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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2' 실패에 '자사주 매입'도 안 먹혀…위기의 NC, 해법은?

출시 19일 만에 60만 원 선 붕괴…전문가들 "IP 혁신·유저와의 소통이 급선무"

2021.09.15(Wed) 13:12:28

[비즈한국] 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 흥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까지 꺼냈지만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초 100만 원 선을 웃돌던 주가는 8월 26일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 출시 직후부터 급락세를 이어가며 9월 13일 5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트릭스터M, 블소2를 연이어 선보인 엔씨소프트의 부진에는 ‘리니지 의존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새로운 IP(Intellectual Property·게임에서는 ‘구축된 세계관’의 의미에 가깝다)와 혁신적인 전략보다는 기존의 성공 공식 만을 답습하는 운영 방식이 위기를 만들었다는 것.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방어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흥행 부진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블소2 출시 이후 2차례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이번에도 ‘리니지 우려먹기’…신작 연쇄 부진

 

기대가 큰 만큼 역풍도 컸다. 원작 ‘블레이드앤소울’을 계승한 블소2는 올해 최대 흥행작으로 예측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블소2 사전 예약에는 746만 명이 참여했다. 2019년 출시 후 좋은 실적을 올린 ‘리니지2M(738만 명)’​을 넘는 국내 최다 사전 예약 기록이다.

 

엔씨소프트는 블소2 출시를 앞두고 리니지식 비즈니스 모델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리니지 특유의 과금 체계를 벗어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이용자들은 블소2를 두고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 게임”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릭스터M에 이어 블소2 역시 리니지 IP, 비즈니스 모델을 답습한 게임이다. 이번에도 확률형 아이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리니지 우려먹기’가 비판받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엔씨소프트 게임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리니지는 게임 내에서 돈을 많이 쓸수록 유리해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게임이다. 수억 원에 달하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성주’부터 낮은 능력치로 최전방에서만 싸우는 이용자까지 계급화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용자​의 게임 운영 스킬이나 전략보다는 ‘얼마나 돈을 썼나’가 게임 내 위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시장의 축이 PC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이동하면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등 모바일 게임에도 과금 체계를 적용했다.

 

지난해부터는 ‘확률형 아이템’이 비판의 중심에 올랐다. 확률형 아이템은 투입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무작위적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도박성을 내포하고 있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가 현금으로 약 2억~3억 원에 달하는 ‘리니지M' 내 문양 시스템을 3000만 원으로 만들 수 있게 개선하려 하자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이용자​들이 업데이트 취소를 요구하며 논란이 일었다. 캐릭터 능력치를 올려주는 문양 시스템을 강화할수록 높은 능력치를 받는데, 한번 실패하면 그동안 성공한 문양이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강화해야 한다.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엔씨소프트는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게임 시점을 되돌렸지만 과도한 사행성 유도에 대한 사과와 현금 환불 등의 피해 복구 노력이 부족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위기는 새로운 콘텐츠 없이 자사의 성공작인 ‘리니지’의 성공 공식만을 따르는 데서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엔씨소프트


#흔들리는 NC, 최선책은 콘텐츠 혁신·소통

 

지난 7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26.4% 폭락했다. 블소2 출시 12일 만에 시가총액 4조 8518억 원이 사라졌다. 같은 날 사측은 3년 만에 자사주 30만 주를 1899억 원에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안정시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조치로 대표적인 주가 방어 전략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엔씨소프트의 급락세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엔씨소프트는 통상 자사주 매입 공시 직후 나타나는 단기 상승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혁신적인 게임성 없이 지나친 과금으로 신용을 잃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대비 13% 낮춘 55만 원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리니지 시리즈의 성공 공식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니지가 1998년도 출시 이후 20년 넘게 엔씨소프트의 핵심 축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제는 혁신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프로슈머가 되고 있는 추세다. 이용자들의 패턴이 달라지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콘텐츠를 답습하는 방식으로는 선택받을 수 없다”​며 “​마찬가지로 기존의 고과금 유저들도 대다수의 라이트 유저가 확보돼야 장기 유저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십만, 수백만 게이머가 동시 접속해 이른바 ‘깔아주기’를 해야 현금 결제를 해 직접적인 수익원이 되는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정현 교수는 “리니지 시리즈인 리니지M, 리니지2M은 여전히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으로 조 단위 매출을 이끌고 있다. 리니지 IP를 유지하는 게임들이 일정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지속성은 낮다. 핵심 인력들을 재편하고 게임 콘텐츠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지 않는 한 엔씨소프트의 미래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게임, 특히 롤플레잉을 전제로 하는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는 세계관 위에서 작동한다. 게임이 전쟁, 마법, 고대 전설 등 다양한 콘셉트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다. 두 교수는 모두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갖춘 IP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위 교수는 “가장 시급한 건 IP의 혁신이다. 엔씨소프트는 과금 체계,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악덕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탄탄한 서사, 참신한 콘텐츠로 구성한 신규 IP 기반의 게임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들과의 소통 노력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기여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으며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테크닉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재는 이용자들의 실망감이 너무 큰 상황이다. 게임사, 게임 마스터(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소통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소2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게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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