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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문화 점검①] 취준생이 꿈꾸는 네이버·카카오는 없다

1세대 스타트업 아닌 일반 대기업으로 인식…"그나마 다른 곳보다 나을 것"

2021.06.16(Wed) 14:46:59

[비즈한국] 취준생들에게 꿈의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를 닮은 이모티콘이 만들어질 정도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카카오는 상습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이은 사건은 1세대 IT 기업이 구축한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내부에선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며 수평적 조직문화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그럼에도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분명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네이버 카카오 내·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짚어보고 ‘한국식 수평적 조직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5월 25일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1월부터 강도 높은 업무를 이어왔으며 함께 일한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고인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겼고, 노조는 이 사망을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로 보고 있다. 

 

직원의 자살 사건으로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에 특별근로감독을 결정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네이버 본사. 사진=비즈한국DB

 

며칠 뒤 카카오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지난 4월 카카오가 주 52시간 노동시간제를 위반하고 임산부에게 시간 외 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된 것. 카카오 노조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과근무시간 등을 기록하는 등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부서 분위기나 조직장의 성향 등에 따라 시간 외 근무를 하고도 근무시간으로 올리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의 문제일까, 적응 못 한 개인의 문제일까. 확실한 건 네이버와 카카오, 1세대 벤처 기업이 자랑해온 수평적 조직문화가 바닷가 모래성처럼 흩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즈한국은 지난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7명의 취준생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거나 혹은 타 기업에 재직하며 네이버·카카오 취업을 준비해왔다. 최근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이들의 생각이 변했는지, 그럼에도 여전히 가고 싶은 회사로 꼽는지 궁금했다. 모두 “네이버·카카오라고 다른 조직문화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의 속사정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045명의 대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카카오는 1위, 네이버는 3위를 차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선택한 이들은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을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A 씨(25)는 “최근 기사를 보며 크게 새삼스럽지 않았다. 많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 아닌가. 네이버·카카오가 가진 기업 문화는 이미지 중심이다. 자유로운 복장이 가능하다거나, 모두가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거나 같은. 좋은 조직의 핵심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들이 기존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줬다. 이미지로 포장됐을 뿐 알맹이는 같다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통회사 퇴사 후 이직을 준비 중인 B 씨(30)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B​ 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왕따를 당해 퇴사했다. 그 회사도 겉으론 수평적인 문화를 갖고 있었지만 구성원 중에 젊꼰(쩖은 꼰대)이 많았다. 특히 경력직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그랬다. 수직적인 분위기에 적응을 못 해서 퇴사를 결심했다. 최근 네이버를 둘러싼 보도를 보고도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네이버 역시 ‘젊꼰 문화’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최근 취준생들 사이에선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가 ‘쿠배네카라’로 바뀌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신입 초봉을 올리고 ‘주 35시간 근무’, ‘월요일 1시 출근’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선보이면서 공격적으로 인력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카카오는 조직 내 괴롭힘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선호 순위가 내려갔다. B 씨는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 네이버·카카오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복지나 유연한 문화보단 ‘연봉’과 ‘회사 이름’이다. 이들은 이름만으로 자랑이 되며 높은 연봉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보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IT 기업 2년 차 직장인이자 IT 대기업 이직을 준비 중인 C 씨(27)는 한국 조직에서 ‘수평적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말문을 텄다. C 씨는 “나이를 따지는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은 데다 학벌을 대놓고 따지는 분위기도 있다. ‘제임스’라고 부른다 해서 그 사람의 주변부 조건을 모를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문제를 묵인한다거나 상습적으로 초과근무를 시킨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으니 현타가 왔다. IT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기업도 이런데 나머지 기업은 안 봐도 비디오”라고 말했다. 

 

#머슴을 살아도 ‘대감집’에서 살아라?

 

IT 기업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인 D 씨(23)는 “우리 세대에게 네이버·카카오는 유연하거나 새로운 조직은 아니다. 네이버는 창립한 지 20년이나 지난 데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굳이 비교하자면 IT 업계 삼성 느낌이다. 주변에선 오히려 스타트업의 새로운 복지나 시도를 매력적으로 느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벌어진 사건들에 취준생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건 그게 ‘한국식’이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나도 기사를 보며 ‘그들이라고 뭐 다를까’ 생각하며 넘겼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양 사 노동조합은 최근 벌어진 사건들을 ‘예고된 일’로 본다. 이들이 속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2019년 발간한 보고서 ‘IT·게임산업 노동실태와 노사관계 개선방향 연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지난 20년간 급격한 성장을 지속해 오면서도 벤처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과 시장 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기업의 규모에 맞는 관리역량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기업의 규모나 시장에서의 지위에 부합하는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결과로 발생하는 비효율성이나 불확실성 문제가 인사 관리 시스템의 역량, 조직 구성원의 공정성 인식, 고용안정성과 노동조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는 “여러 조사를 통해 IT 기업의 주 52시간 초과 근무와 직장 내 괴롭힘 실태가 지적되었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여러 문제가 묵과된 게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분위기가 자회사, 손자회사와 같이 더욱 열악한 조건의 조직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노조가 주로 주장해온 것도 창업주나 일부 임원 중심의 기업 운영 타파와 투명한 정보공개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IT 업계에서 오래 근무한 40대 스타트업 대표는 “취준생들에게 일련의 사건이 대수롭지 않게 취급된다는 건 이들 기업이 이미 오래전 (조직문화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어쩌면 내부 결정권자들만 현실을 모르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공기관 3년 차 직장인이자 IT 업계로의 이직을 준비 중인 E 씨(30)는 인터뷰 말미에 “대기업도 별수 없구나 싶었다. 하지만 머슴을 살아도 대감집에서 살라는 말이 있듯 ‘그나마 네이버, 카카오가 낫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문제를 짚기 전 내가 속한 조직을 돌아보니 답답함만 생겼다. 연장근무는 예사고 연차도 쉽게 쓸 수 없는 나에게는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 IT 대기업에서 터져 나오는 근로 조건에 대한 불만은 배부른 소리 같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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