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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공약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둘러싼 잡음

울산시와 산자부 갈등에 예비타당성 조사 불발…'스마트십' 연구 필요성은 공감

2018.12.21(Fri) 15:57:52

[비즈한국] 우리나라 조선 업계가​ 세계 선박 수주 1위 타이틀을 되찾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 19대 대선 후보들은 미래 선박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국가 정책 연구소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성격이 비슷한 기존 연구소와의 중복성 문제에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을 통해 “조선·해운을 포기할 수 없다”며 유휴 항만을 해양산업클러스터로 양성하는 한편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일환으로 울산시가 2016년부터 추진하던 국가 정책 연구소 수준의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래 선박인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스마트십(Smart Ship)’ 건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 선박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울산시 동구의 현대해양플랜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산자부와 울산시가 사업 첫걸음마인 예비타당성 조사에 드는 용역비를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각을 세우는 바람에 연구소 설립은 운을 떼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은 국비 2500억 원, 시비 5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총 30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울산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착공에 들어가 10만㎡ 부지에 3만 5000㎡ 규모로 2022년까지 연구원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울산시청 산업진흥과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보니 정권이 바뀐 이후 바로 사업을 추진했다. 시 차원에서 6000만 원을 들여 초기 단계의 기획 보고서를 산자부에 제출해 채택됐다”며 “산자부에서 용역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로드맵을 그려줄 거라 기대했지만 그 뒤 진척이 없다. 시 입장에선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울산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비 4억 원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예산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산자부 역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에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부산대의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 등 기존의 민관 연구소와 성격이 유사하고 차별점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산자부 기계로봇과 관계자는 “울산시에서 기초 용역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려야 하는데, 용역비를 국비로 쓰려고 하니 일이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산자부 입장에선 울산시에서 원하는 연구소가 어느 수준인지, 기존의 연구소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2014년 4월 14일 대덕연구단지 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설립기념식.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선박 관련 국가 연구소와의 중복성 문제로, 새로운 연구소 설립에 난감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위의 산자부 관계자는 “과기부의 기술 검토를 받고 기재부에 예산을 따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며 “2014년 이후 정부 출연 연구소 신설이 허가 난 적이 없다. 그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선박 기술 연구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울산시와 산자부 모두 공감하는 모습이다. 앞서의 울산시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십’ 등 미래 선박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 등 민간 기업이 자체 기술연구원을 가지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부분이 분명 있다”며 “대전, 부산 등에 연구소가 있지만 현재까지 대형 선박 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소는 없다. 대형 조선소가 몰려 있는 울산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의 산자부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대형 선박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중복되는 기관이 많은데, 굳이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를 만들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RG(선수금환급보증) 기금을 늘리거나, 기존 연구소에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소 설립이 정치적 공약으로 전락하면서 방향성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조선·해양 산업은 국가 주력 산업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북극항로 취항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박 건조현장을 방문했을 때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울산 지역 몇몇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월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울산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진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 1호 공약인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은 조선업 불황이라는 무거운 짐을 털고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연구원 설립으로 고부가가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해 지역 조선 산업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연구원 설립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은 “싱가포르 등 타 국가의 조선업 기술 발전이 무서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어느 지역에 유치되는 것에 중점을 맞추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조선 산업을 이끌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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