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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전에 맹폭? 누가 '제로페이'를 두려워하나

실효성 논란에 사업자 이탈, 은행권 부담 등 비판 출처 대부분 카드업계와 관련

2018.12.05(Wed) 17:00:31

[비즈한국]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새로운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업 취지는 좋지만 추진 방법에 문제가 있고 실효성도 없다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특정 업계는 제로페이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분위기다.

 

제로페이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민간기업의 서비스와 비슷한 간편 결제 서비스다. 명칭 그대로 수수료가 ‘0(제로)’라는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이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간편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곧바로 돈이 이체된다. 민간 기업의 간편 결제 서비스들은 ‘가맹점→간편 결제 회사→결제대행사(VAN사)→신용카드사’​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수료가 부과되는데, 제로페이는 여기서 중간 단계를 들어냈다.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의 정부 주도 사업이다. 2.5~3.7% 수준인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의 수수료율은 물론, 내년부터 파격적으로 인하되는 카드 수수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지난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8억 원 이하면 수수료율 0%, 8억~12억 원 이하는 0.3%, 12억 원 초과면 0.5%다. 

 

제로페이는 6월 전국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경상남도 등에서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자영업자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이 제로페이 사업에 동참했다. 박원순 시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홍보를 하고 시장 참여 기업들을 설득할 정도로 가장 적극적인 서울시는 오는 12월 17~20일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경상남도와 인천시 등 도입을 추진 중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오는 12월 중순 제로페이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 사진=고성준 기자


# 시작도 안 했는데 비난 일색 

 

제로페이를 둘러싼 평가는 온통 우려뿐이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려면 소비자들이 ‘지불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전통적인 지불방식을 두고 제로페이를 사용하겠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앱을 열고 바코드를 찍은 뒤 결제하는 방식(제로페이)이 카드만 내면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78.7%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40%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현재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30%임에도 사용 비중은 21.1%에 불과한 만큼 ‘유인책’으로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간편 결제 서비스로 비교 대상을 좁혀도 카카오페이의 경우 가맹점에게 혜택을 주고 모바일 송금이나 온라인 결제 등을 할 수 있지만 제로페이는 매장 결제만 가능하다. 그 밖에 할인이나 할부가 불가능하다는 점, 신용카드의 후불 방식과 달리 계좌에 돈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제로페이의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가맹점들도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28일 기준, 시내 1만 6000여 명의 가맹점주가 제로페이를 신청했다. 서울시 전체 소상공인은 약 66만 명으로, 신청한 가맹점은 2%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4일 롯데GRS(롯데리아), 교촌, 이디야, 파리크라상, CU와 GS25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6만 2465개 가맹점이 추가로 제로페이를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가맹점 6만 곳’은 전국 기준 수치다.

 

사업 참여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의 적극적인 추진에 참여 업체들이 억지로 끌려가는 모양새라며 “수수료와 함께 공정함을 버렸다” “관제 페이다”라는 강도 높은 비난도 나온다. 

 

실제 정부와 서울시는 시중 은행들과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코 등 간편 결제 사업자들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업 시행을 목전에 두고 이탈자가 발생했다. 카카오페이와 비씨카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카카오페이 이탈로 제로페이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용자가 23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곳이다. 금융권에선 카카오페이의 사업 이탈은 결제 시스템 호환 등 기술적인 문제부터 “카카오페이가 확보한 가입자들을 제로페이가 뺐는 모양새라 불참한다” “사업을 왜,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들이 부담을 떠안는다는 지적도 있다. 제로페이는 은행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건당 200~300원의 수수료가 나오지만, 서울시는 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이 수수료를 경감해주기로 했다. 문제가 된 건 이 과정에서 은행이 포기해야 하는 수수료 수입이 연간 760억 원에 달한다는 부분이다. 여기에 금융결제원이 제로페이 플랫폼 초기 설치 비용으로 39억 원, 연간 운영비로 35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서울 소재 한 편의점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제로페이도 이 같은 형태로 서비스 된다. 사진=고성준 기자


# 반대 여론의 중심엔 카드업계가 있다?

 

제로페이에 대한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은행들이 제로페이 사업에 느끼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은행이 포기해야 하는 연간 수수료 수입 760억 원은 서울시 66만 명의 자영업자가 모두 제로페이를 사용할 때 나오는 수치다. 특정 은행의 부담도 아니다. 사업에 참여한 11곳 은행이 함께 부담하게 되는 금액이다. 플랫폼 초기 설치 비용과 운영비 등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페이의 사업 불참도 완전한 이탈은 아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시범사업에만 참여하지 않는 것일 뿐,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중기부와 별도로 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결제 시스템 호환 등 기술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비씨카드 역시 카드 결제 기반 인프라를 갖춘 만큼 제로페이의 은행 간 계좌연결 방식의 연계성이 떨어져 불참을 결정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제로페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앞서의 실효성 문제와 사업자 이탈, 은행 부담 등은 대부분 최근 신용카드와 관련된 협회, 단체가 개최한 포럼 등에서 지적된 내용들이다. 실제 최근에 열린 한 협회 행사에선 “​제로페이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고, 다른 신용카드 학술대회에선 “제로페이는 사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도 “카드업계 차원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고 귀띔했다.

 

카드업계는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가 결정된 이후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관련기사 “​죽겠다 vs 고맙다, 부가서비스는? 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 카드업계 입장에선 가뜩이나 수수료 수입이 낮아졌는데, 신용카드를 완전히 배제하는 제로페이가 정부 주도로 도입된 만큼 달갑지 않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부가서비스와 혜택을 축소한 뒤, 제로페이를 늘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뜬금없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중기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은 “특정 업계의 불만 등을 일일이 고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당장은 홍보효과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카드와 지갑이 필요 없고, 가맹점에선 비용이 줄어드니 사용자가 느는 건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시장 반응을 지켜보면서 개선점과 보완점 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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