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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열풍, 게임은 무풍지대인 까닭

혼자 즐기는 사적 소비영역으로 영향 덜 받아…특정 혐한 기업은 보이콧 가능성

2019.08.14(Wed) 16:47:20

[비즈한국] ‘일본 불매운동’​에 한창 불이 붙던 지난 7월 26일.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품 하나가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였다. 나오자마자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물량이 부족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디에 몇 개가 입고됐다”는 구매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사 닌텐도가 만든 게임기 ‘스위치’의 독점 게임 소프트웨어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이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최신작인 이 게임은 첫 작품이 무려 29년 전인 1990년에 출시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닌텐도 패미콤 전용 게임으로 출시돼 3040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후에도 많은 콘솔 게임기기에 수십 개의 후속작이 출시됐으며, 특히 이번 최신작은 뛰어난 완성도와 스토리 그리고 오래간만에 한글화가 이뤄져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은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7월 말 출시돼 지금까지 지속적인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디자인=김상연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거의 모든 경제 영역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취미 부문만큼은 예외다. 콘솔 게임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콘솔 시장이 예년 대비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대작 출시가 다소 주춤하​고 플레이스테이션5나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 등 새로운 기기들의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게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나왔을 때 (일본 불매운동을 의식해)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아직 게임기가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 구입하기가 다소 망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게임 이용자들이 일본 불매운동에 관심이 없거나 반대해서 이러한 예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불매운동이 있기 이전에도 반일 정서에 따른 불매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 아틀러스사의 대표적인 롤플레잉 게임 ‘페르소나’ 시리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게임이지만 시리즈 곳곳에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묘사가 발견되고, 사죄와 배상과 같은 단어가 게임 내에서 의도적으로 차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다가 플레이스테이션4 독점으로 출시된 ‘페르소나5’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신발에 욱일기가 그려진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게임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항의 끝에 결국 욱일기 문양이 삭제된 채 국내 정식 출시됐다.

 

게임 산업에 유독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적은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게임은 저마다 독립적인 콘텐츠와 그에 따른 재미를 가지고 있는 데다, 일본 게임 전체를 보이콧하기에는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미국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콘솔 게임을 내놓기는 하지만 게임 분위기나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 일본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같은 취미 부문이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적잖게 받은 곳도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영화다. 지난 7월 24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 감청의권’은 불매운동과 맞물리며 포털사이트에서 별점 테러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어벤저스: 엔드게임’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 최신작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은 동원 관객 수가 과거 작품의 절반에 불과하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3주 차임에도 전국 개봉관 중 유일하게 메가박스 강남 단 한 곳에서 격일로 하루 한 회차만 상영 일정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누적 관객은 21만 8000명. 앞서 개봉한 ‘명탐정 코난: 진홍의연가(2017)’과 ‘명탐정 코난: 제로의집행인(2018)’은 우리나라에서 각각 45만 명, 4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 역시 단순히 일본 불매운동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CJ엔터테인먼트가 수입을 맡아 한국어 더빙까지 마쳤지만 결국 자막판만 개봉했기 때문. 이는 일본 제작사인 TMS 엔터테인먼트가 더빙판 상영을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했다는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게임, 프라모델, 애니메이션과 같은 취미 분야가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비교적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유명 만화인 ‘에반게리온’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을 그린 만화가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보지 말라고 해도 볼 거잖아”라고 발언한 데 이어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더럽다”​고 비하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많은 공분을 샀다. 당장 불매운동이 진행될 만한 신작은 없지만, 향후 나올 작품에 두고두고 혐한 꼬리표가 따라다닐 가능성이 높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일본 대중문화와 관련된 취미는 대부분 개인이 집에서 혼자 즐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에반게리온 작가처럼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경우에는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취미는 대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생필품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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