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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가장 보수적인 산업' 보험을 혁신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보험업계 동창회' 독일 DKM포럼에서 만난 유럽의 디지털 보험 스타트업

2021.11.02(Tue) 13:12:52

[비즈한국] 지난 10월 27~28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는 금융·보험 업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DKM포럼(DKM Forum)이 열렸다. DKM은 매년 1만 7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업계 동향을 공유하고 강연 및 토론을 통해 배우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DKM포럼은 일종의 박람회이지만 관련 분야 사업체나 전문가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독일과 유럽의 주요 금융·보험 서비스 제공 업체, 관련 컨설턴트 및 중개 회사들에게는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추후 사업 개발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독일보험산업협회, 보험중개인협회, 보험회사연합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다음 해 산업 방향을 공유하고 큰 그림을 함께 그리며 파트너십을 다져나간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동창회 역할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 2021년 독일 금융·보험 산업박람회 DKM포럼. 사진=dkmforum.de


최근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디지털화’인데, 보험 산업에서도 이는 뜨거운 감자다. 유럽의 보험 산업은 가장 변화가 느리고 보수적인 산업군 중 하나다. 하지만 저연령 인구 감소에 따라 개인 보험 수요가 위축되고, 경제 저성장으로 기업 보험 수요도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판매에 한계가 생긴 데다 미국의 레모네이드(Lemonade), 중국의 중안보험 등 기술과 결합한 인슈어테크 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유럽의 보험 산업에도 위기감이 드리웠다.

 

보험업은 보험 상품개발, 가입, 심사, 유지, 지급, 구상 등 전 가치사슬이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데 다양한 수요가 있다. 그만큼 각 과정의 디지털 혁신이 많은 보험회사들에게는 매력적이지만 기술적으로는 큰 도전이다.

 

DKM포럼은 전통 보험사와 혁신 스타트업들이 ​직접 만나 ​서로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현안을 해결해 나갈 협업의 실마리를 찾는 장이 되었다. 특히 인슈어테크 파크(InsurTech Park)가 있었던 3홀은 유럽 보험 산업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DKM에서 만난 유럽 인슈어테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인슈어테크계의 강자, 엘레멘트(Element)와 위폭스(wefox)

 

가장 먼저 눈에 띈 부스는 인슈어테크계의 유니콘 ‘위폭스’다. 위폭스는 2014년 스위스에서 설립돼 현재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5년 보험 중개인들이 보험 가입을 쉽게 돕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서 시작해 2018년에는 디지털 보험사로서 자체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할 역량을 갖췄다. 

 

스타트업 부스 중 가장 주목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유럽의 보험스타트업 위폭스. 사진=이은서 제공

 

중개인 기반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기존 채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다이렉트 채널을 개발하는 B2B2C(기업과 기업의 거래, 기업과 소비자의 거래를 결합) 모델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가계보험, 자동차보험, 개인책임보험 등의 개인 보험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말까지 3000명 이상의 중개인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타깃글로벌(Target Global)이 주도한 시리즈 C투자 라운드에서 6억 5000만 달러를 유치하고 3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위폭스는 유럽 5개국에 진출했으며, 8개 지사에 1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큰 회사가 되었다. 재보험사인 뮌헨리(Munich RE)로부터 재보험 보장을 받고 있으며, 삼성카탈리스트 펀트,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를 받아 세계 보험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번 DKM포럼 인슈어테크 분야에서도 가장 큰 부스를 설치했고, 많은 중개인들과 관계자들이 위폭스의 부스를 방문했다. 

 

곧 유니콘이 될 ‘수니콘(Soonicorn)’ 스타트업 ‘엘레멘트(Element)’도 눈길을 끌었다. 엘레멘트는 2017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기술 기반 보험스타트업으로 비생명보험(P&C)을 취급한다. 독일의 금융감독기관 바핀(BaFin)으로부터 보험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베를린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엘레멘트의 고객 관리 리드인 팀 칼토픈(Tim Kaltofen)과 팀 리드 솔루션 담당인 프란체스카 코수(Francesca Cossu)는 엘레멘트의 기업 맞춤형 보험상품 제작의 노하우를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사진=이은서 제공

 

