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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지상전의 왕자는 아니지만 '버팀목'…흑표전차 축소 대안 찾기

K-2 생산량 줄고 K-3 완성까지 10여 년…K21 방어력 개선 개발·배치해야

2019.02.07(Thu) 15:06:39

[비즈한국] 대한민국은 ‘전차강국’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보다 전차를 많이 가진 국가는 없다. 육군의 전차는 구형 모델도 많지만, 높은 성능의 3세대 전차를 1500대 넘게 운용 중이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규모의 기갑장비를 가진 한국 육군의 전차수량은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육군의 최신형 전차 K-2 흑표전차의 생산수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흑표전차는 개발 당시인 2003년에는 780대를 생산하기로 했다가, 2008년에는 390대, 2011년에는 206대로 생산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K-2 흑표전차의 양산 수량이 줄어든 가장 큰 걸림돌은 두산 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제작한 ‘파워팩’ 개발 실패였다.

 

K-2 흑표전차의 양산 수량이 줄어든 가장 큰 걸림돌은 두산 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제작한 ‘파워팩’ 개발 실패였다. 사진=김민석 제공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의 부품처럼 만든 전차의 동력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K-2 흑표전차의 초기 생산분 100대는 독일회사인 MTU와 RENK가 개발한 제품을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했지만, 국산 파워팩이 완성될 경우 수입을 중단하고 국산제품을 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산 파워팩은 테스트에서 끊임없는 실패와 고장으로 10년 가까이 개발이 지연되었다. 제작사는 국산 파워팩의 개발 실패를 모면하고자 했으나, 오랜 기간 계속 재평가를 실시해도 국산 파워팩은 요구성능을 결국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 시험평가에서 국산 파워팩의 부품 중 엔진은 성능평가를 통과해서, 106대의 2차 양산 흑표전차는 국산 엔진과 독일제 RENK사 변속기를 결합하여 장착하기로 했다.

 

문제는 3차 양산수량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206대의 흑표전차로는 원래 우리 육군의 전차 확보 계획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 그럼 과연 몇 대를 더 양산할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했던 3차 양산수량은 118대였으나, 육군이 54대로 그 수량을 축소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3차 양산이 알려진 54대로 줄어들면 흑표 전차는 260대에 불과하게 된다. 우리 육군의 K-1 전차가 1027대, K-1A1 전차가 484대인 것에 비하면 생산 수량이 크게 적은 편이고, 전차 전력이 우리보다 크게 약한 일본 자위대의 90식 주력전차 생산수량인 340대보다도 적다.

 

생산라인이 닫히고 성능개량만 하는 K1A2를 재생산해도 가격이 흑표전차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K1A2 전차. 사진=김민석 제공


흑표전차가 260대까지 생산되면, 한국 육군이 가진 가장 오래된 노후 전차인 M48A3K를 모두 퇴역시킬 수 있지만, 그 다음으로 오래된 전차인 480여 대의 M48A5K는 아직 퇴역과 도태 일정을 잡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M48A5K는 구형 M48을 미국에서 들여와 한국의 현대정공(현재 현대로템)에서 여러 가지 개조를 하여 배치한 전차로, 엔진, 주포, 사격 통제 장비, 일부 구조물을 새롭게 붙였으나, 시대에 너무나도 뒤떨어진 전차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는 부분은 화력으로, M48A5K의 M68 105mm 활강포는 K1E1 전차의 주포와 동일하다. K1E1에 사용할 신형 대전차 운동에너지탄(APFSDS)이나 각종 신형 포탄을 개발하면, M48A5K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성능 개량의 여지는 있다. 부족한 야간 사격능력과 표적 획득능력도 수고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예산을 들여서 개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전차의 신뢰성과 방어력이다. 전차 역시 무기인 만큼 전투력뿐만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고장 없이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M48A5K는 지나치게 노후화되어 수리비용과 기간이 K1E1이나 K1A2보다 더 많이 들고, 수리한 만큼 안정적인 가동률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방어력도 마찬가지다. M48A5K는 북한의 현대적인 대전차 미사일이나 대전차 로켓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부족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장갑을 붙이기는 곤란하다. 장갑을 붙이게 되면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현가장치도 개조해야 하고, 전차가 움직일 때 생기는 고장이나 부담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K21 보병전투차는 보병을 수송하는 것은 물론 보병에게 화력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져서, 전차포탑을 K21 차체에 붙이면 간단히 경전차가 된다. K21 보병전투차. 사진=김민석 제공


물론 M48 전차의 대규모 개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이탈리아, 대만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M48과 M60 전차를 대규모로 개량한 사례가 많다. 문제는 우리 육군의 M48은 이미 충분히 노후화돼서, 큰돈을 들여서 개발하자니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고, 고장도 빈발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성이 부족하다. 

