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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계열분리 반대한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의 정체

주식 운용 대표는 현대차 흔든 엘리엇 출신…LG 자회사 임원 상대로 소송도 가능해져

2020.12.22(Tue) 17:03:56

[비즈한국] 신규 지주회사를 통한 계열분리를 추진하던 ​LG그룹이 ​​난관에 부딪혔다. ​(주)LG 주식 일부를 소유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Whitebox Advisors)에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 향후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격은 지금보다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기업 오너(대주주)의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LG그룹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란?

 

LG그룹은 11월 26일 이사회를 열어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분할을 통해 신규 지주회사인 ‘(주)LG신설지주’를 설립하는 인적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는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 고문이 이끌게 된다. 이번 분할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형제들이 계열사를 들고 분가하는 LG그룹 전통과 맞물린다. 4대에 걸쳐 형제들은 계열사를 들고 분가해 LIG‧LS‧아워홈‧GS‧LF그룹 등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번 신설분할을 LG의 투자자인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에서 반대하고 있다. 1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LG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분사 결정은 지배구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하며 신규 지주회사 설립은 주주 가치보다 창업주 가족 일가를 배불리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는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주)LG 제공


화이트박스는 앤디 레드리프(Andy Redleaf)가 1999년 설립한 헤지펀드 회사로 미국 미네소타주에 본사를 두고 중남미, 아시아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뉴욕, 런던, 시드니 등에 지사가 있다. 앤디 레드리프가 20년간 회사를 이끌다가 지난해 CEO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마크 스트레플링(Mark Strefling)이 이끌고 있다. 

 

2013년 화이트박스의 자산 규모는 20억 달러(2조 2138억 원)에서 2020년 60억 달러(6조 6414억 원)로 3배 증가했다. 고위험 고수익의 채권을 사고파는 화이트박스는 미국의 총기회사 레밍턴(2017년 파산)에 2억 달러(2214억 8000만 원)을 빌려준 사실이 지난해 밝혀져 ‘그림자 은행(Shadow Bank)’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림자 은행은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 등과 역할은 비슷하나, 손익이 투명하지 않고 규제에서 벗어난 금융상품과 기관을 일컫는다.

 

화이트박스가 레밍턴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됐다. 2012년 미국 샌디훅초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에 쓰인 것이 레밍턴의 총이었으며 이로 인해 총기 판매가 줄어 파산했기 때문이다. 미국 파이오니어 에너지 서비스에 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 등과 2억 달러(2214억 8000만 원)의 채권을 보유하던 화이트박스는 ​올해 4월 ​파이오니어 파산 승인 안건에 반대를 냈으며, 2013년 미국 델(Dell)사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기권했었다.

 

화이트박스는 “인적 분할로 계열사들이 분리되면 LG그룹 순자산 가치의 2% 정도가 빠져나간다. 이는 LG전자의 현금 1조 8000억 원 중 9%가 빠지는 것이다. 이런 자산을 주주들에게 직접 분배하는 대안이 더 많은 주주 환원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화이트박스 0.6%에 흔들리는 LG

 

​LG그룹 지주회사 ​(주)LG의 주식 0.6%를 소유한 화이트박스의 주장에 휩쓸리는 이유는 상법 개정안 때문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 근절 등의 목적으로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별도 선출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주)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15.95%, 구본준 고문이 7.72%, 구본식 LT 회장 4.48%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된다. 대주주의 영향력 제한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표로 했지만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기에 해외자본의 공격이 용이해지는 단점이 있다. 주된 공격으로 해외 헤지펀드에서 이사를 추천하거나 높은 배당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로고. 사진=화이트박스 홈페이지 캡처


​해외 펀드에서 추천한 이사가 선임되면 기업의 핵심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018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지분을 각각 2.9%, 2.6%, 2.1% 보유한 뒤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추천과 배당 확대를 안건으로 요구한 게 대표 사례다.  

 

당시 엘리엇 측이 현대차의 사외이사로 추천한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는 수소연료전지 개발, 생산 및 판매 회사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이었다. 수소전기차를 미래 동력으로 삼은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였기에 맥귄 후보의 당선은 기술력의 노출을 의미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를 추천했는데, 크루즈는 중국 전기차 업체 ‘카르마’의 최고기술책임자다. 문제는 카르마가 현대모비스와 거래 관계여서 이해상충, 기술유출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또 엘리엇은 영업이익을 훌쩍 넘기는 8조 3000억 원의 고배당을 요구했다.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됐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을 6개월, 0.5% 이상 보유한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화이트박스는 (주)LG​ 지분을 ​3년 동안 ​0.6% 소유했으므로 다중대표소송도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재계 관계자는 “가족 간 경영권 분리를 빌미로 해외 투기자본이 LG화학 등 주요 자회사에 소송을 걸어 업무를 방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계열 분리 계획 철회’와 관련해 서한을 보​낸 화이트박스의 사이먼 왁슬리 주식 운용 대표는 과거 삼성, 현대차 등의 지배구조를 흔들었던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이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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