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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대형마트의 삼겹살 갑질은 어떻게 판가름 되었나

서면 약정 체결해야 판촉 인정…납품업체에 경제적 이익 요구도 안 돼

2021.07.27(Tue) 09:09:36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공정거래법의 영역에는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방문판매법 등 많은 특별법이 있다. 너무 법이 많다 보니 평소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 내용을 알기 어렵다. 가끔가다 특별법 사안에 대해서 언론 보도가 이루어지기도 하나, 대부분 결론만 요약한 보도이다 보니 어떠한 논리로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특별법 사안의 경우 복잡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있으나, 실제로는 지극히 평이한 주제를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한 사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겹살 납품 거래에서의 갑질을 이유로 A사에 약 4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A사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서울고법 2020누35716 판결).

 

과징금 규모에 비춰 보았을 때 뭔가 엄청난 논의가 있었을 것 같으나 쟁점은 비교적 간단하다. 쟁점은 ①할인행사가 판매촉진행사에 해당하는지 ②고기를 자르는 세절이 판매/관리 업무에 포함되는지 ③납품업자가 A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컨설팅 업체에 수수료를 줬다면 이는 A사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 등이다. 여기에서 이러한 쟁점을 차례로 살펴본다. 

 

공정위는 삼겹살 납품 거래에서의 갑질을 이유로 A사에 약 4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A사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①대규모유통업자가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면서 그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분담시키려면 사전에 서면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공정위는 A사가 돼지고기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사전 서면 약정 없이 납품단가를 평소보다 낮게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사는 할인행사는 특별성과 임시성이 있어야 하는데, 할인행사가 연중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됐고 할인행사 시 납품단가가 할인행사 이전 가격으로 환원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아 특별성·임시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소비자들이 할인가격과 기존가격을 구분하여 인식할 수 없었으므로 판매촉진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할인행사 시 납품단가가 인하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입 감소라는 소극적 비용에 불과하므로 판매촉진비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정상 납품단가를 확인할 수 없어 납품단가가 얼마나 인하됐는지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판매촉진비용 전가에 따른 법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즉 할인행사는 판매촉진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돼지고기 가격은 변화무쌍해 정상가격과 할인된 가격을 비교할 수 없으므로, 납품업자에게 비용을 전가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위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할인행사는 판매촉진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A사는 할인행사 기간 평소보다 낮은 납품단가로 돼지고기를 발주했다. ②할인행사 기간이 길다고 해서 수요를 늘려 판매를 증진하는 행사 본연의 목적이 부정되지 않는다. ③행사 종료 시 행사 이전 가격으로 환원이 예정되지 않은 것은 납품단가가 매주 주간간담회에서 결정되어 굳이 환원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A사는 돼지고기 판매가격 할인행사 시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법으로 납품업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판단했다. ①판매촉진비용은 회계학상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매촉진을 위한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이나 감소한 수입 모두를 비용으로 봐야 한다. ②A사는 할인행사를 하면서 납품단가를 평상시보다 낮게 결정했다. 이때 가격 할인 폭 상당액이 판매촉진비용에 해당한다. 비록 돼지고기가 신선식품이어서 가격의 변동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할인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정해졌을 납품단가보다 낮은 단가로 납품된 이상 납품업자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봐야 한다. ​ 

 

대형마트에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②다음으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외적으로 납품업자가 종업원 파견에 따른 예상이익/비용을 명시한 서면에 따라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납품업자가 납품하는 상품의 판매 및 관리 업무에 한해 종업원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공정위는 A사가 이러한 예외적 정당화 요건 없이 돼지고기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돼지고기 세절 작업에 사용하고 그 인건비를 전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사는 납품업자 브랜드의 돼지고기는 대규모유통업자의 돼지고기(PB상품)에 비해 고급상품이어서, 그 세절 작업은 납품업자의 판매 및 관리 업무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하고 이러한 방식은 유통업계에서 확립된 업무 형태라고 주장했다. 즉 납품업자의 판매 및 관리 업무에만 종업원을 사용한 것이므로 예외적 허용 사유가 충족되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판매 업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거나 그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업무에 국한되는데, ‘세절’은 돼지고기를 잘게 잘라 판매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하는 작업을 말하므로 상품의 제작 영역에 속할 뿐 판매 및 관리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②납품업자의 돼지고기, 대규모유통업자의 돼지고기(PB상품) 모두 홍보 및 판매 과정에 큰 차이가 없고, 품질에 따라 저가에서 고가에 이르기까지 가격대가 넓게 분포돼 있다. 따라서 납품업자 브랜드의 돼지고기라고 해서 세절 작업이 납품업자의 판매 및 관리업무에 포함된다고 해석되지 않는다. ③E사, H사 등 다른 대형마트는 모두 세절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세절 작업이 반드시 납품업자가 인건비를 지불하는 직원에 의해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

 

공정위는 A사가 납품업자로 하여금 컨설팅 업체에 자문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경제적 이익을 요구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③마지막으로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에게 금전 등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는 것은 금지된다. 공정위는 A사가 납품업자로 하여금 컨설팅 업체에 자문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경제적 이익을 요구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사는 납품업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컨설팅 업체와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A사의 요구에 의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컨설팅 업체에 지급한 자문 수수료는 PB상품의 공급원가에 포함되어 납품대금에서 보상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납품업자가 컨설팅 업체에 자문 수수료를 지급하면 A사는 그 일부를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컨설팅 업체로부터 환급받았다. 이러한 양자 간 밀접한 관계를 고려하면 A사가 컨설팅 업체에 납품 대금을 알려주고, 컨설팅 업체는 납품업자에게 자문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거래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A사가 개입 및 요구 하에 납품업자는 컨설팅 업체에 자문 수수료를 지급한 것이므로 법상 금지되는 경제적 이익 요구행위가 성립한다.

 

주장하는 바를 입증하기 위해 말이 많아지고 서면이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관건이 되는 쟁점은 의외로 평이하다. 어느 분야나 다 그렇듯이 키워드 몇 개만 이해하면 분량이 많아도 쟁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더 나아가 판결을 반대로 해석하여 법 위반으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완벽히 검토 가능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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