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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0억 원 대 치료비 먹튀 논란 투명치과, 또 '야반도주'?

공지 없이 장기간 휴업 중 부동산 매물로 등장…재판에 영향 미칠까 '관심'

2020.03.27(Fri) 14:36:19

[비즈한국] 1만 명이 넘는 환자로부터 치료비 약 100억 원 가량을 받고도 제대로 진료를 하지 않아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투명치과가 환자들 사이에서 또 다시 먹튀 의혹에 휩싸였다. 사태 이후 투명치과 대표원장이 이름과 장소를 바꿔 운영해오던 병원이 최근 소리 소문 없이 매물로 나왔기 때문. 병원은 4월 말까지 코로나사태로 인해 휴업한다고만 밝힌 상태다. 아무런 공지를 전달받지 못한 환자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소재의 투명치과는 지난 2018년 크게 논란이 일었던 병원이다. 연예인 치열 교정으로 유명했던 이 병원은 SNS 할인 이벤트를 통해 “별도 추가비용 없이 299만 원으로 투명 교정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해 큰 인기를 끌었다. 저렴한 가격에 탈부착이 가능한 투명 교정기는 치아 교정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환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고, 치과는 치료비를 선불로 받았다. 최소 3만 명 정도가 투명교정 치료차트에 등록됐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대대적인 홍보와 달리 진료는 부실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해당 치과는 확장 공사 등을 이유로 진료를 돌연 중단했다. 이미 돈을 낸 환자들의 진료권이 한순간에 제한된 셈이다. 그 배경에는 원장의 꼼수가 있었다. 투명치과는 현금매출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2014년에 100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벌금을 부과 받았는데, 진료 선납금을 과태료를 납부하는 데 쓴 것. 여기에 투명 교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돌며 환자 수가 줄어들자 병원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됐다.​​ 

 

1만 명이 넘는 환자로부터 치료비 100억 원을 받아놓고 제대로 진료를 안 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투명치과가 환자들 사이에서 또다시 먹튀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 압구정 가로수길에 위치했던 투명치과의원. 사진=박정훈 기자


투명치과 사태 이후 환자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었다. 진료비 환불을 요구하며 투명치과 강 아무개 원장을 상대로 소송에 돌입한 환자들이 있는 반면 투명치과에서 치료를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환자도 있었다. 보통 치아 교정은 한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하는 터라 이미 시작된 치료를 다른 병원에서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병원을 찾더라도 상담비부터 치료비까지 다시 부담해야한다. 투명치과는 영업을 계속해오다 지난해 7월 지하1~2층까지 약 60평짜리 청담동 건물로 위치를 옮기고 A치과로 상호를 바꿔 영업을 이어왔다.

 

의사가 한 명 뿐이고 여전히 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기는 했지만 투명치과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들에게 A치과는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해당 치과 건물이 지난 2월 26일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된 것. 한 층당 보증금 1억 2000만~5000만 원, 월세는 700만~1500만 원 상당​이다. 지난 1월은 원장의 병가로, 2월부터는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 환자가 많고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명분으로 휴진을 이어오던 상황에서 맞이한 갑작스러운 소식이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이와 관련해 어떠한 공지도 없었다. 병원 측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서 “앞으로 별도의 예약시작 문자공지가 없다”고 통보했을 뿐이다.

 

지난 26일 저녁 병원을 방문했다. 유리문 너머의 내부는 이미 모든 집기와 짐을 빼고 텅텅 빈 상태였다. 휴업 중이라서 문이 잠겼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곳곳에 있는 쓰레기봉투가 눈에 띄었다. 같은 건물 다른 매장 직원은 “3월 중순 정도에 짐을 뺐다. 이사 여부는 말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우리가 봤을 때는 그냥 도망친 거다. 코로나 사태라고 해도 다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지 않냐”고 말했다. 치과 인근의 옷 가게 직원도 “2주 전 쯤에 물건을 뺐다. 먹튀한 거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진료상담을 위해 만든 치과의 카카오톡 아이디도 사라진 상태다.

 

의사가 한 명 뿐이고 여전히 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기는 했지만 투명치과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들에게 A치과는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해당 치과 건물이 지난 2월 26일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진=김명선 기자


관할인 강남구 보건소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치과가 사실상 영업을 안 한다고 판단해 원장과 얘기를 했고, 3월부터 5월 1일까지 휴업 상태였다. 5월 이후에 폐업을 할지 휴업을 연장할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휴업 중에 병원을 내놓았다는 건 사실상 폐업이다. 병원을 안 한다는 거다. 치과 이전을 한다면 신고를 해야 하는 사항인데 연락이 없었다. 추후에 폐업 신고를 하러 오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재정 위기로 병원을 유지하기 힘들어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취재 결과 해당 병원은 1억 3천만 원에 달하는 건강·장기요양보험료가 체납돼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 예정 통보를 받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체납분이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경영상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투명치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폐업을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환자도 아주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을 이사했다고 보기도 상식적으로 애매하다. 이사한 지도 얼마 안 됐다”고 말했다.

 

재정위기로 병원을 유지하기도 힘들어 폐업 수순에 돌입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해당 병원은 1억 3천만 원에 달하는 건강·​장기요양보험료가 체납돼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 예정 통보를 받았다. 사진=김명선 기자


이 같은 소식에 환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명치과에 이어 A​치과에서 치료를 받아왔다는 한 환자는 “​장치가 떨어졌는데 2개월 넘게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사실 진료가 2~3분이면 끝나고 의사도 한 명이라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며 “다른 병원에서는 치료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 핑계로 진료를 안 하는 점도 화나지만, 전화도 안 받고 짐도 빼버리니까 더욱 불안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투명치과를 다닌 다른 환자도 “​보상은커녕 교정을 완료하지도 못한 채 추가 비용을 들여 다른 치과를 찾아야 할 판”​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강 원장은 2002년에도 진료비를 선납받고 장기간 휴업하다 급작스레 폐업한 전력이 있다.

 

다만 실제로 이사를 했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순 없다. 해당 매물을 취급하는 인근 부동산 직원은 “잘은 모르지만 치과 크기가 좁아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매물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병원과 원장의 오리무중 행보는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강 원장은 2019년 12월 26일 검찰로부터 △사기 △​업무상 과실치상 △​의료기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절차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 3월 세 번째 공판기일에서는 강 원장의 변호인이 없어 재판이 연기됐다. 네 번째 공판기일은 4월 21일에 열린다.

 

비즈한국은​ 병원을 내놓은 이유와 앞으로의 운영 계획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강 원장 개인 연락처로 수차례 문자와 전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의료법 제4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감염을 예방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 원장의 의사 면허는 아직 유효하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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