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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까지 부적절? 갈 길 잃은 제3 인터넷은행

당정, 자격 완화 및 외부평가위 개선 물밑 논의…시민단체, 여권 일각 반대 움직임

2019.06.05(Wed) 15:38:06

[비즈한국] 금융위원회와 여당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방안 논의를 두고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논의 내용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거니와 키움뱅크 컨소시엄(키움뱅크)과 토스뱅크 컨소시엄(토스뱅크)의 예비인가 불허 사유 등과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책임을 국회 쪽으로 돌린 상황이지만, 제3 인터넷은행 인가는 한동안 답보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평가 비중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위원회와 여당의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방안 논의를 두고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지난 5월 30일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 이내에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당정(여당과 정부)은 이날 ‘5년 이내’​를 ‘​3년 이내’​로 줄이고 자격 제한 위반 사례를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이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구성원 교체와 평가방식 개선 등도 논의 사안이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산업적 측면에서 더 나은 인터넷 예비인가 과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정협의회 진행 이유를 밝혔다.

 

이번 논의는 금융위가 5월 26일 위부평가위원회 의견과 금융감독원 심사 결과를 토대로 키움뱅크, 토스뱅크가 제출한 예비인가 신청을 불허한 것에 따른 조치다. 키움뱅크는 혁신성과 실현가능성 등이, 토스뱅크는 자금조달능력 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시장에선 최소 한 곳은 인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터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경우 자본 충당을 위해 펀딩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등 인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었지만, 토스뱅크가 어려워지면 키움뱅크라도 좋은 결과를 받아들지 않겠냐고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 핀테크 업계 긍정하지만, 금융권·시민사회·국회 모두 반발

 

관련 업계에선 이번 논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인증 등 혁신 서비스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선 각종 규제가 풀려야 하는 것이 맞다”​며 “​인터넷은행의 경우 은행의 기본 역할인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에 놓여야 한다. 케이뱅크가 대주주 적격심사 등으로 증자가 어려워져 정상적 은행영업이 불가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논의는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당정의 논의안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고충을 겪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금융권 등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도 결국 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흥행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은행의 신뢰성과 안정성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도 반발하는 상황이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통과시키면서 비금융주력자의 소유 지분 한도를 4%에서 34%로 늘려 대주주 장벽을 완화했다. 이걸 또 완화하자는 거다. 은산분리 원칙 훼손에 따른 위험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들였다 되팔면서 차익을 취했던 ‘​론스타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허권 위원장은 또 “​지금의 논의안은 토스·키움뱅크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고충을 겪는 케이·카카오뱅크 쪽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이미 인가를 내준 은행들이 무너질 경우 정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질 것이니 이를 대비한 회피성 대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3일 규제완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논평을 발표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정부는 현재 인터넷은행이 4개 정도는 나와야 흥행이 될 것으로 보는 듯한데, 은행 개수보다 인가된 은행들의 영업성과 혁신 여부가 더 중요하다. 당정의 방안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기준을 바꾸는 것은 이미 인가한 인터넷은행을 고려했을 때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불거지고 있다. 당정의 논의가 키움뱅크, 토스뱅크의 탈락 사유와 무관하다는 이유 등에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완화하는 것은 축구경기에서 골이 안 들어가니 골키퍼의 손발을 묶거나, 골대를 늘리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며 “​키움과 토스의 탈락은 대주주적격성 심사요건의 문제가 아닌 자격미달의 사업자들이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논의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 키움·토스 재참여 미지수…“​​​​혁신성 평가 비중 높여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당장 심사방식 등을 크게 바꾸진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논의되면 그때 참여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정회의 때 일부 그런 의견이 나온 것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변경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 3분기 중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재공고하고, 4분기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토스뱅크와 키움뱅크는 예비인가 재신청 여부를 두고 “​현재 확정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평가 비중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건들지 말고 혁신성 평가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혁신성이 높으면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도 용이해지는데, 이 연관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일례로 영국 핀테크 업체인 아이오카(IWOCA)는 높은 혁신성을 띤 비즈니스 모델, 상품 출시를 통해 벤처캐피털로부터 큰 규모의 금액을 끌어온다. 여느 업체들처럼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중소기업들로부터 십시일반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다. 혁신성 평가에 더 무게를 실어야 인터넷은행 인가 취지도 살아나고 진입 장벽도 적절히 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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