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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로페이' 도입 첫날, 소상공인들 기대반 우려반

뜯지 않은 QR키트 관리실에 쌓여…현금 거래 많은 곳은 매출 드러날까 불만

2018.12.21(Fri) 15:41:07

[비즈한국] ‘제로페이 서울’이 20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참여업체는 서울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고투몰) ​입점업체 606곳 중 526곳,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 입점업체 60곳 중 53곳, 그리고 26개 프랜차이즈 본사다. ‘제로페이’란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으로 읽어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시범 서비스 기간 중 결제 인프라와 가맹 가입절차 등을 보완해 내년 3월 이후 정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로페이 서울’ 시범 서비스가 시행된 2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제로페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로페이 이용확산 결의대회’를 열고 새 결제 시스템의 시작을 알렸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제로페이를 쓰면 소비자는 말할 것도 없고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결제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 함께 제로페이의 시대를 열자”고 말했다. 첫발을 뗀 ‘제로페이’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일 오후 1시경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고투몰을 찾았다.

 

# “제로페이? 그게 뭐야 나 좀 알려줘” 10곳 중 8곳 사용 불가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A 씨(54)에게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기자가 2만 원짜리 발매트를 손에 들어 보이자, 한참 두리번거리던 A 씨는 계산대 안쪽에 놓인 QR코드 키트를 가져왔다. A 씨 휴대폰엔 가맹점용 제로페이 앱이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몰랐다.

 

간편결제 앱 ‘페이코(PAYCO)’의 제로페이 결제창(왼쪽)과 제로페이 결제 영수증. 사진=페이코 캡처

 

기자는 휴대폰 간편결제 앱 ‘페이코(PAYCO)’를 열어 앱 안에 새로 생긴 ‘제로페이’ 버튼을 눌렀다. 자동으로 켜진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자, A 씨가 운영하는 가게 이름과 결제 금액을 입력하는 창이 떴다. 제로페이를 계좌이체와 같은 것으로 오해한 A 씨는 정가에서 1000원을 깎아준다고 했다. 1만 9000원을 입력한 뒤 ‘결제’ 버튼을 눌렀다. 몇 초 뒤 A 씨 휴대폰에서 ‘결제 완료’ 알림이 떴다. 결제에 든 시간은 30초 남짓이었다.

 

결제 세부내역을 확인한 A 씨가 볼멘소리를 냈다. 부가가치세가 명시됐기 때문. 제로페이가 계좌이체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정가로 다시 결제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는 결국 2만 원에 발매트를 샀다. 

 

부가가치세 항목이 뜨면서 제로페이가 계좌이체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가게 주인은 재결제를 요구했다. 사진=차형조 기자


이날 기자가 무작위로 방문한 고투몰 점포 10곳 중 8곳은 제로페이 결제가 불가했다. 모두 가맹점 신청을 한 점포였다. 6곳은 QR코드 키트를 받지 못했고, 2곳은 받고도 사용법을 몰라 결제를 거부했다.

 

상인 대표로 구성된 (주)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 사무실 인근 출구에는 서울시 서울페이추진반에서 보낸 QR키트 소포가 다발로 쌓여 있었다. 사무실 내부에선 ‘서포터즈(도우미)’ 네 명이 상인들에게 제로페이 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서울페이추진반에서 파견한 이들은 ​​​17일부터 이곳에 일하고 있다.

 

# 상인들, 결제 수수료 0%에 일단 화색

 

매출에서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높은 업체는 제로페이의 낮은 결제 수수료를 반기는 분위기다. 제로페이 결제 수수료는 ▲매출액 8억 원 이하 0% ▲매출액 8억~12억 원 0.3% ▲매출액 12억 원 초과 소상공인 0.5%다. 동일한 매출 구간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각 0.8~1.4%, 1.4%~1.6%, 1.6%다. 고투몰 업체 대부분은 제로페이​ 수수료율 0%를 적용받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사업체 10곳 중 8곳인 66만 개가 소상공인 업체이고, 카드 가맹업체(53만 3000 개)의 90% 이상이 연 매출 8억 원 이하 영세업체다.

 

‘제로페이 서울’ 시범 서비스가 실시된 지난 20일 강남터미널 지하쇼핑몰 풍경. 사진=차형조 기자

 

고투몰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B 씨(​39)​는 한 달 카드 수수료로 10만 원가량을 낸다. 이날 오전 QR키트를 받아본 B​ 씨는 직원과 결제 테스트를 마치고 계산대에 QR키트를 올렸다. B 씨는 “하루(매출)에 80%가 신용카드 결제인데, 카드 수수료가 부담된다”며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해 수수료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밥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C 씨(​68)​도 “하루 매출 200만 원 중 90% 이상이 신용카드 결제다”며 “1년에 수백만 원을 카드 수수료로 쓰는데 그 돈만 아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다만 C 씨는 “발주나 결제가 모두 포스(POS, 점포판매시스템)기기로 이뤄지는데 휴대폰으로 결제를 확인하는 게 불편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매출 집계와 재고 관리가 가능토록 개선한 포스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개발·적용할 예정이다. 

 

나정용 (주)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 이사는 “중소 자영업자가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수단이 다양해져 다양한 소비계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매출 다 드러난다” 꺼려하는 상인들도

 

신용카드보다 현금 결제가 많은 매장 중 일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투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D 씨는 “금융실명제가 부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 거라면, 제로페이는 없는 사람 돈을 찾으려는 거다”며 “현금 결제를 ‘제로페이’로 돌려 부가세·소득세를 매기겠다는 건데, 매출 신고 솔직하게 하면 영세 자영업자는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용카드와 현금 결제 비율이 평소엔 7 대 3, 외국인 손님이 많을 때는 5 대 5까지 오른다”며 “임대료·인건비 오르고 경쟁도 치열해진 마당에 제로페이를 시행하면 이곳에서 나갈 업주들 여럿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방문했던 가게의 업주 한 명도 “이곳 같은 재래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마진율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출을 숨기려고 현금을 받는 거다”며 “우리 입장에서 매출이 다 드러나는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 업주는 “정부가 소상공인 현금 매출을 찾아내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건데, 그럼 우리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나정용 이사는 “일부 상인들의 입장은 이해 가지만 카드 거부나 카드와 현금 간 가격 차별은 불법행위다”며 “과거의 악습을 버리고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현 서울페이추진반 서울페이 총괄팀장은 “제로페이 공식홈페이지 오픈 전까지 수기로 가맹점 신청을 받아, 시스템에 등록하고, QR코드를 인쇄해 배송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된 것은 사실이다. 인쇄를 많이 하다 보니 강남터미널의 경우 오늘에야 배송이 됐다”며 “소득이 공개돼 오히려 손해가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분이 있는데 불법행위를 하려고 제로페이 도입을 막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개별 은행사 앱 또는 은행 공동앱(뱅크페이), 간편결제앱(4개) 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앱 실행 후 매장 내 QR코드를 촬영한 뒤 금액을 입력하면 된다. 

 

구매자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혜택은 2019년 사용분부터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 체크카드·현금영수증 30%보다 높다. 그러나 제로페이 시행 전부터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과 비교하면 제로페이로 인한 혜택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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