이를 바탕으로 엘레멘트는 보험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자기 브랜드로 보험 상품을 만드는 일종의 화이트 레이블(White label)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와 협력해 타 보험상품보다 유연한 계약 기간 등 자동차 장기 대여 고객에게 맞는 맞춤형 보험상품을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의 이름으로 제공했다. 개인 맞춤형 보험,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관련 보험상품이 구매과정에 포함된 임베디드 보험(Embeded Insurance)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험 중개인, 비보험회사뿐만 아니라 클레임 발생 시 개별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차원적인 서비스로 B2B2X(기업이 고객, 소매업체, 공급자 등 누구에게라도 서비스를 제공)의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핀테크 전문 투자사 핀립(finleap)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총 6600만 유로의 투자를 받아 탄탄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보험사가 만든 스타트업, 아담 리제(Adam Riese)

 

‘아담 리제’는 독일 뷔템베어기쉐 보험(Württembergische Versicherung)의 디지털 보험 브랜드다. 뷔템베어기쉐는 1828년에 설립된 독일의 전통 보험사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기존 브랜드와 시스템으로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하기 어려우리라고 판단한 뷔템베어기쉐는 2017년 독립 회사이자 자체 스타트업 브랜드인 아담 리제를 만들었다. 

 

아담 리제는 기존 보험사가 론칭한 스타트업 브랜드로, 100% 디지털 보험 상품 판매 및 청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adam-riese.de

 

아담 리제는 독일 유명 수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보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간편하게 앱과 웹을 통해 보험 상품을 계약하고 100% 디지털 프로세스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기존 보험 회사의 방식을 전면 혁신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보험료 청구에서 지급까지 5분 이내에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담 리제는 현재 2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반려견 사진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품종을 입력해 보험 가입을 손쉽게 도와주는 반려견 책임보험 솔루션을 통해 2020년 보험 혁신상을 수상했다. 기존 보험사의 혁신 브랜드인 ​아담 리제가 ​다양한 스타트업의 도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플러그앤플레이가 주목하는 유럽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DKM포럼의 인슈어테크 분야를 아우르는 주요 플레이어는 플러그앤플레이였다.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투자사이자 액셀러레이터다. 초기 구글, 페이팔, 로지텍 등에 투자해 유명세를 떨쳤으며,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구축해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생태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플러그앤플레이는 세계 전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뮌헨에 인슈어테크 거점을 두고 독일의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이번 DKM포럼에서는 뮌헨 플러그앤플러그의 인슈어테크 분야를 이끄는 제니아-이자벨 포프 박사(Dr. Xenia-Isabel Poppe)​가 2021년 인슈어테크 트렌드(InsurTech Trend 2021)을 발표해 보험 산업 종사자의 이목을 끌었다. 

 

뮌헨 플레그앤플레이의 인슈어테크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제니아-이자벨 포프 박사. 사진=이은서 제공

  

포프 박사는 “2021년에도 임베디드 보험의 중요성은 지속될 것이며,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비보험회사들이 편리한 고객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에 보험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고객에 맞는 상품 추천, 보상 및 청구 과정을 만들기 위해 기술적으로 뛰어난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2021년 트렌드를 설명했다. 

 

그는 “비슈어런스(bsurance)와 같은 임베디드 보험 전문 스타트업들은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있으며, 그 밖에 헬스케어 등과 결합해 의료 분야로, 금융 분야와 결합해 핀테크로 확장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보험 분야의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플러그앤플레이 뮌헨 플랫폼에서 소개된 ‘뉴클리코어(Nuclicore)’는 2021년에 설립된 초기 단계 스타트업으로 프랑크푸르트 핀테크 커뮤니티인 테크쿼티어(TechQuartier)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며, 보험사와 보험 중개인 등에 노 코드 보험 소프트웨어(no-code insurance software)를 제공한다. 코드가 없기 때문에 개발자가 없이도 보험회사가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프랑크푸르트 기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뉴클리코어는 노-코드 보험 애플리케이션 제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CEO 에버하트 리젠캄프. 사진=nuclicore linkedin

 

뉴클리코어의 CEO 에버하트 리젠캄프 박사(Dr. Eberhard Riesenkampff)​는 다양한 보험회사의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보험 비교 플랫폼 코보모(Covomo Versicherungsvergleich GmbH)를 공동 창업하고 뉴클리코어 창업으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보험 산업은 전 세계 6조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전통 보험회사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데, 특히 유럽에서는 기존의 보험 서비스를 넘어 ‘분석, 예방, 보상’ 서비스로 확대되면서 보험사를 서비스 중심의 회사로 바꾸고 있다. 산업의 큰 흐름을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선도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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