 

대안은 있을까. 우선 현재 대안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이 영 마뜩찮은 것은 사실이다.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된 것은 K21 보병전투차를 개조한 K21 경전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K21 보병전투차는 보병을 수송하는 것은 물론 보병에게 화력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져서, 전차포탑을 K21 차체에 붙이면 간단히 경전차가 된다. K21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벨기에 CMI디펜스가 제작한 코커릴(Cockerill) 포탑을 얹은 K-21 CT-CV 105와 K-21 XC-8 120 두 가지 경전차 모델을 한국 육군과 수출시장에 제안 중이다.

 

K21 경전차의 장점은 우수한 화력과 유지비다. K21 경전차는 K1E1, 혹은 K1A2와 동일한 전차포탄을 사용할 수 있어, 북한의 모든 전차는 물론 주변국의 주력전차도 격파할 수 있고, 사격통제장비도 우수해서 3km 이상 거리에서 전차전을 벌일 수 있다. 

 

예산만 허락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개발한 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AGTM)을 탑재해서 5km 밖의 전차도 공격 가능하다. 이미 수백 대가 생산된 K-21 보병전투차의 차체와 구동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유지비가 저렴하고 수명도 길다.

 

문제는 K21 경전차의 가격과 방어력이다. K21 보병전투차의 가격은 약 32억 원인데, 여기에 전차포탑을 달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방어력이 부족하여 적의 전차포 공격에도 취약하다.

 

K21의 방어력을 개선한 화력지원 차량을 개발, 배치해야 한다. K21 105HP 경전차. 사진=Shephard Media


북한군의 RPG-7 대전차 로켓 공격에 방비가 안 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방어력 면에서는 M48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K-1A2 전차의 재생산, K-3 차기전차의 조기 개발이 논의되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은 아니다. 이미 생산라인이 닫히고 성능개량만 하는 K1A2를 재생산해도 가격이 흑표전차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K-3 전차는 무인 조종 가능, 전자기 펄스 장갑, 하이브리드 추진체계, 원거리 공격능력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총 망라할 예정이라 우리 육군이 많은 수량을 도입하기 어렵다. K-3 전차의 개발에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사실은 지금 그 누구도 확실한 대안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한국 육군은 전차 수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어도 LAH 소형무장헬기와 현궁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 북한 전차를 상대하기 충분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으며, 현대전에서 느리고 둔중한 전차보다는 민첩하게 작전을 하는 공격헬기와 기동헬기, 무인공격기가 종합적인 전투력 면에서는 전차보다 나은 점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헬기와 무인기는 지상작전에서 전차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방어력과 직접타격 능력이 없다. 쉽게 말하자면 전차는 적이 아군 보병을 공격할 때 즉각 대응 가능한 가장 강력한 화력을 갖추고 있고, 적의 공격을 어느 정도 견뎌내어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체계이다. 20세기의 전차가 ‘지상전의 왕자’였다면, 21세기의 전차는 ‘지상전의 버팀목’인 셈이다.

 

화력지원 차량은 보병과 같이 작전하면서 전차 수준의 방어력을 가졌으므로, 러시아군이 체첸 전쟁에서 막대한 차량 피해를 입은 후 만든 BMPT가 그 시초다. 러시아의 화력지원 차량인 BMPT-72 터미네이터 2. 사진=sputniknews


개인적 의견으로는 언론 보도대로 K-2 흑표전차의 최종 양산수량을 260대로 감축하되, K21 경전차보다는 K21의 방어력을 개선한 화력지원 차량을 개발, 배치해야 한다. 화력지원 차량은 보병과 같이 작전하면서 전차 수준의 방어력을 가졌으므로, 러시아군이 체첸 전쟁에서 막대한 차량 피해를 입은 후 만든 BMPT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차량은 다양한 종류의 기관포와 로켓, 미사일을 장착해 시가지 작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는데, K21 보병전투차에서 인원 탑승능력과 포탑을 제거한 다음, 그 남은 여유 중량으로 추가 장갑을 장착하고,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에 탑재할 무인 기관포탑을 탑재하여 개발이 가능하다. 

 

K-2, K-1A2, K-1E1 전차를 운용하는 기계화부대에 화력지원 차량을 추가 배치하는 대신, 전차 수량을 다소 줄여 남는 K-1E1으로 M48A5K를 대체하면, 지상작전에서의 종합전투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물론 이 제안도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하는 선결조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미래 지상작전에서 드론과 로봇, 헬리콥터와 미사일이 전차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미래 지상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 육군이 부단한 노력과 연구를 경주하고 있는데, 이 문제 역시 진지하게 고민하리라 믿는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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