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생리대 유해성 논란 그후 '선택지는 늘었다지만…'

유기농·순면 제품 늘었지만 가격이 걸림돌, 여성단체 "기업과 정부 책임 필요"

2019.08.23(Fri) 18:32:52

[비즈한국] 많은 여성은 생리대 매대 앞에서 고민한다. 친환경, 순면, 유기농 같은 문구가 적힌 생리대는 비싸다. 1+1, 증정품 같은 혜택도 적다. ‘이번 달까지는 할인행사 제품을 쓰고 다음 달부터 순면 제품을 쓸까?’ 고민한다. 생리대를 둘러싼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다.

 

많은 여성은 생리대 매대 앞에서 고민한다. 사진=고성준 기자

 

2017년 3월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실험을 통해 유해성에 문제를 제기하자 같은 해 12월 식약처는 ‘50종의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휘발성유기화합물)가 검출됐지만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와 SNS에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계속 쏟아졌고, 문제가 된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는 소비자 3000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를 기억한다는 이유진 씨(27)는 “문제 제기 전까지 여성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생리대 연구나 피해 사례 수집이 없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몸의 변화를 ‘내 문제’라고만 생각하며 쉬쉬했다. 원인이 생리대일 수 있다는 의문을 그때 처음 가졌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했는데 그 후 2년가량 수입 순면 생리대를 사용하며 좋아졌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018년 10월부터 모든 일회용 생리대 제품에 전 성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환경부는 ‘일회용 생리대의 건강영향 예비조사’를 실시해 생리통 증가, 생리량이나 생리주기의 변화, 외음부 통증 등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밝혔다.

 

# 안전할수록 비싸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2년 반이 흘렀다. 이슈는 ‘생리대 가격’으로 넘어왔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의 요구는 가격 앞에 좌절됐다. 친환경, 유기농 등을 내세운 다양한 종류의 생리대가 등장했지만, 안전해 보일수록 생리대 가격은 높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중 저렴한 편에 속하는 ‘위스퍼 리프레시 클린케어 중형’은 개당 139원이며, ‘100% 순면커버’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좋은느낌 좋은 순면’은 개당 331원이다. 순면 커버를 사용한 제품이 약 2.4배 비싸다. 

 

조금 더 안전해 보이는 제품을 선택한다면 가격은 3~5배 뛴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등장한 국내 한 스타트업의 유기농 생리대는 개당 450원이다. 유기농 순면 인증 마크가 붙어있다.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진 해외 유기농 생리대는 개당 658원이다. 하루 8개씩 7일(여성환경연대 기준)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저가형 생리대를 사용할 때보다 해외 유기농 생리대를 사용할 때 한 달 기준 2만 9000원 정도가 더 드는 셈이다. 

 

한 생리대 스타트업 대표는 “‘성분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만드는 제품이라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다른 유통채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배송한다거나, 정기배송 형태로 장기 고객을 관리하는 식으로 가격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생리대 시장이 오랫동안 독과점 형태여서 가격대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여성들은 주기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기준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깨끗한나라, 엘지유니참, 웰크론헬스케어, 유한킴벌리, 한국피앤지)는 국내 생리대 전체 생산·수입 금액의 89%를 차지했다. 2017년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점유율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대형사들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규모가 큰 업체 제품은 접근성이 높아 매출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업체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천연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안소영 여성환경여대 사무처장은 ‘​월간 복지동향’​을 통해 “고가의 유기농 생리대 구입이나 반영구적인 면 월경대, 월경컵 사용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만 미뤄서는 안된다. 불평등한 사회문화와 경제 시스템 내에서 개인적인 선택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이나 플라스틱을 최소화해 여성과 생태계 건강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기업에 있고, 이를 지원할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 생리대에 대한 인식 변화는 긍정적

 

한편 생리대가 ‘숨겨야 할 물건’에서 ‘건강과 직결된 물건’으로 넘어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9년 생리대 광고.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여성 이슈와 관련해 꾸준히 발언해온 도우리 칼럼니스트는 “2017년과 비교해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광고다. 일부긴 하지만 이전에는 광고에서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이제야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흰 옷을 입고 깨끗함을 강조하는 대신 운동하고 활동적인 여성상을 어필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도 씨는 “국내에서는 생리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한데, 이런 분위기가 생리컵, 탐폰과 같이 삽입해서 사용하는 대체재의 접근성을 막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여대 사무처장은 “‘깔창 생리대’ 보도가 복지 차원의 생리대 문제를 공론화했지만 그렇게 제공되는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월경복지라고 할 수 있을까? 작년 연말 발표된 환경부의 건강영향 예비조사로 여성들이 경험한 일회용 생리대 사용 관련 피해증상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객관화됐다. 이 결과가 여성건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핫클릭]

· [긴급체크] 지소미아 결국 종료, 일본과 '전면전' 돌입?
· '별도기준 210억→연결기준 1036억' 삼양인터내셔날 내부거래의 비밀
· 한·이스라엘 FTA 타결, 일본 수출 규제 돌파구 될까
· [인터뷰] '남의 집 거실 공유'로 3억 투자 유치, 김성용 남의집 대표
· 한의사·의사 갈등 격화, '리도카인'이 뭐길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