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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최대 수혜 '제약·바이오주' 올해 전망은?

금지 기간 의약품지수 99% 상승…재개되면 테마주·코스닥 바이오 기업 타격 가능성

2021.01.26(Tue) 13:56:43

[비즈한국] 공매도 거래 재개냐 금지냐.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서 공매도 거래량이 많았던 제약·바이오주의 운명에 관심이 모인다. 2020년 3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제약·바이오 종목 주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공매도가 풀리면 일부 종목이 공매도 투자자들의 타깃이 돼 주가가 폭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재개 여부보다는 코로나19 성과가 좌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싼값에 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자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고, 6개월 재연장돼 오는 3월 16일부터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설 연휴 전 공매도 기본 입장을 정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3~6개월 연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서 공매도 거래량이 많았던 제약·바이오주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이종현 기자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 제약·바이오주는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3월 16일 9938.91포인트에서 1월 25일 19791.44포인트로 99.13% 올랐다. 12월 29일부터 1월 15일까지 줄곧 2만 대 포인트를 기록하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임상 결과 부진 등의 요인으로 주가 상승 동력이 떨어지며 다소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 지수는 6107.46포인트에서 13122.91포인트로 114.86%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매도 금지가 시작됐던 때에 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3월 16일 16만 5500원을 기록하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재연장된 9월 16일에는 29만 7000원, 1월 25일에는 32만 1000원으로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월 16일 43만 원에서 9월 16일 77만 6000원, 1월 25일에는 79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키트 개발 등의 기대감이 반영된 데다 공매도 금지로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이 나타나면서 매수 물량이 증가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논리적으로는 공매도 금지가 주가를 올린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지만, 제약·바이오주가 슈팅(심리적 요인에 의한 급격한 변동)을 더한 측면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해제 논의가 나오며 제약·바이오 종목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공매도 거래가 재개되면 일부 종목의 경우 주가가 단기간에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상 실패 위험이 큰 제약·바이오주는 변동성과 위험성이 커서 공매도 세력에 취약하다.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당일 셀트리온·에이치엘비·헬릭스미스·신라젠 등 네 기업은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특히 공매도 규제가 실시된 기간 전체 상장주식 수 중 공매도 잔고 수량이 차지하는 비율인 공매도 잔고 비중이 많이 줄어든 기업이 공매도 재개 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매도 잔고 수량은 공매도한 뒤 아직 갚지 않고 남은 물량을 의미하는데, 이 물량이 공매도 금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 재개 시 공매도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가 99%를 차지한다며 1%의 개인투자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 주장한다.

 

한국거래소에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3월 16일 1202만 주에서 1월 21일 657만 주로 감소해 공매도 잔고 비중은 9.37%에서 4.8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에이치엘비는 529만 주(공매도 잔고 비중 12.29%)에서 349만 주(3.70%)로, 헬릭스미스는 290만 주(13.59%)에서 90만 주(2.65%)로 줄었다.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당일 셀트리온·에이치엘비·헬릭스미스·신라젠 등 네 기업은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표=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공매도 재개 여부에 따른 제약·바이오주의 향방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전망할까.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되면 지난 1년간 일부 종목들에 한해 주가가 올랐던 현상이 당분간은 이어질 수 있다”며 “공매도가 시행되면 실적보다는 기대심리로 많이 오른 제약·바이오주가 가장 위험할 수는 있다. 다만 금지 조치가 전체 제약·바이오주에 영향을 준 게 아니기 때문에 재개돼도 일부 종목에 한정될 것이다. 공매도가 재개돼도 전체적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재연장되더라도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면 몇몇 제약·바이오 종목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연장되더라도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제약·바이오 업종 매수세는 둔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보다 발행 물량 수가 적어 공매도 재개 시 타격이 크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돼도 어차피 공매도가 재개될 거라는 예상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또 올해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과도하게 높았다고 생각해 매도세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보다는 코로나19 진행 상황이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의 연구원은 “공매도가 주가 슈팅을 더한 측면은 있겠지만, 공매도를 한다고 해서 주가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종에는 특별한 모멘텀은 없고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좌우할 것 같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안정세로 접어들면 제약·바이오 종목 주가가 내릴 수 있고, 반대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와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공매도가 재개돼도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려도 시장에서 폭락 장이 형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현재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견인되고 있는데, 이들 종목은 상당히 실적도 좋은 기업들이다. 물론 이중 테마주 같은 경우 공매도가 늘어날 수 있지만 상위권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기는 어렵다. 또 유동성 랠리 상황에서 우량주에 잘못 공매도를 실시했다가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공매도가 재개돼도 지수에 영향을 미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를 두 번 금지한 적이 있는데, 해제했을 때 별 영향이 없었다. 따라서 공매도가 풀리면 주가가 폭락할 거라는 이야기는 과도한 우려다”며 “물론 일부 바이오주에 공매도가 집중돼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는 주가가 과대평가된, 버블이 있는 종목을 걸러내라고 있는 제도다. 바이오주는 임상시험 결과가 뒤집어지고 허가가 취소되는 등 대형 사고들이 꾸준히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위험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바이오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기업이 아닌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탄탄한 기업은 공매도 변수와 상관없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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