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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9대1 경쟁률에 웃돈 1.5억…'생활형 숙박시설' 편법에 정부 칼 빼들었다

숙박시설임에도 주택처럼 홍보·분양…정부 “주차공간, 교육환경 등 주택에 준하는 건축 기준 적용”

2021.10.20(Wed) 09:15:28

[비즈한국] 최근 주택시장의 틈새 상품으로 떠오른 ‘생활형 숙박시설’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주거시설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되, 건축 기준을 만들고 심의와 허가 단계에서부터 적합 여부를 판단해 불법 전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호텔과 오피스텔의 특성을 결합한 시설로 숙박을 목적으로 한다. 이미 사용 승인된 생활형 숙박시설에 한해서는 2023년까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경우 ‘오피스텔 건축 기준’ 가운데 발코니 설치 금지, 전용 출입구 설치, 바닥난방 설치 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계도기간도 마련했다.

 

정부는 장기 숙박 계약을 통한 ‘편법 임대업’을 막고 ‘주거형 생숙’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거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일부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용도 변경을 통해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남아 있어 투기 억제 측면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불법 용도 변경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집값이 급등한 주택 시장에서 틈새 상품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마곡 MICE복합단지 신축공사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분양권에 1억 5000만 원 웃돈까지…생활형 숙박시설 흥행한 까닭

 

서울 강서구 마곡특별계획구역 내 CP2 블록에 들어서는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최근 진행된 청약에서 876실 모집에 총 57만 5950건이 몰렸다. 경쟁률은 6049 대 1에 달한다.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및 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 사이에 위치하고, 코엑스의 약 2배에 달하는 MICE 복합단지 내에 자리한다는 점이 청약 수요에 불을 지폈다. 이 중에는 ‘웃돈(일명 프리미엄)​’을 노린 단타 투자자도 다수다. 르웨스트 분양권은 최대 1억 5000만 원가량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지방에서도 생활형 숙박 시설 청약 흥행은 이어졌다. 지난 8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평균 86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앞서 3월 진행된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의 경쟁률은 356 대 1에 달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실제로 분양업체들이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가 가능한 주택처럼 허위·과장 광고하는 사례도 만연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법을 적용받는 아파트와 달리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세나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청약통장도 필요하지 않고 가점이 아닌 추첨제로 당락이 갈린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어 단기 차익을 얻기에 용이하다는 조건 등이 아파트 대체제를 찾던 투자자들을 이끌었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9월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9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년간 한시적으로 ‘오피스텔 용도 변경’ 완화

 

10월 14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지자체에 전달한 ‘생활형 숙박시설 불법전용 방지방안’의 후속 조치로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개정 고시했다. 생활숙박시설은 장기투숙 수요에 대응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시설로서 이른바 ‘레지던스’로 불린다.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는데 실내 취사가 가능해 거주 시설로 불법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값 급등과 주택 위주의 부동산 규제 속에서 적법한 용도 변경 없이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용 건축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자 다양한 문제가 터져나왔다. 숙박 시설은 주거용보다 주차장 설치기준이 느슨해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비대상 시설로 분류돼 인근 학급 과밀화 및 교육환경 저해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초부터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먼저 1월 15일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생활형’이 아닌 ‘숙박시설’에 방점을 찍었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로 규정하고, 주택용으로 실거주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건축법상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반 아파트처럼 분양을 받아 거주하는 것을 금지하고 법 통과 이후에도 그대로 실거주를 하면 불법이라는 뜻이다.

 

9월 1일에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금융투자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신고 수리여부를 검토할 때 ‘입주’라는 표현 대신 ‘(숙박업)영업개시일, 건축물 사용승인일’ 등으로 바꿔 사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규 시설의 경우 생활숙박시설 용도에 적합하게 건축될 수 있도록 별도 건축 기준을 제정해 적용한다. 건축 심의와 허가 단계에서 숙박시설의 적합 여부 및 주거·교육환경 등 주변 환경을 따져 허가를 제한하고 주택 불법 사용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숙박 수요 감소, 현재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거주자 등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사용 승인을 받은 기존 시설이나 10월 14일 이전에 분양공고를 한 시설에는 계도기간을 마련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발코니 설치가 제한되고 전용면적 85㎡ 이하만 바닥난방이 가능한데, 앞으로 2년 동안 생활형 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경우 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상가 등 복합 용도로 사용할 경우 필요한 전용출입구 설치도 예외가 인정된다.

 

정부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불법전용을 막기 위해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한편 2년간 한시적인 계도기간을 둬 실거주자 구제안도 마련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들. 사진=연합뉴스

 

생활형 숙박시설의 양성화로 주택 공급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3기 신도시도 공급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공공 재개발 사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구체화된 사례가 드물 정도로 지체되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공급하면 1~2년 안에 전세 시장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수석연구원은 “​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세금 등의 측면에서 유리했던 장점을 잃을 수 있다”​며 생활형 숙박시설의 용도 변경에 나서는 사례가 많을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실거주용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안은 있지만 실거주용인지 숙박용인지 단속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불법전용 방지를 위해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계도기간 이후에도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거나 주거용 건축물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경우 단속 및 적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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