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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 다시보기] 해외 현지 가이드의 불편한 진실

유통상품 돼버린 패키지여행, 무자격 가이드는 안내 부정확하고 사고 대응 어려워

2019.06.18(Tue) 17:51:05

[비즈한국] 최근 한국 패키지여행의 실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누군가는 패키지여행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하지만 사실 요즘 불거져 나온 사건들은 한국 패키지여행이 가진 여러 고질적인 문제들과 맞물려 있다. 그 중, 적게는 7~8명에서 많게는 20~30명의 여행자를 이끄는 현지 가이드에 대한 문제를 짚어본다.   

 

대개 투어가이드의 기본요건은 자국민이 원칙이다. 자국민이라야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럽 패키지여행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일단 스케줄과 여행단이 꾸려지고 나면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는 것이 현지 가이드다. “가이드의 역량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은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나 패키지여행을 다녀본 여행객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 이 현지 가이드의 90% 이상이 무자격자라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유럽 한인 가이드 90% 이상이 자격증 없는 무자격자

 

유럽이든 미주든 동남아든 대개 투어가이드의 기본요건은 자국민이 원칙이다. 자국민이라야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현지 가이드는 EU 국적이어야 한다. EU 국적인 사람이 투어가이드 자격증을 가졌을 때에만 적법한 현지 가이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가이드 자격증 시험은 어느 나라나 쉽지 않다. 현지 언어로 보는 시험이니 현지 언어를 기본으로 하고 현지의 사회·문화·역사에 대한 시험에 통과해야만 가이드 자격이 부여된다. 

 

그래서 유럽의 한인 가이드들은 EU 국적이 아닌 데다 자격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업에 종사하는 현지 교민이나 유학생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 언어에 능통하고 EU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현실적으로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현지의 한인 가이드 대부분은 쇼핑과 옵션을 통한 중간 마진으로 보수를 받기 때문이다. 

 

10년여 동안 유럽 여행가이드 일을 해오고 있는 A 씨는 “자격이 되지 않는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으면 곧 불법으로 간주돼 현지 경찰에 고발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관광지에 도착하기 전에 버스 안에서 설명을 마치고 관광지에 도착하면 시간 약속만 정해서 자유 시간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럽 패키지여행을 가서 흔히 겪는 일 중에 하나가 관광지마다 목에 가이드 패찰을 두른 또 다른 현지인 가이드를 만난다는 것. 하지만 현지인 가이드는 옆에 서 있거나 따라만 다닐 뿐 별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동남아에서는 하루 종일 여행일정을 쫓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안내는 주로 한인 가이드가 맡는다. 앉아만 있는다고 해서 일명 ‘시팅가이드(sitting guide)’라고 한다. 한인 가이드가 불법이기 때문에 현지 국적에 가이드 자격증을 가진 현지인을 늘 대동하고 다니는 것이다. 

 

제대로 현지 문화를 알려면 현지 국적의 가이드 설명을 직접 하거나, 한인 가이드가 중간에서 통역해야 하지만 패키지여행은 늘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설명은 한인 가이드가 대강 하고 이동하기 바쁘다. 여행사 대표 B 씨는 “깐깐한 유럽에서는 관광지마다 현지 가이드를 따로 만나고, 태국 같은 체계적인 관광국가에서는 시팅가이드를 대동하기도 하지만 관광객 받기 바쁜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자주 무시된다”고 전했다. 비용이 이중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 동행만 하는 시팅가이드, 가이드 자격 시험은 어렵기만

 

인건비가 높은 유럽 등에서는 인솔자, 한인 가이드, 유럽인 시팅가이드 구조는 판매가 불가능한, 경쟁력 없는 여행상품이다. 특히 자연 활동이 많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액티비티 가이드는 현지 국가에서 엄격한 관리를 통해 자격증을 부여한다. 트레킹 전문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이나 남미의 트레킹 가이드는 해당 국가가 운영하는 산악학교를 레벨별로 수년간 수료 후 국가마운틴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적법한 한인 마운틴 가이드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한다.

