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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 현실화, 우리는?

항공모함은 유용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문제…운용 인력부터 길러야

2018.12.03(Mon) 16:45:12

[비즈한국]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아베 정권이 우경화와 보통국가화, 즉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자위대’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정책적 변경과 정치적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모양이다. 

 

지난 11월 26일자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곧 개정할 중장기 방위력 정비 지침인 ‘방위계획 대강’에 ‘함정에서의 항공기의 운용 검토’를 명기한다는데, 이 검토라는 것은 바로 현재 일본 해군이 운용 중인 이즈모(いずも)급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이즈모급에 탑재 가능한 함재기인 F-35B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항공모함으로 개조를 고려 중인 이즈모급 호위함. 사진=일본 방위성


항공모함은 대표적인 공격무기, 즉 영토와 영해에서 작전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남의 영해에 원정작전을 하고, 남의 영토에 공격작전을 하는 무기다. 항공모함의 보유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지켜온 ‘전수방위의 원칙’과 크게 어긋난다. 전수방위 원칙은 1955년 자위대가 창설된 이후 계속 견지하는 일본의 방위전략으로, 외국을 공격·침략하지 않고 일본 국토와 주변에 한정해서 군사작전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해상자위대의 항공모함 보유는 일본이 이런 전수방위 원칙의 정책과 실행의지를 버린다는 상징이 될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앞으로도 일본은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않고,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도 저촉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즈모급의 이번 개조 계획으로 항공모함이 아니라 ‘다목적 운용 모함’이 목적이며, 전수방위의 범위를 넘는 공격형 항공모함에 해당하지 않도록 모함의 운용 용도와 평시의 전투기 탑재 대수 등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이즈모급 호위함은 웬만한 경항공모함의 스펙을 능가한다. 가령 이즈모급은 길이 250m, 폭 38m에 만재 배수량이 2만 7000톤에 달한다. 우리 해군의 가장 큰 함선인 마라도함의 경우 길이가 200m, 만재 배수량이 1만 9000톤이니 마라도함보다 50% 가까이 큰 셈이다. 세계 최초의 수직이착륙기 경항공모함인 영국의 인빈시블과 비교해도 거의 50% 더 크고, 이탈리아의 항공모함인 카보우르(portaerei Cavour)와 거의 동일한 크기다. 이즈모급은 아무런 개조를 하지 않은 지금 상태에서도 이미 항공모함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심지어 일본의 대중문화에서도 이즈모급의 항공모함은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잠수함 정치 스릴러 장르인 ‘침묵의 함대’로 유명한 인기 만화가 카와구치 카이지는 ‘공모 이부키’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데, 이 ‘공모 이부키’가 바로 이즈모급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여 F-35B 전투기를 탑재한 다음, 중국과 전쟁을 치른다는 내용이다. 

 

‘공모 이부키’는 최근 일본 만화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공모 이부키’는 가상의 함선이면서도 프라모델까지 발매됐고, 심지어 올해 3월부터는 실사 영화화가 추진 중이다.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는 일본 시민사회와 대중문화에서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만화 ‘항모 이부키’는 ‘아사히신문’과 같은 보수 성향 신문에 자주 소개돼, 자민당 정권이 항공모함 보유 정당성을 홍보하는 도구로 만화를 사용한다는 의심까지 든다. 

 

프라모델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가상의 일본 항모 ‘이부키’. 사진=Tamiya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는 새로운 무기를 보유했다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최강 해상전력을 자부했지만, 최근 중국 해군의 성장으로 아시아 2등으로 추락한 일본 해상자위대가 다시 아시아 최강을 노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과 항공모함에 탑재된 F-35B 전투기는 일본 EEZ 밖의 원거리 해상작전에서 자위대 함정들에게 하늘의 보호막을 제공할 수 있고, 항모전단은 수백 km 밖에 있는 지상표적을 폭격하거나 함선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항공모함 없는 전투함 전단은 수백 km 밖의 표적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발달된 함대공 미사일과 레이더도 원거리에서 저공비행하는 적 항공기를 요격하기 어렵다. 항공모함과 전투기는 함대의 종합적인 전투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선 지난 5월 25일 ‘비즈한국’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도 기존 함선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관련기사 [밀덕텔링] 10년을 기다린 '마라도함'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다목적 상륙함인 LPH-6112 마라도함이 진수된 후, 2018년 8월 복수의 언론은 마라도함에 F-35B를 탑재하는 방안을 해군이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PH 미래항공기(F-35B) 탑재운용을 위한 개조·개장 연구’라는 이름의 연구용역을 공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9일 여러 한국 언론에 마라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제3의 신형 강습상륙함 사업(일명 LPX-II)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3의 강습상륙함에 F-35B를 건조하는 방안이 나온 이유를 해군이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 8월 마라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연구 용역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2만 톤급 규모의 마라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것에 문제가 있어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마라도함보다 두 배 가까이 큰 4만톤급의 대형 강습상륙함에 F-35B를 탑재한다는 것이 아마 해군의 최신 계획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일본이 항공모함을 갖는다고 해서 우리도 항공모함을 가져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해군과 국방부가 가지고 있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일본의 항공모함이 우리의 직접적 안보 위협이 아니고, 우리가 항공모함을 보유한다고 해도 주변국에 비해 수적 열세를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 항공모함에서 이륙 중인 F-35B 전투기. 사진=UK MOD


