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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맥주와 화물연대 갈등 재점화, 과적 화물차 왜 안 없어질까

5월 파업 당시 합의안 도출했지만 문제 여전…'OB맥주-본사 노조' 임단협도 변수

2020.08.05(Wed) 15:50:26

[비즈한국] OB맥주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차 기사 노조가 OB맥주 측이 지난 5월 파업 당시 작성한 합의안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맥주 출하량이 많은 시기에 파업을 재기할 수 있어, 추후 물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언급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대전지부 OB맥주지회는 5월 열흘간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파업을 끝내며 사측과 노조가 합의한 내용은 공장별 물량 조정, 운송료 조건부 인상 등이다. 이들은 사측이 과적 운행을 조장해왔으며 공장 출하량을 적절히 배분하겠다는 합의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OB맥주 측은 “물류는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계약 상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OB맥주지회가 과적 관련 합의안을 OB맥주 측이 지키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OB맥주지회​는 화물차 과적 운행에는 본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박영길 화물연대 OB맥주지회 지회장은 “OB맥주가 단가 조정을 통해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부추겨 왔다. 계약상 문제가 크다. OB맥주는 우리와 계약 관계가 아니니 책임을 피해간다. 대형 운송업체에 외주를 주고, 그 밑 운송사에서 물량을 받아 화물차 기사들이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다단계 하청 구조다. 그나마 운송사에서 바로 받으면 다행이다. 4단계, 5단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위험의 외주화다”라고 지적했다. ​

 

OB맥주의 화물이동 단계는 대형 화물차로 움직이는 1차 물류와 소형 화물차로 움직이는 2차 물류로 나뉜다. 1차 물류는 공장에서 직매장으로, 2차 물류는 직매장에서 각 대리점으로 이동한다. 노조에 따르면 주로 과적이 이뤄지는 건 2차 물류 과정이다.

 

OB맥주 하청사 소속 화물차 기사 A 씨는 “25톤 트럭이 많이 사용되는 1차 물류는 과적이 잘 없지만, 주로 4.5톤 차가 이동하는 2차 물류는 100% 과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4.5톤 차라도 짐을 실을 수 있는 건 3톤 정도다. 이 차에 12톤, 많으면 15톤까지 싣고 이동한다. 1톤 차는 많으면 4톤까지 싣는다. 박스 단위로 운반 단가를 매기다 보니 많이 실어야 돈이 된다. 4.5톤 차량에 정량대로 3톤을 싣고 이동하면 기름값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OB맥주 관계자는 안전 문제에 있어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물류는 전부 CJ대한통운 등에 외주를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협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적 문제는 화물차 운송업계 전체의 고질적 관행이기도 하다. 앞서의 화물차 기사 A 씨는 “과적 운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사들이 제일 잘 안다. 사고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차 수명과 도로 수명에도 문제가 생긴다. 연 수백만 원을 내는 적재물 보험을 들어도 과적으로 인한 사고는 보험 처리가 안 된다. 그렇게 실어야 이 업계에 종사할 수 있으니 불만의 소리도 못 내고 일한다. 10년 일해도 사고 한 번에 빚쟁이로 전락한다. 사고 뒤처리도 전부 개인 몫”이라고 증언했다. 

 

단속 실효성도 떨어진다. 관련법인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의 관할 부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적을 단속하기 위한 장비와 시스템은 국토부에 있지만 단속 관할 부서는 경찰이다. 박영길 지회장은 “기업이 단가를 후려치고 정부가 이를 묵인하면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차 과적 단속이 강화됐지만 그때뿐이었다. 경찰과 구청 공무원이 합동으로 나와서 단속하는 시스템인데,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법이 무용지물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화물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고를 통한 제도 강제력을 높이기 위해 안전운임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현재 처벌을 받은 운수업체는 한 곳도 없다. 

 

화물노동자를 대표해 안전운임위원회에 참가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측은 “안전운임제는 단순히 운임 인상의 문제가 아닌 다단계로 인한 중간착취 근절을 포함한 화물 운송산업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기도 하다. 안전운임제를 통해 그동안 공급 사슬의 정점에서 책임을 회피해 온 대기업 화주와 물류 자회사들에 직접적인 책임을 부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영길 화물연대 OB맥주지회 지회장은 “지난 파업 때 물동량을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를 했는데 사측이 지키지 않고 있다. 파업을 접으며 이후 과정은 OB맥주 노조가 추진해서 싸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OB맥주 노조는 사측과의 줄다리기에 시간을 끌며 버티고 있다. 그들은 합의가 늦어져도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화물차나 지게차 기사들은 물동량이 곧 월급으로 직결된다. 현재 교섭은 진행 중이며,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화물차 기사 노조의 파업 일정이 잡힐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OB맥주 ​사측과 OB맥주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오비맥주지회 간 임금단체협상도 진행 중이다. 추후 진행상황에 따라 OB맥주 노조는 파업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황이다. 파업이 실행될 경우 충북 청주공장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생산직 근로자와 서울 본사 사무직 근로자, 영업직 근로자 등 노조에 가입한 전체 노조원이 참여하게 돼 맥주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OB맥주 관계자는 “파업설은 말 그대로 설일 뿐, 구체화된 바 없다고 알고 있다“며 부인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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