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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GV70, 40대 싱글남의 옵션 고르기

시작가 4880만 원에도 기본 옵션 충실…6000만 원 중반이면 프리미엄 만끽

2020.12.17(Thu) 11:23:51

[비즈한국] 제네시스 GV70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 ‘핫 이슈’다. 한 체급 높은 GV80 때는 시승행사 당일 베일을 벗으면서 화제를 불렀다면, GV70은 하나씩 가림막을 벗기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으로 디자인을 공개하고, 위장막 없는 테스트카 100대를 무작위로 곳곳에 노출하고, 정식으로 실물을 공개하고, 가격표를 공개한 뒤 드디어 시승행사를 가졌다. 유튜버들은 GV70으로 다섯 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시승차는 ‘마우나 레드’ 컬러가 적용된 가솔린 3.5 터보 모델이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올해 1월 출시된 GV80은 현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담은 첫 신차로서 신선함이 컸기 때문에 꽁꽁 감춰뒀다가 모습을 드러낸 효과가 컸지만, 최근 세단형 G70의 페이스리프트에 GV70의 디자인 언어가 대거 적용되었고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모습을 최대한 감춘다 해도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가격표가 공개되면서 GV70의 시작가가 다소 높은 4880만 원임이 알려졌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의 옵션 최고가보다도 비싸다. 팰리세이드 최고급 모델보단 싸다. 하지만 GV70에 웬만한 옵션을 더하면 팰리세이드 옵션 최고가를 2000만 원 이상 넘어선다.

 

대신 4880만 원으로 ‘노 옵션’을 선택하더라도 대중 브랜드의 ‘깡통’ 모델과 달리 충실한 옵션들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다른 옵션을 아예 선택하지 않더라도 제법 탈 만한 차가 된다. 하지만 기왕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1000만~15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추가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40대 싱글남으로서 GV70을 구매한다면 어떤 옵션을 넣으면 좋을지 시승을 통해 탐색해보았다. 우선 엔진과 배기량이 첫 선택사항이다. 가솔린 2.5리터 터보(+0원), 디젤 2.2(+250만 원), 가솔린 3.5 터보(+950만 원)다. 3.5 터보를 고르면 1000만 원 가까운 금액이 추가되는데, AWD(사륜구동),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19인치 미쉐린 타이어 & 휠, 전륜 모노블록(4P) 브레이크가 기본 적용된다. 

 

2.5 터보에 이 사양들을 추가하려면 480만 원이 들기 때문에 2.5 터보와 3.5 터보의 실질적인 차이는 470만 원가량이다. 전륜 모노블록 브레이크는 따로 선택할 수 없다. 3.5 터보는 AWD가 기본 적용되는데, 무게중심이 높은 SUV이므로 후륜구동만으로는 출력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승차는 현대차의 최신 엔진인 가솔린 3.5 터보가 장착되었는데, 파워는 두말할 것 없다. 제로백(0→100km/h 가속시간) 4초대 후반인 기아자동차 스팅어의 가솔린 3.3 터보의 최고출력은 373마력, 최대토크는 52.0kg·m인데, 배기량이 128cc 높은 GV70은 그보다 높은 380마력, 54.0kg·m이다. 대신 공차중량은 GV70이 스팅어보다 약 150kg 무겁다.

 

GV70 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스포츠 패키지’는 시승차에선 빠졌다. 3.5 터보의 스포츠 패키지는 320만 원으로,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21인치 미쉐린 타이어 & 스포츠 전용 휠, 블랙도장 모노블록(4P) 브레이크, 스포츠 플러스 모드, 스포츠 내외장(전용 천연 가죽 시트, 전용 스티어링 휠, 메탈 페달 등)이 포함된다.

 

뒷모습의 유사함 때문에 GV70은 포르쉐 마칸에 비견되기도 한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시승 당일 교통량과 영하의 날씨 등으로 3.5 터보의 파워를 양껏 만끽해보진 못했다. 오히려 HDA(고속도로주행보조)를 켜고 느긋하게 즐기는 편이 나았다. 현대·기아차의 HDA는 국내 도로환경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에 만족할 만했다. 지난 수년간 현대기아차의 HDA를 경험하면서 신차가 나올 때마다 기존의 불만족스런 부분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방향지시등 레버로 차선을 바꾸는 것도 버벅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되었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도 만족스럽다. 

 

