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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 풍경 바꾼 코로나19 '교수도 변해야 산다'

유례없는 비대면 강의에 실수 연발하기도…온라인 교육 정착하는 계기로 삼아야

2020.03.23(Mon) 09:25:46

[비즈한국] 1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대학교가 개강했다. 대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3주 정도 비대면 수업 체제로 진행한 후, 현장 강의를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 체제에 교수와 학생들의 혼선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다만 일부 교수들은 현 상황을 발판으로 비대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들의 온라인 수업 방법은 크게 ‘녹화’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두 가지로 나뉜다.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학생들에게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게 전자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는 캠과 마이크가 필요하다. 학생들과 교수가 실시간으로 한 채널에 접속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수는 특정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업 중 질문이 있는 학생은 마이크로 얘기하거나, 실시간 채팅창에 질문 내용을 적으면 된다. 학생의 질문은 교수와 다른 수강생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개강 첫날인 16일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재학생들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주간 개강을 연기한 대학들은 이날 개강하고 온라인 강의 등으로 수업을 대체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교수들은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학습 체제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 한 교수는 “평생을 학생들 앞에서 수업했다. 학생 없이 강의를 녹화하려니 연기하는 기분이다. 촬영하다가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얼른 현장 강의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며 온라인 강의에 대한 어색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교수 역시 “녹화 강의를 홈페이지에 올려두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교수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가 처음인 데다가 평소 마이크와 캠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실수가 잦다. 교수가 마이크를 끄고 수업을 한다든지, 영상이 뒤집힌 상태에서 칠판에 수업 내용을 적거나, 캠이 켜진 걸 모르고 수업 전 흡연을 해 그 장면이 학생들에게 송출되는 등 실수도 각양각색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교직원은 “실시간 스트리밍 수업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다. 이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서 교수들이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다. 강의실에 처음 컴퓨터를 들여놨을 때 교수들이 빔프로젝터 작동법, 볼륨 조절법 등을 몰라 헤매던 풍경과 비슷하다”며 “과 사무실은 학생들이 없어 한적하지만, 온라인 강의 작동법 문의 전화가 빗발쳐 콜센터를 방불케 한다. 현재 근로 장학생을 추가로 투입해 문의 전화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온라인 학습 체제를 기회로 삼는 교수들도 존재했다. 영상미학 수업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수업 오리엔테이션을 Vlog(브이로그)로 제작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본 학생들은 “영상미학 수업답다”, “고퀄리티다”, “교수님이 유튜버 체질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양명호 씨는 “교수님들께서 ‘오프라인에서 나타나던 쌍방향 소통 부재의 문제가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해소되고 있는 것 같다’며 좋아하더라. 현장 강의 땐 학생들이 눈치를 보면서 질문하지 않았는데, 온라인 강의에선 비공개로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수님들이 온라인 강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현장 강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선진국 대학교들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수업 체제’로 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지식 전달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토론·실습 등은 대면 강의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교수들도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다 보니 익숙한 대면 강의에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온라인 강의 체제를 구축을 돕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국내 대학 교육 방식에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T가 edX를 통해 제공 중인 온라인 강의. 사진=edX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오래전부터 생물학, 미적분학, 화학, 컴퓨터 과학, 물리학 수업을 강의마다 녹화해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MIT 학생들은 학기 시작 전 해당 수업 일부에 대한 학점을 얻을 수 있으며, 캠퍼스에서 이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시험 준비나 보충 자료로 온라인 강의를 추천한다. 이 강의는 에덱스(edX)라는 온라인 공개 수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플랫폼을 통해 MIT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학생이 시청할 수 있다.  

 

MIT 대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MITx 마이크로마스터즈 프로그램’은 온라인 공개수업을 활용한 새로운 입학 방식이다. MIT는 대학원 입학 예정자에게 석사 과정 첫 학기 과목들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이를 모두 수료해 마이크로마스터를 취득한 이들 중 성과에 따라 대학원생으로 선발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학교 대부분이 첫 2주만 온라인 강의 체제로 진행한다고 하다가 상황에 따라 1주씩 연장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교수나 학생들이 2~3회 온라인 강의를 통해 무엇을 얻기보다는 ‘버터야 한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태껏 발생한 실수들은 교수나 학생에게는 단지 해프닝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라인 강의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자료를 만들어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실수들이 건전한 성장통이 될 수 있다. 2월부터 교수 대부분이 한 학기를 온라인으로 수업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면이 불가피한 실습수업에 대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교수는 16주 과정에 맞춰 자료를 온라인에 맞게 바꿨을 것이고, 학생들도 이 상황을 일회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1주씩 온라인 강의 연장하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선진국처럼 비대면 강의 체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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