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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배송에 라이브커머스까지…전통시장의 변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신월 신영시장, 사당 남성사계시장 등 현대화로 활기…"자체 역량 키우고 온라인 연계 확대해야"

2021.08.05(Thu) 18:26:42

[비즈한국] 전통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더위·비를 막아주는 스카이어닝(공공차양막)을 설치하고 크기와 모양이 가지각색이었던 간판을 통일하며 쾌적한 시설로 손님을 맞이한다. 포털과 연계된 온라인 배달체계와 라이브커머스까지 디지털을 접목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장보기 수요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탓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일부 중·소형 전통시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이 같은 자생 노력이 있다. 지자체,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 등 관련 부처는 시설 현대화 사업,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며 전통시장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양천구 신월1동 신영시장에 설치된 대형 아케이드 천장. 한여름에도 시장 내부에는 시원한 바람이 통한다. 사진=강은경 기자


#푹푹 찌는 더위 막는 스카이어닝…방문객 편의 극대화 

8월 4일 정오 무렵 방문한 서울 양천구 신월1동 신영시장에는 2층 높이의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남문 입구 인근 상점은 폭염 속에서 뙤약볕에 달궈지고 있었지만, 시장 안 16m의 넓은 고객 통로에는 시원한 기운이 감돌았다. 초등학생 자녀와 양산을 쓰고 가던 한 여성은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양산을 접어들었다. 

인근 화곡중앙시장에 설치된 플래카드(위)와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 안내. 사진=강은경 기자

인근 화곡중앙시장에 설치된 플래카드(위)와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 안내. 사진=강은경 기자


신영시장에서 도보 2분 거리인 화곡중앙시장도 시설 현대화가 돼 있다. 메인 간판과 돌출형 간판까지 모두 규격화됐고 여러 대의 CCTV가 시장 곳곳을 비추고 있다. 각 상점 매대 앞에는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는데, ‘흰색선 밖에 나온 물건은 절대 사지 맙시다’라는 플래카드가 흰색 선이 그려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상점 바깥까지 물건을 진열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의 통행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 밖에도 장바구니 대여 제도, 할인권·주차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쿠폰 제도 등 고객 편의를 증진하고 시장 방문을 유도하는 각종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상인들도 시장 부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아스팔트가 뜨거워지는 한여름에는 바닥에 두고 파는 채소들이 금방 시들해지는데 천장이 햇볕과 더위를 막아준다. 다른 시장보다 내부가 넓고 쾌적하니 날씨가 안 좋아도 많이들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사계시장 상점의 돌출 간판은 모두 동일한 형태다. 남성사계시장 여름길 구간에 설치된 스카이워닝(아래). 사진=강은경 기자

남성사계시장 상점의 돌출 간판은 모두 동일한 형태다. 남성사계시장 여름길 구간에 설치된 스카이어닝(아래). 사진=강은경 기자


같은 날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도 분주하게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이수역 14번 출구로 나와 이수역 먹자골목을 지나면 남성사계시장의 ‘봄길’이 나온다. 남성사계시장은 △공산품 위주의 상품을 판매하는 봄 구역 △과일 채소·정육 등 식료품을 파는 여름 구역 △간편한 먹거리가 자리한 가을 구역 △먹자골목인 겨울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곳곳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문구가 걸려 있고 손소독제도 비치돼 있다. 스카이어닝이 설치된 여름길 구간은 그늘이 져 수산물 상점, 정육점 등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시장 옆길을 따라가면 지난해 조성된 시장 전용 공영주차장이 나온다. 동작구는 전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불법주정차를 방지하고 주민의 통행권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용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과일을 구매하던 60대 주부는 “항상 붐비는 시장인데도 깔끔하고 상품이 신선해 1주일에 한 번은 찾는다. 10년 넘게 시장을 이용해왔는데 간판이나 매대도 점점 깔끔해지고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남성사계시장은 1만 984㎡ 규모에 140여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농축산물 등 1차 상품의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유명해 늘 활기를 띤다. 기존 이름은 ‘남성시장’이었지만, 2014년에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으면서 사계절이라는 테마를 더해 공식 명칭을 바꿨다. 중기부와 서울시가 주관한 2021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스카이어닝을 확대 설치하고 시장탐방코스 등을 운영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온라인 판매하자 매출 10% 늘었다…​디지털 접목 분주 
 
지자체와 중기부 등 관련 부처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크게 △시설 현대화 사업과 △활성화 사업으로 구분된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2002년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 시설을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중기부에서 지자체로 이관됐다. 활성화 사업은 매해 추진 내용이 바뀌지만 주요 골자는 특성화시장을 육성하고 상인과 상생하는 것이다. 2021년도 사업계획에는 배송 플랫폼 구축 비용 지원, 복합청년몰조성사업도 포함됐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서 신영시장의 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페이지 캡처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서 신영시장의 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페이지 캡처

 

신영시장은 현대화·활성화 사업이 모두 추진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상인유튜버 양성, 라이브커머스, 모바일 페이백, 라이브커머스 등 전통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자체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와 제휴도 맺고 있다. 2019년 네이버가 선보인 장보기 서비스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시간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시장별 묶음 배송을 강점으로, 올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500% 이상 거래액이 증가했다.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서 한식을 판매하는 신영시장의 한 상인은 “상인회가 네이버 직원과 함께 찾아와 서비스를 소개했다”며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매출이 1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다만 각종 사업 추진까지 걸림돌도 많다. 중기부 전통시장육성과 관계자는 “점포 소유주와 상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동의를 얻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점포 소유주들이 자신의 건물에 장치(스카이어닝 등)를 설치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며 “사업에 따라 많게는 30%, 적게는 10%의 자부담 비용이 있는 점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료품부터 일상용품까지 구매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유통채널로 넘어간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중·소형 시장의 자체 역량을 기르고 온라인 연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중기부는 기존 시설 현대화 사업에서 게스트하우스, 빈점포 활용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전통시장 내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과 공유경제 확산 사업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온라인 쇼핑몰 입점 등 지원을 계속해왔지만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유통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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