일단 우리 해군이 현재 고려 중인 4만 톤급의 대형 강습상륙함을 건조한다고 가정해도 이즈모급 호위함과 비슷한 12대에서 14대의 F-35B를 운용하는 데 그칠 것이다. 3만 톤급의 이즈모와 4만 톤급의 강습상륙함이 비슷한 항공기 운용능력을 갖는 이유는 강습상륙함은 차량과 상륙정을 넣을 막대한 공간이 필요하고, 결국 항공기 격납고의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4만 톤급 강습상륙함인 와스프(WASP)의 항공기 격납고와 이즈모의 항공기 격납고 크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

 

또 수직이착륙 항공기가 이륙할 때에는 항공모함의 속도가 빠를수록 좋은데, 강습상륙함은 배의 크기도 커지고 상륙정을 배 뒷부분에 수납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항공유의 저장 공간도 전용 항공모함과 비슷한 이즈모급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한 척에 2조 원을 호가할 4만 톤급 강습상륙함을 여러 대 건조할 여력도 없으니, 결국 4만 톤급 다목적 상륙함의 항공모함화도 한계가 명확하다.

 

더군다나 일본의 경우 2대의 이즈모급 호위함을 비교적 적은 예산과 시간으로 항모로 둔갑시킬 수 있고, 심지어 중국의 경우 6만톤급 중형 항공모함을 이미 2척이나 건조한 다음, 2척 이상의 항공모함을 이미 건조 중이니, 우리가 이들 국가보다 더 많은 항모를 만들 가능성은 전혀 없는 셈이다. 중국의 6만 톤급 항공모함에는 20대 이상의 J-15 전투기가 탑재 가능하니, 우리가 향후 20년 내에 일본과 중국에 대등한 항공모함 전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예비역 장성을 중심으로 다목적 상륙함 대신 항공모함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미 2015년에는 기존 독도함 개조가 아닌 전용 항공모함 개조에 대한 연구 내용을 담은 ‘차세대 항공모함 건조 가능성 검토 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 보고서의 결론은 한국 해군이 가져야 할 항모의 최선의 크기는 7만 톤급의 본격 항공모함이며, 건조비를 5조 4000억 원으로 산정했고, 최선의 대안이 너무 비싸서 어려울 경우에는 적어도 4만 1500톤의 항모를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4만 톤급 항모의 예상 가격도 3조 1500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 역사적으로, 소련과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항공모함 전투단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신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한 바 있지만, 그들은 결국 항공모함 건조를 선택했다. 항공모함을 부술 무기를 만들수는 있어도, 항공모함의 전력 투사(Power projection)를 대신할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항공모함 전투단은 갖고 싶다고 해서 순식간에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운용 노하우와 인력을 육성한 다음에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항공모함을 지금 당장 만든다고 해도 작전에 제대로 투입하려면 앞으로 최소 10년, 어쩌면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번 투자하면 엄청난 금액과 시간이 소요되는, 쉽게 결정하기 힘든 대형 사업 중의 대형 사업이 바로 항공모함 전단이다.

 

미국 해병대가 고려 중인 F-35B 운용 바지선. 사진=USMC


결론적으로 지금은 항공모함 건조보다 항공모함을 운용할 인력과 함재기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옳다. F-35B 20대를 도입하되, 우선은 지상기지에서 운용하면서 수직이착륙기의 특성을 익히는 것이다. F-35B는 A형보다 무장 탑재량과 항속거리가 부족하지만 스텔스 성능과 발달된 탐지장비, 네트워크 교전 능력은 그대로 갖고 있다. 실제로 영국 공군은 핵전쟁 시 핵폭탄으로 비행장이 부서졌을 때, 야전 활주로에서 출격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를 공군에서도 운용했다.

 

F-35B라는 비행기 특성에 익숙해지면, 두 가지 방식으로 항공모함에서 F-35B를 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다.

 

첫 번째 방식은 동맹국의 항공모함 및 상륙함에 F-35B를 탑재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와스프급 상륙함과 아메리카급 상륙함에 우리 공군의 F-35B를 탑재, 공동작전과 훈련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미국 해군과 미국 해병대는 영국과 프랑스의 함재기를 자신들의 배에 태워서 같이 작전하고 운용 노하우를 공유한 경험이 있다. 

 

두 번째 방식은 미국 해병대가 고려중인 일명 ‘STOVL FARP Barge’를 만드는 것이다. 바지선은 동력기관이 없는, 떠 있는 건축물에 가까운 선박이다. 미국 해병대는 부족한 상륙함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F-35B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바지선을 만들어 항모 대용으로 사용할 고려를 하고 있는데, 기존 항공모함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F-35B가 작전할 이동식 기지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바지선은 동력이 없어 예인선이 필요하고, 홀수가 낮아 파도가 심한 먼 바다에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F-35B로 기초적인 함재기 운용능력을 쌓고, 저렴한 가격으로 STOVL 바지선을 건조하여 서해안의 서북도서, 동해안의 울릉도 울릉항, 강정 해군기지 등에 순환 배치를 한다면 항공모함 운용 노하우뿐만 아니라 유사시 해상 분쟁에서 신속한 항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한 척밖에 없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아르헨티나의 항공모함 베인테싱코 데 마요. 사진=raddit


먼 바다에 영해 혹은 식민지를 가지지 않았고, 주변에 강력한 해군을 가진 국가들이 포진한 대한민국의 상황 상, 항공모함은 좋지만 너무 비싸고 귀중한 계륵 같은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항공모함이 유감없이 활약한 1982년 포클랜드 분쟁에서 영국 해군은 항공모함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르헨티나 해군은 지원전력의 부족으로 유일한 항공모함인 베인테싱코 데 마요를 전쟁 기간 내내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 대밖에 없는데 격침되면 심각한 피해가 났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에 대한 해군의 관심은 이해하지만, 점진적인 방법으로 해상 항공전력을 늘려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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