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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개미'는 왜 행동주의펀드와 손잡았나

물적 분할 통과돼도 특별배당 임시주총 요구키로 연대…SNS 통한 소액주주 결집력 커진 것이 배경

2021.10.19(Tue) 15:14:36

[비즈한국]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이 해외 행동주의펀드와 손을 잡았다. 지난 14일부터 SK케미칼의 물적 분할 등에 반대하며 본사와 국회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는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은 싱가포르에 있는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와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물적 분할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특별배당 요구를 염두에 두고 연대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들과 행동주의펀드의 연대는 흔치 않다. 과연 이러한 공조 사례가 나온 배경은 뭘까. SK케미칼​ 소액주주들과 행동주의펀드의 협력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저평가된 SK케미칼 주가에 소액주주 분통

 

SK케미칼과 소액주주들 간의 갈등은 지난 9월 제대로 불붙었다. SK케미칼이 전력, 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 부문을 분리해 SK멀티유틸리티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9월 13일 공시하면서다. 분할기일은 12월 1일이다. 통상 물적 분할은 주주들에게 지분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곤 한다. 물적 분할을 공시한 다음 날인 14일 SK케미칼의 주가는 32만 9500원에서 29만 6000원으로 3만 3500원(-10.16%)이나 떨어졌다.

 

SK케미칼은 전력, 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 부문을 분리해 SK멀티유틸리티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9월 13일 공시했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에 불이 붙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 사진=SK케미칼 홈페이지 캡처


SK케미칼이 보유한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이 저평가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주들의 불만이다. 2018년 SK케미칼은 백신 사업을 물적 분할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의 영향으로 상장일인 지난 3월 18일 16만 9000원이던 주가가 7개월 후인 10월 18일에는 23만 4500원으로 올랐다. 시가총액은 약 18조 원으로 코스피 시장 24위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68.43%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케미칼은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SK케미칼 주가는 올해 2월 3일 46만 7000원을 기록한 뒤 줄곧 내림세를 나타내 8월 2일에는 23만 5500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8월 중순부터 소폭 올라 10월 18일 33만 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리포트를 통해 “현재 주가는 2021~2022년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8배 전후에 불과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지분 가치를 기준으로 해도 할인율이 약 80%까지 과도하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출하되는 모습.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SK케미칼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7일 보통주 1주당 신주 0.5주를 배정하는 증자비율 50%의 무상증자를 결정한 것. 무상증자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대가 없이 돈을 나눠주는 것으로 주가 방어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SK케미칼은 무상증자 재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을 활용한다고 공시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10월 22일, 상장 예정일은 11월 9일이다. 같은 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중기 배당정책을 수립한다고도 밝혔다. 2021년부터 3년간 발생하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만이 고조된 주주들은 마음을 돌리지 않는 모습이다.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은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트럭 시위는 물론 전자투표를 통한 물적 분할 반대투표 운동을 시작했다. 아울러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에 대비해 1인당 1일 1주를 추가 매수하는 ‘하나 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추가 매수 운동은 20일까지 진행된다. 주주들은 무상 증자 권리가 없어지는 권리락 전날인 20일까지 사야 무상신주를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 기준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의 주식 보유 비율은 52.13%다.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은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사진=SK케미칼​ 소액주주 제공


#싱가포르 헤지펀드와 어떤 얘기 오갔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액주주들이 싱가포르 행동주의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 지분을 갖고 있으나 지분율이 5% 미만이라 공시되지는 않았다. 앞서 9월 8일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 이사회에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주주들에게 특별배당을 지급하라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주주서한에서 메트리카파트너스는 “분석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굳이 83% 할인된 금액에서 거래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68.43%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이 지분은 SK케미칼의 가치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어 화학, 제약 등 다른 SK케미칼의 사업 가치를 하찮게 만들고 있다”며 “SK케미칼이 지분 18.3%를 매각해 주주들에게 주당 1.3배인 35만 7000원의 특별배당을 지급해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도 50% 이상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 이사회에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주주들에게 특별배당을 지급하라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사진=메트리카파트너스 주주서한 캡처


이것을 기점으로 SK케미칼 주주들과 메트리카파트너스의 협력은 시작됐다. 한 소액주주는 9월 16일 메트리카파트너스에 “공매도는 SK케미칼 주가에 굉장히 치명적이다. 우리(SK케미칼 소액주주연대)는 10월 20일까지 매일 1주를 매수하려 한다. 너희(메트리카파트너스)가 회사(SK케미칼)에 대한 너희와 우리의 요청사항을 메트리카파트너스의 웹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메트리카파트너스는 “주식 매수는 SK케미칼이 주주들의 걱정에 반응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SK케미칼의 주주 배당 정책이 심각한 주가 하락을 다루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에 대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으면서 메트리카파트너스와 소액주주들의 연계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9월 29일 메트리카파트너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캠페인을 시작한 지 21일이 지났지만 SK케미칼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반응도 받지 못했다”며 주주들에게 주식 보유 규모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주 메트리카파트너스는 한 주주에게 메일로 “(트럭 시위 등은)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우리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에 대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으면서 메트리카파트너스와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의 연계는 강화되는 분위기다. 사진=SK케미칼 소액주주 제공


SK케미칼 주주들이 메트리카파트너스에 의결권 현황을 공유하며 연대에 나선 것은 물적 분할 이후 상황을 염두에 뒀다는 풀이도 나온다. SK케미칼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물적 분할 계획이 오는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들과 외국인은 물적 분할 후 IPO(상장)를 하면 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며 “물적 분할이 통과되면 메트리카파트너스 측과 특별배당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메트리카파트너스도 주주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EGM’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는 것. EGM(Extraordinary General Meeting)은 임시주주총회를 말한다.

 

시장에서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펀드의 연대 사례가 흔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주주와 행동주의펀드가 연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의견을 조직화하기 어려운 데다 지분 비중을 영향력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어려워 그간 행동주의펀드의 중요한 연대세력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쪽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등장한 이들의 연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황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SNS를 통해 의견교류를 하며 소액주주들이 점차 조직적인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행동주의펀드와의 연대도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장의 변화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기업들은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면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펀드의 연대가 기업에 주는 영향력은) 성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국민연금연구원 연구보고서 등 과거 연구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의 행동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는 주장이 있었다. 행동주의펀드는 성격상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적 성격이 강하고 기업가치 제고에서 얻는 이익보다 논란을 일으킴으로써 주목받아 얻는 이익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세심히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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