 

다른 전직 가이드 C 씨는 “현지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무자격 가이드는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니 유사시 안전이 보장되기 어렵고 현지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최악의 경우 거리에서 불법 가이드로 적발돼 단체 여행객 전원이 현지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는 바람에 일정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불법 가이드 적발은 현지 관광경찰에 의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가 경쟁사의 신고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투어가이드의 적법성 여부를 엄격하게 따질 경우 자국의 여행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로 눈감아 주는 나라들이 많다. 특히 동남아시아가 그렇다. 일본 등 몇몇 나라는 자국어 능력시험과 역사·문화시험에 합격한 외국인에게도 투어가이드 자격증을 발급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건 그 나라의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가이드자격 시험은 쉽지 않다. 

 

대만은 가이드 자격시험이 어려워 중국동포나 화교가 불법으로 한국인 상대 가이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만 정부에서는 2~3년 전부터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가이드 자격시험을 파격적으로 쉽게 해 한인 가이드를 대거 배출했다. 그럼에도 대만 역시 아직 한국인을 상대하는 현지 가이드 대부분이 무자격자다.       

 

한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할 수 있는 관광통역가이드 시험도 쉽지 않다.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 역시 자격증 없는 중국동포가 불법적으로 안내하는 사례가 많았다. 중국동포는 중국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그들에게도 한국의 관광통역가이드 시험은 쉽지 않아 무자격자가 많다. 

 

제주에 유커가 대거 들어오던 2014~2016년에는 정식 자격증이 있는 한국의 관광통역가이드들이 중국동포의 불법 가이드 행위를 방치하는 제주도에 항의하기도 했다. 또 서울의 명동과 남산 등에도 관광경찰을 배치해 불법 중국동포 가이드를 잡아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눈 가리고 아웅’​ 정도로 끝났다. 여행업계와의 관계와 인바운드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납품 받은 여행상품을 항공권과 결합해 유통과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한국 패키지 여행사들은 상품 스케줄 정도만 알고 있지 현지 상황은 구체적인 것까지 파악이 어렵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도 늦을 수밖에 없다. 유럽패키지투어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 일본은 전 세계에 일본어 가능 현지 가이드 인프라 구축

 

한국에서는 소규모 테마 여행사들을 제외하면 이름을 들어본 웬만한 패키지 여행사들, 즉 하나투어나 모두투어를 비롯해 롯데관광, 한진관광, 인터파크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까지 대개 현지 여행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유통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직접 여행스케줄을 만들고 호텔 및 현지교통, 식사, 투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여행사에서 스케줄과 견적을 받아 항공을 붙여 하나의 상품을 만든다. 국내 여행사에서는 모객만 한 후 현지 여행사에 모든 진행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모객을 한 국내 여행사는 수많은 상품에 대해 스케줄 정도만 알고 있지 현지에서 진행되는 구체적인 상황까지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도 느릴 수밖에 없다. 

 

장영복 신발끈여행사 대표는 “일본의 여행사들은 여행 기획부터 수배까지 모두 직접 하는 형태다. 스케줄을 직접 짜고 준비하는 투어 오퍼레이션이라는 여행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 여행산업을 발전시켜왔다”며 “전 세계에 일본어를 구사하는 현지인 가이드나 가이드자격을 갖춘 일본인 가이드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납품 받은 여행상품을 항공권과 결합해 유통과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한국 패키지 여행사들은 우선 현지의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 D 씨는 “가장 국제화가 안 된 기업이 바로 여행사”라며 “패키지 여행사 대표나 현지 여행을 중개하는 스타트업 플랫폼 대표도 현지의 한인 가이드가 대부분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인솔자 E 씨는 “현지 가이드는 적법한 현지인이 진행하고 이를 인솔자가 통역하는 방식이 맞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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