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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조현준·정의선·김범석…총수격 '동일인' 지정에 고민하는 공정위

실질적 지배력 가지면 동일인 지정, 관련 법안 명시되지 않아 '쿠팡' 등 혼란

2021.04.21(Wed) 18:14:20

[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대기업 총수) 지정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그룹 등 10개 기업집단에서 동일인 변경 요청이 온 데다 쿠팡 등 새로운 기업이 동일인 지정 대상에 포함됐는데, 동일인의 개념이 모호하고 지정 조건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의 경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인이라 이례적으로 외국인 동일인이 지정될 것을 보여 관심이 쏠린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동일인 탄생 배경과 문제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총액 합계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부르며 그 기업집단의 총수를 ‘동일인’으로 표현한다. 동일인 제도는 1986년 12월 31일에 처음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소수의 기업을 집중 지원하면서 많은 기업집단이 탄생했다. 기업집단에는 경영권 세습, 경제력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를 지정하고 규제해 경영권, 경제력이 총수 개인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줄이고자 ​공정위가 ​동일인 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5월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며 해당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함께 발표한다.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되느냐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제한 대상 △상호·순환출자 금지 대상 △계열회사 범위 △특수관계인 부당 이익제공 규제 대상이 달라진다. 또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공시를 해야 하며 사익편취 여부가 적발되면 제재, 검찰고발 절차가 진행된다. 

 

하지만 동일인을 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실질적 지배자’가 정해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5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동일인 지정을 현실과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계 의견을 수렴해 좀 더 현실과 맞는 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권 쟁탈전을 벌였는데, 쟁탈전이 마무리되기 전 공정위에서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룹 내부에서 경영권 쟁탈전이 끝나기도 전에 공정위의 판단으로 총수가 정해진 것이다. 그 후로 2년이 지났지만 동일인 지정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없었다. 

 

#공정위도 대기업도 동일인 변경에 ‘전전긍긍’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효성그룹 등 약 10개의 기업집단이 총수를 변경하겠다고 신청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동일인이 사망하거나 병으로 기업에 관여할 수 없을 때만 총수를 변경해줬다. 효성그룹과 대림그룹 회장이 각각 2017년, 2019년에 바뀌었지만 여전히 동일인은 변경되지 않았다. 회장직을 물려줬더라도 현 동일인이 간접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공정위는 신청받은 10곳의 기업집단 중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그룹의 동일인만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의 경우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경영을 하고 있지만 지주사 지분율이 각각 21.94%, 21.42%로 차이가 근소하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가 명확히 이뤄지기 전이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공정위가 조현준 회장을 실질적 지배자로 판단한 것. 조현준 회장도 동일인 변경으로 확고한 지위를 얻고자 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는 현대자동차그룹 동일인 변경과 관련해 고심 끝에 정의선 회장을 동일인으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에게 경영권이 있어도 개인 최대주주이자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간접적인 경영권 행사 가능성도 고려했다. 현대자동차 주요 의사결정 구조가 이사회 중심으로 전환됐고, 이사회 의장이 정의선 회장인 점을 미뤄 동일인 변경 논의를 진행했다. 또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은 점도 반영됐다.

 

정의선 회장이 동일인으로 변경되면 장인인 정도원 회장의 삼표그룹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삼표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자산총액 5조 원 이하인 중견기업이라 공정위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진 않았다. 하지만 동일인 변경으로 삼표그룹과 정의선 회장에게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장인이 운영하는 삼표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부담을 안고도 현대차그룹이 동일인 변경에 힘쓴 이유는 정의선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실질적 지배자임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일인 지정 원하지 않는 ‘쿠팡’

 

이번 공정위 동일인 지정에 가장 뜨거운 감자는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자산 5조 원을 넘기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주목되는 점은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다. 당초 공정위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기에 미국 국적을 가진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공정위는 에쓰오일(아람코), 한국GM(제너럴모터스)의 최대주주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을 한국법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쿠팡 한국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예측됐다.

 

김범석 쿠팡 의장으로 현재 동일인 지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쿠팡 제공

 

하지만 시민단체, 노조 등을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대두됐다.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김범석 의장은 쿠팡 10.2%(차등의결권 76.7%)의 지분을 가진 실질적 지배자이자 총수이다. 공정위가 동일인 없이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 쿠팡에게 사익편취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법적근거라도 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동일인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가족경영과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80년대에 만들어진 법이기에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지금 상황과 동떨어진 법이라고 말한다.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미국과 한국에서 이중규제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외국자본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두고 공정위는 고심에 빠졌다. 이에 공정위는 21일 소집된 전원회의에서 쿠팡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토의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어떤 선택을 내려도 논란은 지속될 예정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국내 기업의 경우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만, 쿠팡의 경우 기존 국내 경영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동일인 문제에 예민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와 더불어 변화하는 기업 정책과 관련해 현실을 반영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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