졌다. 사람들이 ‘즈푸바오’에 예치된 돈을 찾지 않고 바로 결제하길 원하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진 것이다.

 

시장이 커지자 위챗페이도 뒤를 따랐다. 중국의 신용카드 보유율은 8%. 카드보단 현금을 쓰는 문화적 특성도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 2015년에는 제3자 결제서비스가 기존의 은행결제 비중을 넘어섰다. 즈푸바오와 위챗페이가 가맹 사업자에게 챙기는 수수료는 고작 평균 0.03%. 결제액이 1500억 위안(24조 원) 정도이기 때문에 5억 위안(813억 원)이라는 수수료 수익이 나지만 사실상 주 수익 모델은 수수료가 아니다. O2O 광고다. 중국 인구의 80%가 쓰는 두 앱의 광고 효과는 엄청나다.

 

반면 서울시의 서울페이는 별도의 앱조차 만들지 않는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비씨카드, 페이코, 티머니 등 간편결제 협력사 앱을 이용할 때 QR코드 방식을 사용하면 그게 서울페이인 것이다. 서울시 서울페이총괄팀 관계자는 “서울시가 서울페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전혀 없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재 성격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즈푸바오는 14년 전부터 규제를 하나하나 완화해나가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여신, 예금, 금융상품 판매 등 라이선스를 얻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며 “서울페이도 앞으로 규제 완화를 조금씩 해나가면서 별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민간에서 자연히 생겨난 시장이 아닌 관 주도 서비스 확장은 자리 잡기 위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 쉽게 통합되지 않고 주도권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즈푸바오는 재테크 콘텐츠인 위어바오를 통해 시장을 과점할 수 있었다. 결국 간편결제 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플랫폼을 통합할 수 있는 인프라 타운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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