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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판문점너머] 북미 DMZ 회동, 실리는 누가 챙길 것인가

‘역사적 사건’이지만 해법 쉽지 않아…관련 비즈니스도 긍정 속 난기류 잠복

2019.07.01(Mon) 07:47:04

[비즈한국] 1분간의 ‘방북’과 53분간의 회담. 2019년 상반기의 마지막 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한국전쟁 휴전 66년 만에 처음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땅 밟기 이벤트는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졌지만, 그 효과는 만만치 않다. 북미 관계의 진전이란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지난 2월 말 베트님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는 냉랭한 힘겨루기 상황을 이어왔다. 양측이 판깨기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5월 북한이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 행태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기대를 걸었던 북한은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에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대남 비방을 거칠게 이어갔다.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사흘 전인 지난 27일에도 북한 외무성은 “조미 문제는 남조선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제 집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게 좋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4개월간의 북미 냉각기에서 양측의 관계를 지탱해준 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인간적 관계였다. 냉혹한 국익우선의 국제 외교무대에서 최고지도자 사이의 인간관계라는 게 얼마나 작동 가능한지, 특히 적대관계인 북미 수뇌부 사이에서 이런 개념이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언술은 여러 차례 이를 강조해왔고 결정적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희망’ 트윗에 김정은 위원장이 호응함으로써 이번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양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환담과정에서도 “제안해줘서 깜짝 놀랐다”(김정은)거나 “당신이 호응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트럼프)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는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수사로 보인다. 양측이 친서교환 등을 통해 3차 회담 혹은 전격 회동에 대한 교감을 이어왔고 판문점 만남을 위해 긴밀하게 물밑 조율을 이어온 정황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은 4개월간의 불편한 조정기를 거친 양측이 최고지도자 간의 톱다운 방식 해법을 통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첫 회담에서 합의한 관계정상화의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다시 이어가려는 시간표를 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향후 2~3주 내에 양측 실무 협상팀을 지정해 현안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발표 내용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트럼프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을 넘은 건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뜻”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트럼프는 국내외적으로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무대로 판문점을 선택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담(G20)의 호스트인 아베 일본 총리를 잊힌 인물로 만들 만큼 흥행 효과를 맛봤다.

 

문제는 ‘역사적인’ 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핵과 한반도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의 해법은 아직 제대로 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2~3주 내 협상팀 구성’이란 양측의 합의가 원만히 이행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해 벽두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의 훈수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을 평양으로 초청해 북중 조율을 심화했다. 중국과는 ‘같은 참모부에서 싸운다’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한반도 문제와 대미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공조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과시했지만 시진핑과 푸틴이 결합된 복합방정식을 김정은이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트럼프의 속마음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럭비공처럼 튀는 언행과 정책으로 ‘노련한 협상가’와 ‘기분파 장사꾼’ 사이를 오가는 평가를 받았던 그의 행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언젠가 대북제재가 해제되길 바라고, 협상을 하다보면 제재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말에는 당장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 그룹의 견해다. 트럼프-김정은 사이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미 협상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 관계가 다시 화해무드로 선회하면서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협주를 중심으로 활기가 돌고, 대북투자와 경협을 고려하던 기업들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북한도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라도 교역이나 경협을 제한적으로나마 재개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 숨통을 트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내놓은 5·24 조치에 따라 중단된 북한산 모래반입이 그 중 하나다. 

 

당시 북한에 대금을 지불하고 못 가져온 이 모래는 제재 적용 예외대상이다. 북한은 최근 500만 달러어치의 모래 250만㎥를 반출해갈 것을 우리 기업에 통보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제재의 예외가 되는 거래를 통해 점차 경협의 통로를 넓혀가려는 게 북측의 의도로 보인다.

 

물론 현재로서는 본격적인 경협이나 대북 투자·교역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는 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겹겹이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과 향후 후속협상이나 조치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순탄하게 진행되면 북미 간 제재해제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 문제를 북미 간 신뢰의 상징이자 북한 체제의 사활을 건 문제로 인식하고 집요하게 제재해제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도 인도적 지원을 앞세워 제재완화와 경협재개를 트럼프 행정부와 국제사회에 설득 중이다. 여기에 천부적인 사업적 셈법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미국의 경제적 이익 등을 우선시해 모종의 결정을 내릴 경우 상황은 급진전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나 기업은 명확한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시장 선점효과에 집착해 조급증을 보이다가는 트럼프와 미국의 대북보상 프로젝트에 ‘봉’​이 돼버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첫 정상회담을 전후해 ‘평양 트럼프 타워’ 등 무지갯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한국이나 일본의 기업들에게 이를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이어온 바 있다.

 

이번 방한 기간 우리 기업인들과 만난 트럼프의 모습에서도 ‘비즈니스 퍼스트 대통령’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호명해 일으켜 세운 뒤 미국 투자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3조 6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손을 잡아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행사 내내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쏟아낸 뒤 그는 자리를 떴다. 한국 기업이나 투자에 대한 그의 인식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벌인 화려한 파티는 끝났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향후 한반도 정세와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각축전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기호지세(騎虎之勢)인 상황을 맞아 체제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할 형국이다. 북한을 비핵화와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만만치 않은 규모의 폭풍들이 몰려 감당하기 힘든 위력을 발휘하는 초대형 토네이도의 기류도 감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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