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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주식열전] 문희상 국회의장의 현대아산 249주에 담긴 의미

남북경협 염원하는 마음 담아 투자…20년째 적자지만 '대박' 가능성도 상존

2020.03.25(Wed) 15:50:19

[비즈한국] 공직자. 사전적 의미로는 공무원, 국회의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 더욱 높은 수준의 감시가 필요하다. 우리 법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의 고위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도록 한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관심을 알 수 있다. 그들이 투자한 주식을 통해서 말이다. 그들의 투자노트를 확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주식 투자 목록은 단촐하다. 비상장사인 현대아산 주식을 249주 보유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주식 수가 매우 적다. 2015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 의장이 신고한 현대아산의 주식가치는 331만 1000원이었다. 지난 2019년 633만 원 증가한 961만 원으로 가치가 높아졌다고 신고했지만 여전히 1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문 의장이 현대아산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남북 경협을 위해 현대아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으로 알려졌다. 2003년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의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빈소를 ​찾기도 했다. 문 의장 측 관계자는 “과거 문 의장이 남북 경협 관련 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을 지키고자 하는 의미로 소액을 투자하게 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과거 다른 정치인들도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현대아산 지분을 사들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236주),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50주) 등도 약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4일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빈소를 문상한 뒤 노무현 대통령의 부의금을 김윤규 사장(오른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아산은 대표적인 남북 경협 관련주다. 1998년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한 현대아산은 이후 개성관광, 남북간 운송사업, 개성공단건설·개발사업 등으로 사업권을 확보했다. 현대아산은 여타 기업과 조금 다르다. 일각에서 남북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현대아산 주식 갖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3년 당시 신계륜 민주당 의원(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은 고 정몽헌 회장 사망과 경영난을 겪던 현대아산 주식 갖기 캠페인을 추진했다. 현대아산 자사주의 4.4%에 해당하는 38만 주를 주당 5000원에 일반 공모한 것.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아산은 남북 경협 사업의 특성상 정치·외교 및 국제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투자처로 따지면 리스크가 큰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부터 시작한 금강산 관광 사업이다.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선적으로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지난 2019년 10월에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관련 시설 철거를 요구하면서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들려온 소식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남북의 중재자로 나선 미국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요청한 데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북한이 반발한 것이다.

북한은 2019년 11월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시간표가 정해진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통지문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허송세월할 수 없다”며 “이제 와서 두 손을 비벼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싸늘히 식어버린 ‘​협력’​이라는 아궁이에 탄식과 후회의 눈물 젖은 장작을 아무리 밀어넣어도 재활의 불길은 더는 일지 않을 터”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2016년 중단된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철도 사업도 공사도 함께 연기되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정상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서 논의된 남북 경협 계획은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하는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서는 강력한 경협의지를 드러내며 북한과의 관계 경색을 풀어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같은 달 13일 여야 국회의원 157명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 결의안’을 통해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율적·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협조 등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 이상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 모두가 주변 국가들과 함께 번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북한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발표 이틀 후에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시설 철거 일정을 연기한 것. 금강산 관광 재개의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이 같은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현대아산 실적에 반영됐다. 현대그룹은 대북협력 사업권을 갖는 조건으로 5억 달러(6144억 원)를 북한에 지불했지만, 투자를 회수할 만한 사업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실제 재무제표가 공개된 2000년 이후 현대아산의 영업실적은 무려 20년간 마이너스다. 가장 최근 지표인 3분기 누적 영업실적 역시 36억 5461만 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9년 금강산 현지에서 진행한 ​현대아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사진=현대아산 홈페이지

  

다만 현대아산은 남북 경협이 형성할 막대한 시장 규모 때문에 이른바 ‘대박’도 충분히 가능한 투자처로 분류된다. IBK경제연구소는 2018년 남북 정상 합의문에 포함된 내용대로 남북 경협이 진행될 경우 63조 5000억 원을 투자해 379조 4000억 원의 이익을 남길 것으로 판단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20년간 326만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송재국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남북 경협 사업은 정치적 리스크만 제거되면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매력적”이라면서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영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 경협의 성공 모델을 창조하기 위해 분투 중”이라면서 “선대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현정은 회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현재 상황을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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