‘반자율주행’으로 불리는 주행보조시스템을 켜고 느긋하게 주행하다 스티어링 휠을 20초 동안 잡지 않으면 경고음이 들리며 30초 만에 해제된다. 대신 스티어링 휠을 움켜쥐었다가 놓기만 해도 HDA가 유지됐다. 스티어링 휠 자체에 센서가 있는 것인지, 스티어링 휠 회전을 감지하는 센서가 예민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작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20~30대 때는 자동차로 도로를 ‘조지고’ 다니는 것에 끌렸다면, 4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과격한 주행보다는 느긋하게 자동차를 만끽하는 것에 끌린다. 급코너에서 롤이 있는가, 스티어링 휠 유격이 있는가 같은 것보다 조작이 편리한가, 오디오의 고음·중음·저음 스피커와 우퍼가 얼마나 조화로운가에 더 관심이 간다. 전자장비를 잔뜩 집어넣어 안정적으로 고성능을 발휘하지만 운전의 감흥이 사라져가는 점은 아쉽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3.5 터보가 아니라 2.5 터보만으로도 국내 도로에선 충분해 보인다. GV70이 젊은 운전자를 공략하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가격대가 20~30대가 접근하기에는 높기 때문에 실수요자는 30대 후반 이후가 될 듯하다. 3~5년 지나 중고차 시세가 30~50% 정도 감가된다면 20대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130만 원이 추가되는 렉시콘 사운드는 ‘짱짱한’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아무래도 양산형 자동차용 스피커의 한계를 드러낸다. 자동차 산업 전반적으로 사운드에서 비용을 아껴 눈에 보이는 곳에 쓰게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정말 사운드에 욕심이 있다면, 옵션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오디오 튜닝 숍에서 전문 브랜드의 스피커로 교체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사계절용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약간의 우려를 안고 주행했지만, 트랙처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 주행에서의 성능은 충분히 발휘됐다. 엔진의 소음·진동이나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고 조용하게 가속되다 보니 쾌감은 오히려 반감됐다. 강속구 투수의 직구 속도로 가속하면 풍절음이 커지는 SUV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만드는 가상 엔진음은 그럴싸하다. 6기통 디젤 엔진인데 12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소리가 나는 아우디 S7처럼 어이없는 립싱크에 비하면 거부감이 적다. 그러나 여전히 립싱크로 느껴진다. 스포츠 패키지에 가변배기가 적용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성능은 대체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 대중차는 가격과 성능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므로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프리미엄급에서는 가격보다는 만족감을 높이는 쪽으로 상품개발을 하므로 시승차 자체는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성능보다도 GV70이 주목받는 것은 컬러다. 외장의 메인 컬러로 자주 등장하는 빨간색(마우나 레드) 차체는 존재감이 강렬하다. GV80에서도 쓰인 ‘카디프 그린’도 범상치 않은 색이다. 내장에서는 기본 사양에서 고를 수 있는 ‘바닐라 베이지’ 시트와 내장재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스포츠 패키지에서 고를 수 있는 ‘세비아 레드’는 고급 수입차들에서 쓰던 색상인데, GV70의 깔끔한 내장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디자인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은 중고차보다는 신차를 사도록 유인하는 동기가 된다. 자기 취향에 딱 맞게 차를 구성하려면 결국 신차를 사는 수밖에 없다. 

 

뒷좌석은 광활하지는 않지만, 체격이 좀 있는 성인 남성이 타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뒷좌석이 기울어지는 최대 각도가 커서 SUV지만 편안하게 장시간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다. 뒷좌석에 태울 사람이 있다면 ‘2열 컴포트 패키지(70만 원)’를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2열에 수동식 도어커튼, 3존 공조, 통풍시트가 적용된다.

 

대신 트렁크 공간은 넉넉지 않다. 트렁크 바닥 면적은 비슷한 체급의 SUV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 때문에 짐을 높이 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볼륨감이 강조된 리어 숄더로 인해 트렁크 좌우 폭도 그리 넓지는 않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엔 불편이 따를 듯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거의 평평해지지만 완전히 풀 플랫이 되지는 않고, 성인 남성이 눕기에도 길이가 넉넉지는 않다. 실용성을 따진다면 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쏘렌토·카니발 등 대안이 많다. 페라리에게 실용성 부족을 따지지 않듯이 프리미엄급으로 갈수록 실용성은 멀어진다.

 

자동차에 관심 많고 운전 숙련도가 있는 ‘40대 싱글남’이 이 차를 산다면, 가솔린 3.5 터보(950만 원)와 스포츠 패키지(320만 원)를 선택할 것이다. 2.5 터보로도 충분할 듯하지만, 성능을 ‘안’ 발휘하는 것과 ‘못’ 발휘하는 것은 다르니까. 대구경 원통형 머플러팁과 ‘세비아 레드’ 내장재를 위해서라도 스포츠 패키지는 포기할 수 없다.

 

내장 디자인으로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1(230만 원)’을 선택하고, 파노라마 선루프(140만 원)면 충분할 듯하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은 기본 적용되므로 ‘파퓰러 패키지 1(420만 원)·2(720만 원)’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1(180만 원)·2(150만 원)’ 등은 불필요해 보인다. 운전 숙련도가 중급 이상 된다면 평소 사용할 일이 없는 기능들이다. 이렇게 구성하면 가격이 6520만 원이다. 

 

3.5 터보 대신 2.5 터보로 동일하게 선택하면 950만 원이 빠지면서 5680만 원이 되는데, 3.5 터보에 포함된 AWD를 별도로 적용하려면 300만 원이 추가된다. 2.5 터보 21인치 스포츠 전용 휠(120만 원)과 전자식 전자제어 서스펜션(110만 원)을 더하면 5910만 원이 된다.

 

자료=현대자동차


시승차는 스포츠 패키지가 빠진 3.5 터보 풀옵션으로 7350만 원짜리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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