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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적자에도 '공유오피스' 사업 포기 못하는 까닭

임대료 아닌 인력풀 확보가 핵심…연계 사업 통한 '규모의 경제' 노려

2018.10.04(Thu) 18:37:15

[비즈한국] “회의실이 다 찼네요. 라운지에서 미팅하시죠.”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에 자리 잡는다. 푸른 청바지를 입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요즘 흔한 공유오피스 풍경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에 발맞춰 ‘공유경제’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무 공간 이외의 각종 편의시설을 입주 기업과 함께 쓰는 ‘공유오피스’는 점점 세를 확장하는 추세다. 2015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공유오피스는 2018년 10월 현재 60개를 훌쩍 넘었다.

 

몸집이 커지는 것과 ‘남는 장사’는 별개다. 전 세계에 지점을 가진 글로벌 기업인 위워크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억 6400만 달러(약 8630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 넘는 수치지만 순손실이 7억 2300만 달러(약 8170억 원)에 달했다. 국내 선두인 패스트파이브와 국내에서 지점이 세 번째로 많은 스파크플러스는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와 맞물리며 공유오피스가 인기다. 2015년 국내 첫 선을 보인 공유오피스는 현재 60여 개까지 늘어났다. 사진=패스트파이브 제공

 

당장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진 못하고 있지만 공유오피스 산업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 위워크는 2010년 설립돼 7년 만에 기업 가치 200억 달러(약 22조 4400억 원)를 기록했다. 누적 투자금액만 6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주도권을 잡은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2월 기업가치 1000억 원을 인정받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스파크플러스도 지난 9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끌어냈다.

 

# 국내 ‘공유오피스’ 주도권 싸움 치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의 양강 구도다. 전 세계 규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위워크가 시장을 압도한다. 23개 국가에 287개 지점을 보유했다. 입주사는 4만 3000여 개, 멤버 수만 26만 명에 달한다. 위워크가 국내에 진입한 건 2016년 8월 강남역점을 내면서다. 지난 9월 종로점이 개점하면서 현재까지 국내에 10개 지점을 냈다. 내년 1월까지 12호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위워크는 글로벌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급화 전략을 펼친다. 전 세계를 멤버십으로 묶어 지점 간 이동을 자유롭게 했다. 해외 위워크 입주 기업과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큰 호응을 얻는다. 위워크 지점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높은 강남 지역에 5개가 몰려 있다. 강북의 지점 또한 종로타워, 서울스퀘어 등 랜드마크에 들어섰다.

 

위워크는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고급화 전략을 펼친다. 주요 지점은 강남에 몰려 있고 최근 강북으로 진출하면서 종로타워 등 랜드마크에 자리 잡았다. 사진=위워크코리아 제공

 

국내 강자는 단연 패스트파이브다. 2015년 4월 서초점을 시작으로 현재 13호점까지 내며 국내 공유오피스 중 가장 많은 지점을 확보했다. 지점별 평균 수용인원은 500명 정도로 2020년까지 30호점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패스트파이브의 자랑은 낮은 공실률이다. 박소연 패스트트랙아시아 팀장은 “평균 입주율이 99%에 달한다. 공실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파이브의 낮은 공실률 비결은 커뮤니티 활성화로 분석된다. 파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업체가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독서모임, 음악회 등 ‘네트워킹 파티’를 지속 제공하는 것. 패스트파이브는 커뮤니티를 주최하는 자체 인력을 현재 60여 명에서 100여 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 세 가지 키워드 2030 스타트업·10명 미만 회사·​입주 1년 미만

 

어떤 기업이 왜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것일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입주 1년 미만인 기업이 63.1%로 가장 많았고, 규모는 10명 미만의 스타트업이 70.5%로 압도적이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초기 비용을 아끼려는 목적으로 코워킹스페이스를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점차 규모가 커지면 개인 사무실을 구해 옮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공유오피스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기업의 특징은 적은 인원으로 들어와 짧은 기간 머문다는 것. 초기 비용을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보고서 발췌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연령은 20~30대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는 “현재 입주 인원 80% 이상이 20~30대”라고 밝혔다. 공간의 독립성이 낮더라도 각종 커뮤니티와 라운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와 들어맞은 것. 최근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공유오피스로 눈을 돌린다.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등 직원 수 1000명이 넘는 기업인 엔터프라이즈가 전체 위워크 멤버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공유오피스 지점당 수용인원은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3000명. 공유오피스는 건물의 공실률을 낮추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종합부동산투자자문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공유오피스가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을 0.4% 정도 끌어내렸다. 이 매니저는 “공실률을 낮출 수 있는 데다 대부분 소비력을 지닌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들어오기에 건물주가 공유오피스 입점을 반긴다”고 답했다.

 

# 사업 연계를 통한 ‘규모의 경제’ 노려

 

위워크는 천문학적 손해를 내고 있고,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 또한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긴 상황. 그럼에도 투자는 몰리고 대기업까지 공유오피스 사업에 진출한다. 현대카드는 ‘스튜디오블랙’, 한화생명은 ‘드림플러스’, LG서브원은 ‘플래그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S.I_랩’이라는 이름으로 공유오피스에 뛰어들었다.

 

공유오피스 투자를 검토했던 한 심사역(VC)은 “임대료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기존 부동산 사업 관점이 아니라 전체적인 서비스 차원에서 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공유오피스 운영하며 인력풀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은 공유오피스를 통해 확보한 인력을 연계 사업에 끌어들여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는 것이다. 사진=위워크코리아 제공

 

실제 위워크는 공유 주거 사업인 ‘위리브’를 계획 중이고, 스타트업 컨설팅 사업인 ‘위워크랩스’를 지난 5월 내놨다. 패스트파이브 또한 공유 주거 사업인 ‘라이프’를 내년 2월 선보일 예정이다. 공유오피스에 입점한 인력을 연계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공실률이 낮다. 공실률이 낮으면 임대료가 오르기 때문에 공유오피스 사업이 앞으로 잘 될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연계 사업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린다면 가능한 사업”이라고 평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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